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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경제 성적표, 박근혜가 책임져라

초라한 경제 성적표, 박근혜가 책임져라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6-01-28 07:06:47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정책 운용의 모든 것이 아니고, 여기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미 성장률에 집착한 정책을 펼쳐왔고 3%대 성장을 자신했으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짊어지는 게 순리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다 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며 나라 빚을 9조 6천억 원 늘려가며 11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를 무릅쓰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했다. 개별소비세를 내리고 ‘블랙프라이데이’라는 ‘관제’ 할인행사도 밀어붙였다.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있었으니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수단은 거의 동원한 셈이다. 심지어 복역 중인 재벌 기업 회장까지 사면해줬다. 하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다. 성장률 0.3%를 올릴 수 있다던 추경 효과는 어떤지 모호하다. 건설투자 지출이 늘어나 내수를 유지했다지만, 그나마도 작년 4/4 분기에는 6.6% 감소했다. ‘약발’도 오래 가지 않은 셈이다.

군사독재 시절을 빼면 정부가 이렇게 많은 수단을 쏟아부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이 정도 결과라면, 정부 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단지 집행 과정 상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노동소득을 비롯한 가계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귀를 닫았다. 재벌 대기업이 수출 많이 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구태의연한 해법만 되풀이하며 규제완화를 밀어붙인 정책 기조와 방향만 고집했다. 부실한 경제 성적표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연초부터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과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다른 경제지표도 매우 좋지 않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2월보다 2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메르스 사태 직후인 7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1월 현재 경기판단지수와 취업기회전망지수도 각각 7포인트씩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려는가. 현재의 정책기조를 고집하면 백약이 무효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 가다 2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뒤를 좇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자성의 소리라도 들려야 정상인데, 그럴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 실패한 정책을 이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당에 돌아가 완장 찬듯 행세하며 권력 투쟁에 여념이 없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는 청와대 안에서 여전히 남탓으로 일관하며 부패를 척결하면 성장률이 1% 올라간다는 따위의 얘기나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경기침체의 부담을 노동자들에 전가하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레이건 미 대통령은 1980년 선거운동 당시 “불경기’란 당신의 이웃이 실직할 때를, ‘불황'이란 당신이 실직할 때를 말한다. ‘경기회복'이란 (당시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실직할 때를 말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절망하며 생존 위기에 내몰린 국민이 기댈 데는 이제 이것 말고는 없나.


출처  [사설] 초라한 경제 성적표, 박 대통령이 책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