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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과 재벌의 낯 뜨거운 ‘청년고용대책’

정권과 재벌의 낯 뜨거운 ‘청년고용대책’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6-01-22 07:18:28



현 정권의 ‘노동개혁’ 압박과 선동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박근혜는 재계의 길거리 퍼포먼스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연출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20일에는 청년고용증대책으로 대학구조조정까지 내놨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잘 팔리는 이공계는 늘리고 잘 안 팔리는 인문계는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런 단세포식 황당무계한 발상이 또 어디 있을까.

정부 스스로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이런 행태가 얼마나 허황하고 기만적인지, 그간 정부가 시행해온 ‘청년고용대책’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지 낱낱이 밝혀져 있기에 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고용정보원에 발주하여 지난해 12월 제출된 ‘청년 고용대책 이행 사항 모니터링 및 실효성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정부의 그간 청년고용대책 모니터링 결과 취업성공률은 26%에 불과하였다. 그나마도 인턴이나 시간제 등 소위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가 절반에 달하였다.

200만 원~ 300만 원 사이 월평균 임금은 19.3%에 불과하였고, 80% 정도는 150만 원의 저임금이었다. 취업자 중 대기업은 10.4%, 중견기업은 9.9%에 불과하였고, 중소기업이 62.9%로 압도적이다.

정부의 청년고용대책에 참가한 60%는 여전히 “일자리 찾는 중”으로 조사되었으니 해마다 2조 원을 쏟아 부은 결과치고는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해마다 전문대졸 이상 청년 구직자는 약 38만 명씩 증가했지만,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의 증가 폭은 연평균 약 14만 명에 그쳤다. 지난 10여 년 쭉 그래 왔다.

즉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거나 늘지 않는 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온통 중소 영세기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뿐이니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특히 노동력 수요의 주된 당사자인 재벌을 내버려둔 채, 정부가 노동력 공급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노동개혁’ ‘청년고용대책’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도려내야 할 암세포는 놔둔 채, 외려 다른데 만 골라서 들쑤셔대 온 셈이다.

청년실업문제의 근원은 재벌편중의 경제구조와 정권의 그릇된 정책이 낳은 산물일 뿐이다.

08년 경제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이 그 고통을 짊어질 때, 삼성은 당시 7조 원에 불과하였던 사내유보금이 232조 7천억 원으로 33배나 증가하였고, 10대 재벌기업은 평균 30배나 증대했다. 30대 재벌 전체적으론 710조 원이나 축적하였다.

재벌기업은 정부가 청년고용대책을 쏟아낼 때마다 온갖 생색 다 냈지만, 정작 청년 일자리에 빗장을 걸어 잠근 장본인은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실노동시간 대폭 축소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은 외면한 채, 걸핏하면 노조 탓이고 국회 책임을 걸고넘어질 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나아가 청년고용의무제 등 실효적인 대책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오로지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산’의 ‘노동개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혹한의 맹추위에 얼어 죽을 각오로 200일 넘게 고공농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길 한번 보내지 않고, 거리 서명에 나선 재벌을 향해선 ‘엄동설한’ 운운하는 걸 보면, 염치도 체면도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도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헬 조선’이란 절규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출처  [사설] 정권과 재벌의 낯 뜨거운 ‘청년고용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