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29년 만에…집회를 ‘소요죄’로 모는 경찰

29년 만에…집회를 ‘소요죄’로 모는 경찰
한상균 위원장에 혐의 추가해 검찰 송치…“계획적인 폭력” 주장
무리한 법적용 지적…민주노총 “불법집단 매도해 존재기반 박탈”

[경향신문] 박용필·김상범·김지환 기자 | 입력 : 2015-12-18 21:34:58 | 수정 : 2015-12-18 21:54:30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했다. 집회·시위에 소요죄가 적용된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29년 만이다. 경찰이 ‘1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하고, 대회 참가자를 폭도로 낙인찍기 위해 무리한 법 적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 혐의를 추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한 위원장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공용물 손상, 일반교통방해 등 8가지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돼 경찰의 조사를 받아 왔다.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협박 또는 손괴행위를 함으로써 그 정도가 사회적 평온을 해할 정도’일 때 성립된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6년 ‘5·3 인천사태’에 적용된 전례가 있다.

‘5·3 인천사태’는 1986년 재야인사들과 학생 등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규모 충돌을 빚은 사건이다. 당시 거리에는 돌과 화염병, 최루탄이 난무하고 인근 민정당사가 불타기도 했다. 법원은 “약 8시간에 걸쳐 다중이 교통을 완전 두절시키고, 경찰관 등 191명에게 상해를 가하는 한편 민정당 인천 제1지구당사와 경찰 차량 3대 등을 파괴함으로써 그 일대의 평온을 해하는 소요”를 벌였다며 ‘5·3 인천사태’를 배후 조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문수 당시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전 경기도지사)에게 소요죄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5·3 인천사태’와 ‘1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폭력 양상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1월 14일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는 일부 참가자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행위였다”며 “소요죄 적용에는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노총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도 소요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인천 도심에서 광범위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던 ‘5·3 인천사태’와 달리 광화문에 설치된 차벽 앞에서만 일부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폭력의 양상도 여당 당사와 경찰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탄 ‘5·3 인천사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위였다는 점에서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소요죄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폭력은 차벽 등 일부 장소에서만 벌어졌는데 ‘지역 사회의 안정을 해할 정도’였다고 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소요죄가 갖는 상징성, 즉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닌 불법적 소요 행위’로 집회의 성격을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시법 위반 등의 경우 개별적으로 혐의를 입증해야 하지만 소요죄가 인정되면 참가 사실만으로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회 주도자 전원을 한꺼번에 처벌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요죄 적용은 집회 참가자 전체를 폭도로 몰겠다는 얘기”라며 “이후 모든 집회가 소요 행위로 매도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전체를 집단적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해 합법적 존재기반을 박탈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출처  29년 만에…집회를 ‘소요죄’로 모는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