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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기획입국조작 신명씨 인터뷰 “3월 검찰 조사 받겠다” 입장 선회

BBK 기획입국조작 신명씨 인터뷰
3월 검찰 조사 받겠다” 입장 선회

“BBK 기획입국설로 득본 사람은 따로 있지 않냐”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 | 입력 : 2012-02-11 18:55:22 | 수정 : 2012-02-11 19:30:52


BBK 기획입국설 조작사건의 전모가 드러날까. 한국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신명씨(51·치과의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3월 말쯤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신명씨는 자신의 형 신경화씨를 구명하기 위해 형 이름으로 된 편지를 썼고, 대선 막판 때 한나라당은 그것을 근거로 “당시 여권이 BBK 기획입국 공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지난해 “그때 가짜편지를 쓰게 된 배후에는 MB 최측근 인사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기획입국설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말 현재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경준씨가 가짜편지를 쓴 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 이슈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명예훼손 피고소 당사자인 신명씨가 미국으로 출국함에 따라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를 멤돌 수밖에 없는 듯 보였다. 게다가 신씨는 지난번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런데 2월 9일, 신씨는 돌연 국내 언론에 “4월 총선 전에 한국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간경향>은 신씨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접촉해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신씨의 주장을 들었다. 미국으로 출국한 뒤에도 전화를 통한 취재는 계속되었다. ‘4월 전 귀국’ 입장을 밝힌 후인 2월 10일, <주간경향>은 신씨와 긴급 연락을 취했다.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던 걸까. <주간경향>과 통화 전, 신씨는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번호 하나(661-380-××××)를 제시했다.

-연합뉴스 인터뷰를 보니 ‘미국 검찰 쪽에서 한국으로 송환하겠다는 투로 이야기하더라’는 말을 한 걸로 되어 있다. 인터뷰에서 말한 “내가 테러범도 아니고, 이런 대접을 받기 싫다”는 것이 심경 변화의 이유인가.

▲ 지난해 12월 치과의사 신명씨가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편지의 필자는 교도소에 있는 필자가 아니라 자신”이라며 작성 경위를 경향신문에 설명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아까 보낸 그 전화번호도 자꾸 전화가 걸려왔다. 거꾸로 전화를 하니 영어로 수사기관이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타지 못했다. 저녁에 출발하는 것을 아침으로 바꾸고 한국 검찰에 항의를 했다. ‘아니, 내가 테러범도 아니고 인터폴에다가 수배를 내리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거기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황당했지만, 한국 검찰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 믿을 수밖에.”

- 그런데 왜 3월 말 시점을 생각하게 된 것인가.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런 의도도 없다. 어떻게 되었든 김경준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명예훼손할 의사도 없었고, 궁극적으로 득본 사람은 따로 있지 않냐. 설사 내가 명예훼손을 했다고 하더라도 밝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 홍준표 당시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말하는 건가.

“어떻게 되었든 편지를 들고 이게 기획입국설의 증거라고 흔든 사람이 있는데, 그 부분이 규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쓴 편지를 어떻게 입수하게 되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 말을 해야 하지 않나. 왜 나와 형만 조사하나. 당시 한나라당은 빼도 박지도 못하게 선거 6일 전에 그 편지를 활용하지 않았나. 당 책임자가 그 당시 막중한 임무를 가진 사람 아닌가. 잘못되었다면 사과를 해야지, 자기는 모른다고 왜 발뺌을 하나. (편지를 대필한) 내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더 잘못한 사람 혹은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개인 대 개인의 문제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어느 쪽에 해를 끼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사실 선거가 끝나면 어디다 하소연하나. 지금은 관련자들을 다 조사하고 깨끗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 신명씨가 기획입국설 조작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자신이 받은 프린트된 편지와 당시 한나라당이 공개한 신씨가 베낀 가짜편지 사본.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일단 신명씨가 귀국해 신병을 확보한 다음, 상황이 바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구차한 이야기는 하기 싫다. 나는 인생을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 그릇이 좁으면 좁은 대로, 넓으면 넓은 대로 살아야지. 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든 룰이라는 것은 공정하게 가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 지난번 통화 때 김경준의 고소 뒤에는 작전세력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거는 지엽적인 문제다. 연합뉴스 인터뷰도 그렇고 앞에 미국 수사기관 수사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부분에 너무 연연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내 뜻은 이렇다. 나는 일단 한국 검찰 전체를 뭐라고 말은 못한다. 이를테면 내가 조현오 경찰청장을 믿지 못한다고 경찰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는가. 검찰도 마찬가지다. 한국 검찰 전체를 두고 뭐라고 말은 못하지만 김경준 명예훼손 사건을 맡은 검사도 대한민국 검찰의 검사니 그 부분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사건을 수사하는) 그분들이 나름대로 사명과 소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간에 나는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협조할 생각이다. 나도 이거 빨리 끝나는 것이 낫지, 또 시간이 지나면 잘못했을 때는 더 길어지고 피곤해진다. 털 것은 털어야 한다.”

- 들어오기 전 약속과 들어온 이후 약속이 달라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아 있다. 검찰이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려면 ‘BBK 기획입국설’의 실체적 진실을 먼저 밝혀야 한다. 내가 알고 있기론 대한민국 검찰이 내가 폭로한 이후에 아직 ‘BBK 기획입국설’을 정식으로 다룬 적이 없다. 앞으로 한 달은 전화나 휴대폰, 이메일도 일절 쓰지 않을 생각이다. 검찰이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자료는 이미 다 보내줬다. 아마 2~3일이면 다 들어갈 것이다.”

- 뜻대로 수사가 진행될 걸로 보나

“어쨌든 기획입국설의 당사자는 자기가 그런 부분에 대해 동료에게 사과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잘 모르면서 설치고 다니는 거,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다른 것이 없다. 내 입장은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는 기자회견을 할 생각도 없다. 할 수 없이 기자분들이 전화를 하니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나로선 굳이 떠들 이유가 없다. 수사과정을 지켜보겠다. 잘 할 걸로 믿는다. 있는 그대로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검찰이 기획입국 편지 조작을 시킨 사람들이 그쪽 라인이 아니라고 하면 사실 끝 아닌가. 장난도 아니고 출근해보니 편지를 책상에서 주웠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 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가담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애들이 아들만 둘이다. 애들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과학이나 수학은 직접 가르친다.”

- 편지 조작 사실을 폭로한 다음에 가족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았나.

“특히 처가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관련 자료를 챙겨 (한국 수사당국에) 보내드렸다. 모든 일은 상식선에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 비상식적으로 처리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잘한 일이 없지만, 다른 취해진 상황을 보면 나 말고도 억울한 일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한편 <주간경향>의 서면질의에 신씨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특수1부는 “미국 측에 협조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혀왔다. 홍준표 의원실 관계자는 “신명이라는 사람과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화를 한 적도 없는 관계”라며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그 편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혹여 우리가 관계가 있다고 드러나 검찰이 조사를 한다면 (우리측이) 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출처 : BBK 기획입국조작 신명씨 인터뷰 “3월 검찰 조사 받겠다” 입장 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