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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로 돌아온 지방의원들, 기각당한 ‘법에 없는 정치’

의회로 돌아온 지방의원들, 기각당한 ‘법에 없는 정치’
[기획-통합진보당 해산 1년, 한국사회 어디까지 왔나 ②]
법적 근거도 명분도 없는 의원직 박탈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21 08:58:55


▲ 이현숙 옛 진보당 비례대표 전라북도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실에서 재등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주형 기자

지난달 30일, 옛 통합진보당(진보당) 이현숙 전북도의원은 의회에 재등원했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에 따라 중앙선관위원회(중선관위)가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박탈 통보를 한지 1년여 만에, 전주지방법원이 “이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 지위가 인정된다”는 판결에 따른 결과다. 이 의원을 비롯해 옛 진보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지방의회 ‘복귀’가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옛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내린 후 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지위를 박탈당했다. 국회의원들은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결정과 함께 한 국회의원 지위를 박탈한다는 결정에 의해,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들은 중선관위의 ‘퇴직’ 통보에 의해서였다. 현행법에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결정’과 ‘통보’의 결과였다.


중선관위의 일방적 통보, 1년간 의정활동 발목잡아
“중선관위의 통보로 비례대표의원직 박탈할 수 없다”
이어지는 법원판결과 의정활동 재개 선언

지난해 12월 옛 진보당이 해산되자 중선관위는 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6명 소속 지방 선관위에 이들의 ‘퇴직’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퇴직을 결정했고 6명의 의원은 의정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중선관위는 퇴직통보 당시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을 근거로 삼았다. 이 조항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는 때에는 지방자치법 제78조(의원의 퇴직) 규정에도 불구하고 퇴직된다”고 하여 당연퇴직 사유를 정하고 있다. 당시 중선관위는 이 규정에서 ‘해산’에는 ‘자진해산’만 해당한다고 보고 헌재에 의한 해산은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 중앙선관위로부터 의원직 퇴직을 통보받은 옛 진보당 지방 비례의원 6명에 대한 의원직 지위 확인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이에 대해 6명의 의원들은 “퇴직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은 “중선관위의 의결과 통보는 중선관위가 파악한 법조항 의미를 선언한 것일 뿐 의원들의 지위를 변동시킬 수 있는 처분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중선관위가 퇴직통보 근거로 삼은 조항이 중선관위에게 의원의 퇴직을 명하도록 권한을 준 조항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지방의회 의원들의 복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오미화 전남도의원에 이어 김미희 해남군의원, 김재영 여수시의원이 등원과 의정활동 재개를 선언했고 김재임 순천시의원은 의회로 복귀했다. 11월에는 전주지방법원이 이현숙 전북도의원에 대해 “전북도의회 의원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고 같은달 이 의원은 재등원했다. 법적 근거 없는 선관위의 ‘통보’로 인해 1년간 의정활동을 할 수 없었던 지방의회 의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옛 진보당 소속 김재임 순천시의원 등원 재개. ⓒ민중의소리

▲ 옛 진보당 소속 오미화 전남도의원 의정활동 재개 기자회견. ⓒ민중의소리


법적 근거 없는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
헌법재판소의 입법기구 통제라는 비판 지속돼
법원 내부 문건, “헌재의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은 삼권분립 위반”

한편 헌법재판소는 옛 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 당시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다는 결정을 함께 했다. 지난달 12일 서울행정법원은 옛 진보당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헌재의 결정은 헌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론으로 헌재 권한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다른 법원은 이를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당해산결정의 근거가 된 헌법, 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여부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헌재가 그렇게 결정한 이상 이를 다른 법원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법원은 헌재의 의원직 박탈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한 ‘월권행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달 26일 전주지법에서 이현숙 의원 판결 관련 자료를 배포하던 중 내부문건이 유출되면서 드러났다.

▲ 옛 진보당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의원이 지난 1월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미희·오병윤·이상규·김재연·이석기 등 옛 진보당 의원 5명의 서울행정법원에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남시 중원구 주민대표단이 옛 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직 박탈한 헌법재판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문건에는 “정당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권력분립원칙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면서 “전주지법 공보스탠스는 법원행정처 공보관실과도 공유가 완료됐다”고 적혀있었다. 즉, 전국 법원 업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와도 판결문에 적시된 법원의 입장에 대해 공유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판결문에는 “헌재가 위헌정당해산결정을 하더라도 곧바로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연퇴직되는 것은 아니고, 이는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면서 정당해산결정과 함께 국회의원직 박탈을 결정한 헌재와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 헌재 결정 당시부터 국회의원직 박탈의 근거 법조항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과 종합해보면, 정당해산결정이 있더라도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여부까지 헌재가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의원직 박탈은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자유, 공무를 맡을 권리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반영된 선거권자들의 의사를 사후에 무효로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 근거가 법률에 구체적이고 정당해야한다. 옛 진보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이 정당화될 수 없고, 지방의회의원들이 소속 의회로 돌아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의회로 돌아온 지방의원들, 기각당한 ‘법에 없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