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정윤회라는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한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친히 답해 주신 말씀이다. 그러니까 이런 의혹이 일어나는 건 본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잘못된 탓’이라는 것. 덧붙여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며 일부 건전하지 못한 국민에게 뜻깊은 메시지도 설파하셨다.
2월
때는 나라의 곳간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자 여당에서조차 지금이라도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던 시기. 하지만 박근혜 정부 재정 공약의 핵심이 ‘증세 없는 복지’인 건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 비록 담뱃값을 올리는 등 우회적으로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는 있었지만, 순하디순한 국민은 ‘그래도 설마 직접 세금을 올리고 그러겠어? 자기가 말한 게 있는데.’ 하며 믿고 있다가 저 발언 한마디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더 골 때리는 건 국민이 ‘우리가 단체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이냐’며 당시 대선 토론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께선 증세 없는 복지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고 묻자 박근혜 후보가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호호’라고 답한 것. 진짜로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 ㄷㄷㄷ.
3월
대통령께서 청년 일자리 해결 방안이랍시고 내놓은 대책 중 하나였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이 안 돼 불지옥 땅을 맨몸으로 뒹굴고 있는 청년들을 향해 기름을 드럼째 부어버린 발언이었다. 참고로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한 직후 부랴부랴 7개 부처가 모여 청년 해외진출 TF팀을 꾸렸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면 ‘중동으로 가라’고 말할 당시엔 세부 계획은 물론이고 정책을 실행에 옮길지 말지도 전혀 정해진 게 없었다는 거.
4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밝힌 입장이다. 당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여서 으레 대통령의 사과를 기다렸던 전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식 유체이탈 화법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국 민 : 이완구 물러나라! 뇌물 받은 총리 물러나라!
이완구 : 흑… 사퇴하겠습니다.
국 민 :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라!
대통령 : 우리 완구 힘들겠다ㅠㅠ
국 민 : ㅇ_ㅇ?
5월
본격 ‘그네체’의 탄생을 알리는 경이적인 순간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직접 창조해 내신 마성의 화법 그네체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하나하나 투명하게 처리하면 된다는 것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것이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다 보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안심하라며 건넨 말이다. 이때 상황이 어떠했냐면, 한 달 새 메르스 사망자만 스물한 명에 달하고 보건복지부가 ‘3차 감염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자마자 바로 3차 감염자가 발생한 뒤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까지 메르스에 걸리던 때였다. 심지어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감염도 기정사실로 되던 시점. 아무리 애들한테라도 그렇게 잘못된 정보를 주면 어떡하느냐는 비난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거나, 대통령의 말씀대로 의료진이 메르스에 걸린 건 이중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했으나 미처 손을 못 씻었기 때문인 걸로.
7월
뭐…. 특별사면이야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으로 늘 활용해 온 거니까 딱히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고 해서 더 욕먹을 일은 아니다. 다만, 이 짤을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다.
특별 사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입장 발표 모음
8월
건국 67주년?! 이것은 마치 인민혁명당 사건에 두 개의 판결이 있지 않으냐는 어이가 혼비백산하고 달아날 발언과도 같았으니,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를 가슴 깊이 새기고도 그 정신을 계승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참고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건국 67주년’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건데 뉴라이트 및 일부 극우단체에서나 주장하는 드립이다. 이들이 건국일이라 우기는 1948년엔 이미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의회가 소집되고 내각이 구성된 것뿐이다. 올해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1919년 3월 1일에 들불처럼 일어난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해 4월 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함으로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96년째를 맞는 해다.
9월
‘우리 아빠 짱짱맨!’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새마을운동의 공과는 차치하고, 세계 각국 정상 앞에서 아무리 부친이라 한들 독재자를 이렇게 떳떳하게 자랑하는 멘탈은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다. 더 복장이 터지는 건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반기문 UN사무총장께서 ‘새마을운동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드립을 날리셨다는 점이다. 참고로 이 당시 인도네시아에 역대 최고급 초대형 산불이 폭발적인 속도로 산림을 초토화하고 있었는데 반 총장께서는 새마을운동이 번져나간 것만 보이셨던 듯!
10월
때는 바야흐로 2012년 8월 5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당시였다. 그해 5월에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후보자에게 돈을 받고 공천을 시켜줬다는 파문이 일었는데, 이때 이종걸 원내대표가 분노로 가득한 촌철살인의 트윗을 날리게 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해당 트윗을 올리자마자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었다며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깔끔하게(?) 사과를 했다. 그렇게 한 편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는데… 무려 3년이 지난 청와대 여야지도부 회동, 그것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마련한 5자 회담 자리에서 ‘너 이 새X, 3년 전에 나한테 왜 그랬어?’ 하고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한테 몸 안쪽 꽉찬 돌직구를 날린 것이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께서 한 괴한에게 커터칼 피습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 그렇게 오지 말라고 말라고 한 김영삼이 찾아와 ‘나도 네 아버지한테 초산테러 당했다’며 뒤끝 졸렬 끝판왕을 보여준 것과 같은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11월
역사에 남을 개드립으로 11월 14일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제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국민을 테러단체 IS와 동격으로 취급한 발언이었다. 전 세계 어느 대통령도 자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지 않거니와 당시 경찰 측의 캡사이신 물대포에 맞아 중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그 흔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아 ‘저 사람은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빈축을 샀다.
여담으로 대통령의 이 발언만으로 국민의 멘탈은 산산조각이 날 지경이었는데 여당 내에서 몇몇 의원들이 “이번 시위와 IS의 차이점은 IS는 총을 사용하고 불법시위대는 쇠파이프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라 거나 “미국에선 총을 쏴서 시민들을 죽여도 80~90%는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희대의 ‘명언’을 날려 국민의 명치 정중앙에 대못을 통째로 박아버렸다.
참고로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말씀을 하기 2주 전인 11월 10일에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몇몇 인사들이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이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해 이런 발언을 생각 없이 내뱉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2월
……
11월, 12월은 정말이지 추리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역대급 드립이 난무한 달이었다. 특히 12월 23일엔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헬조선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며 ‘누에가 나비가 되듯이 노력하라’고 응원을 보내 주셨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드립이었다. 일부에선 설마 일국의 대통령이 누에가 나비가 될 수 없다는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고 말씀하셨겠느냐며, 이건 ‘어차피 너희는 노력해도 안 되니 빨리 포기하라’는 말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 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대통령님, 제발 부탁 좀 드립니다.
처음에 이 아이템을 잡을 때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달 이상한 소리를 하셨겠느냐며 몇몇 달이 비게 될 테니 이 아이템은 완성될 수 없노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수집은 해 보겠다고 했는데… 웬걸 사례 모으는 시간보다 널리고 널린 사례 중 ‘어떤 게 가장 황당한 발언이지?’ 하고 추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사실 그렇다. 대통령도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말실수 할 수 있다. 근데 이렇게 빈번하게 튀어나오면 그건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잦은 말실수는 실제로 그 사람의 생각이 그러하다는 것의 방증이고 그때마다 성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발언 하나하나가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런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월별로 정리한 개드립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럴 가능성이야 없겠지만, 만약 대통령께서 이걸 보신다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의 방향이 결정된다. 그만큼 그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셨으면 한다. 내년은 다를 거라 기대한다. 2016년엔 부디 이런 아이템이 나오지 않게끔 제발 좀 부탁드린다.
출처 박근혜 대통령 2015년 월별 유우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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