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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물대포 진압’ 영상 본 각국 농민 대표들, “나쁜 놈들” 연발

‘백남기씨 물대포 진압’ 영상 본 각국 농민 대표들, “나쁜 놈들” 연발
케냐서 열린 ‘END WTO’ 포럼 “WTO 종식, 단결로 가능하다”
[민중의소리] 케냐 나이로비=홍민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16 10:32:36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전 세계 농민운동가들이 제10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반신자유주의 포럼을 개최했다. 농민운동가들은 WTO가 추구하는 농산물 자유무역 정책이 각국에 미친 피해를 소상히 전하며 WTO 체제 종식을 촉구했다.

'END WTO'라는 제목의 이번 포럼은 국제 농민 단체인 라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케냐 현지 시민단체인 민중의회(Bunge la mwananchi), 헌법구현을 위한 모임(CCI, Coalition for Constitutional Implementation) 등 5개 단체의 주최로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열렸다.


전농, "백남기 농민은 WTO로 피폐해진 농업 지키려다 살인진압 당해"

포럼 발표자들은 WTO 체제가 중소 농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한 국가의 농업을 몰락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표자로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은 "WTO를 시작으로 한국 농업이 몰락했으며 이제 농민은 한국사회의 소수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WTO 체제는 우리에게 유럽과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강매해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을 몰락시켰다"면서 "식량주권은 무너지고 글로벌 푸드 시스템은 우리 먹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도하라운드가 표류하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면서 "이제는 WTO체제가 이미 종식되었음을 선언하고, WTO 체제에 종지부를 찍을 때”라고 강조했다.

전농은 이날 포럼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에 물대포에 의해 부상당하는 모습을 상영했다. 영상을 본 각국 농민운동가들은 경악하며 경찰을 향해 "이런 나쁜놈들"을 연발했다. 박 위원장은 "백남기 농민은 WTO로 피폐해진 농업을 지키려는 투쟁을 하다 경찰의 폭력 살인진압에 의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면서 "세계 농민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WTO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일본 농민운동전국연합회(노민렌) 스시 오카자키는 "일본 정부는 신자유주의 기구들을 핑계로 삼으며 일본의 농업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WTO는 유엔이나 개별국가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일본의 농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농민이 줄어들고 식량 자급률이 30%대로 떨어진 이유가 WTO와 FTA, TPP 등의 농산물 자유무역정책에 있다"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GMO 등이 쉽게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은 농민이나 국민들 모두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국 농민단체인 AoP의 바라미 샤라이얏은 태국 정부가 WTO 규정 등을 이유로 농민 보조금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수출용 쌀에는 보조금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작은 규모의 농민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농들이 점점 다국적 곡물메이저 기업들에게 종속되고 있다"며 "농민들의 삶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자살하는 태국 농민들이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태국 정부가 자국 농민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태국 군부 세력은 정통성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국제적 규범을 따라 국제사회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통성이 없는 정부가 자국 농민들에 불리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케냐 민중의회 씨디 오티에노 대표는 "케냐와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정부는 WTO를 너무나 충실히 따르려고 한다"면서 "정통성이 없는 아프리카 각국의 정부들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TO 체제 이후 아프리카에는 옥수수와 설탕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고 농민들의 몰락이 줄을 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수출보조금을 사용하며 자국 농업을 보호하고 있는데 아프리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다른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소농 몰락시키는 WTO, 단결로 종식시켜야"

노르웨이에서 온 참가자 마리엘라 빙크 역시 WTO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우유 수입 관세 인상을 예로 들었다. 유럽에서 수입되는 우유의 가격이 너무 낮아 무역 장벽을 높였다고 소개하며, "여타 정부들이 이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리엘라는 "노르웨이에서는 아직까지 70%의 농산물이 중·소농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다양한 무역장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각국 정부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WTO"라며 "해결책은 WTO 체제 자체를 와해시키는 것 말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이날 포럼의 발표자 6명중 3명은 인도 대표자들이었다. 인도의 농민인구는 8천만명에 달한다. 인도 정부는 WTO 체제가 시작되면서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고 인도의 대표 농작물들을 대규모로 수입했다. 농산물의 가격은 폭락했고 생산비용은 폭등했다. 인도 농민들은 부채를 잔뜩 떠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 공식 통계상으로 1995년 WTO 체제 출범 이후 모두 30만명의 인도 농민이 자살했다. 인도 발표자로 나섰던 카나이안은 "공식통계이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실제 자살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대표자들은 "내년에 수십만명의 농민들이 모여 수도 델리를 마비시킬 정도의 대규모 집회를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농민들과 수천대의 농기계를 수도로 집결시켜 농업 정책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인도의 한 발표자는 "농민단체들이 강하지 않으면 정부는 우리를 무시한다"면서 "농민단체들은 항상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참가자들의 자유토론에서도 단결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케냐의 한 참가자는 "아프리카를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분열이 참 안타깝다"면서 "분열과 지배가 그들의 전략인데 우리는 철저하게 거기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든, 미국이든, 미국이 규합한 지역조직이든, 대륙별 조직이든 참으로 단결을 잘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적으로 하는 우리도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 1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YMCA Hall'에서 'END WTO' 포럼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출처  ‘백남기씨 물대포 진압’ 영상 본 각국 농민 대표들, “나쁜 놈들” 연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