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아랍어 쪽지는 과연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기고] 박근혜도 ‘테러위협’이라던 ‘아랍어 메모’ 진실은?
[민중의소리] 공익법센터 어필(APIL) 이일 변호사 | 최종업데이트 2016-02-03 18:35:48
최근 인천공항이 연이어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일은 지난 30일 인천공항 1층 한 회장실에서 갑자기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른바 ‘폭발물’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화장실 안에 있던 종이상자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mL짜리 생수병 1개”가 테이프로 감겨 조잡한 상태로 부착돼 있었고, 종이 상자 안에는 “기타 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위와 같은 물체를 과연 기폭이 가능한 폭발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흉흉한 추가보도가 이어졌는데 그것은 폭발물과 함께 ‘아랍어로 쓰인 협박성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언론사의 타임라인들에는 ‘테러범’, ‘이슬람국가(IS)’를 언급하는 뉴스가 엄청나게 폭주하였습니다. ‘세상에! 아랍어 협박 편지라니! IS와 같은 단체가 한국에서도 암약하며 드디어 한국도 테러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 되었나?’
이후 위 쪽지는 국민에게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며 주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테러방지법 통과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틀 후엔 심지어 박근혜마저도 ‘아랍어 협박 메모’가 걱정된다며 갑자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폭발물은 그 내용의 조잡성은 물론이거니와 과연 문법도 안 맞고 뜻도 파악하기 어려워 과연 아랍어를 정상적으로 구사하는 아랍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이미 당일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서는 인터넷 번역기를 돌린 것이 아닌가 하며 모방범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번역기를 돌려서 협박 편지글을 작성하고, 심지어 이를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프린트하여 폭발물에 첨부할 ‘아랍인 테러리스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위와 같은 발표 이후 이 사건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여론이 넘쳤고 어느덧 관심은 시들해졌습니다.
그런데 2월 1일, TV에 “폭발 의심물 용의자 아랍어 유창 가능성 조사”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무슨 보도인가 싶어 직접 검색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자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는 기사인가 싶었습니다. “아랍어에 유창한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란 판단의 이유가 “아랍어 문법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글이 인쇄”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될까요? 더욱이 그 아래 문장에는 심지어 “인터넷 번역기 프로그램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아랍어로 번역돼 경찰은 용의자가 번역기를 사용했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쓰여 있는데, 앞 문장과 뒤 문장이 말이 맞나요? 이런 상황에서 “아랍어 유창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뽑다니요?
경찰은 위 메모를 “이것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 해석도 해석이거니와 쪽지에 쓰인 아랍어를 살펴보면 아랍어를 약간만 공부하였더라도 알 수 있는 의문점이 여럿, 발견됨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첫째 줄의 문장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은 직역하면 “알라가 알라를 벌할 것이다”라는 이상한 뜻입니다. 경찰은 애매하니 목적어 알라를 빼고 뭔가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한 것 같은데 그 어떤 아랍인도 ‘알라가 알라를 벌한다’라는 불경건한 표현을 사용할 여지가 없습니다.
둘째, ‘알라’라는 이슬람의 신을 언급하는 단어에 매우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대거 알리프’(6)와 이중발음을 표시하는 샷다(5)가 없습니다.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결코 아랍인들은 저런 실수를 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셋째, 두 번째 문장의 마침표가 문장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사용되었습니다. 아랍어는 한국어, 영어 등 대다수 언어와 달리 오른쪽에 왼쪽으로 적기에 마침표는 문장 왼쪽에 사용됩니다. 번역기로 문장을 작성한 후 아랍어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워드프로세서에서 맨 오른쪽에 습관적으로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닐까요?
넷째, 두 번째 줄에 기재된 단어구는 그 자체로 해석이 잘 안 될 뿐 아니라 يخاص라고 기재된 동사는 존재하지 않는 동사고 어근을 활용하면 يخص라고만 사용할 뿐입니다. 뒷부분이 훼손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해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과연, 위 문서를 누가 작성한 것일까요? 아랍어 작성법을 전혀 배워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 그러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고독했던 사람이 혼자서 타자를 해서 또는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나 다른 국가 사람이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자세한 사실관계는 아직 다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비록 그 내용과 실체가 모호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평화, 생명, 자유를 침해하는 테러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연말 국정원장의 난데없는 ‘시리아 난민 200명 발언’이 반 외국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테러방지법 제정 군불 때기로 이미 활용된 일, 법정에서 죄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들을 지칭하며 ‘IS 추종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고 테러방지법 제정이 미뤄지는 것을 개탄한 일, 그리고 최근의 일련의 사고 이후 또다시 ‘아랍어 협박 편지가 걱정된다’고 대통령이 언급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 일, 또한 이런 뉴스거리들을 종편과 언론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여 자극적으로 반복해서 쏟아낸 것은 과연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순서일까요?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얼마 전 2015년 90여개 국가의 인권 상황을 평가해 방대한 ‘World Report 2016’(월드 리포트 2016, 전문(pdf))를 발표하였습니다. 위 보고서 서문 “쌍둥이 공포:어떻게 공포의 정치와 시민사회 탄압이 세계 인권을 위태롭게 하는가(How the Politics of Fear and the Crushing of Civil Society Imperil Global Rights)”에서 Kenneth Roth(케네스 로스) 편집장은 테러리즘과 난민 문제에 대한 휘발성 강한 시각들이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서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각국 정부 및 다양한 기구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같은 공포의 정치는 SNS를 통해 확대되고, 이민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언행과 혐오범죄가 유럽 내에서 만연하게 되었으며, 정부들은 이 공포를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빌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비록 위 보고서에서 비판하는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시사점이 크다고 봅니다.
어쩌면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누가 저 쪽지를 작성하였는가’보다 더 의미 있는 질문은 ‘누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랍인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가’인지도, 그리고 ‘아랍인이 저 쪽지를 작성하였을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누군가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했다고 믿게끔 하려는 것이 아닐까’가 아닐까요?
과연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삶의 고통이 ‘테러’ 때문일까요?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우리 삶의 안전이 지금 침해받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삶의 불안이 완벽한 타자인 ‘난민, 이주민’들 때문일까요? 공포의 정치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어느덧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시민 자신도 자신을 옥죄어 활동영역을 축소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을 긍정하고 움츠리기 전에 상식적으로 질문하고 의문을 품는 근원적인 능력을 다시 한 번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공익법센터 어필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출처 인천공항 아랍어 쪽지는 과연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기고] 박근혜도 ‘테러위협’이라던 ‘아랍어 메모’ 진실은?
[민중의소리] 공익법센터 어필(APIL) 이일 변호사 | 최종업데이트 2016-02-03 18:35:48
▲ 1월 29일 오후 4시1분께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내 1층 남자 화장실에 묶여있던 부탄가스와 함께 발견된 아랍어 메모지. ⓒ뉴시스
최근 인천공항이 연이어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일은 지난 30일 인천공항 1층 한 회장실에서 갑자기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른바 ‘폭발물’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화장실 안에 있던 종이상자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mL짜리 생수병 1개”가 테이프로 감겨 조잡한 상태로 부착돼 있었고, 종이 상자 안에는 “기타 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월 30일 : 소위 “폭발물”, “무시무시한 아랍어 협박 편지”
과연 위와 같은 물체를 과연 기폭이 가능한 폭발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흉흉한 추가보도가 이어졌는데 그것은 폭발물과 함께 ‘아랍어로 쓰인 협박성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언론사의 타임라인들에는 ‘테러범’, ‘이슬람국가(IS)’를 언급하는 뉴스가 엄청나게 폭주하였습니다. ‘세상에! 아랍어 협박 편지라니! IS와 같은 단체가 한국에서도 암약하며 드디어 한국도 테러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 되었나?’
이후 위 쪽지는 국민에게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며 주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테러방지법 통과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틀 후엔 심지어 박근혜마저도 ‘아랍어 협박 메모’가 걱정된다며 갑자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1월 30일(2) : 하지만 “인터넷 번역기를 돌린 것 같다”는 발표
그런데 위 폭발물은 그 내용의 조잡성은 물론이거니와 과연 문법도 안 맞고 뜻도 파악하기 어려워 과연 아랍어를 정상적으로 구사하는 아랍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이미 당일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서는 인터넷 번역기를 돌린 것이 아닌가 하며 모방범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번역기를 돌려서 협박 편지글을 작성하고, 심지어 이를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프린트하여 폭발물에 첨부할 ‘아랍인 테러리스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위와 같은 발표 이후 이 사건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여론이 넘쳤고 어느덧 관심은 시들해졌습니다.
2월 1일 : “아랍어 유창 가능성을 조사”한다는 경찰
그런데 2월 1일, TV에 “폭발 의심물 용의자 아랍어 유창 가능성 조사”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무슨 보도인가 싶어 직접 검색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자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는 기사인가 싶었습니다. “아랍어에 유창한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란 판단의 이유가 “아랍어 문법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글이 인쇄”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될까요? 더욱이 그 아래 문장에는 심지어 “인터넷 번역기 프로그램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아랍어로 번역돼 경찰은 용의자가 번역기를 사용했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쓰여 있는데, 앞 문장과 뒤 문장이 말이 맞나요? 이런 상황에서 “아랍어 유창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뽑다니요?
과연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아니면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하는 것일까?
경찰은 위 메모를 “이것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 해석도 해석이거니와 쪽지에 쓰인 아랍어를 살펴보면 아랍어를 약간만 공부하였더라도 알 수 있는 의문점이 여럿, 발견됨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첫째 줄의 문장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은 직역하면 “알라가 알라를 벌할 것이다”라는 이상한 뜻입니다. 경찰은 애매하니 목적어 알라를 빼고 뭔가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한 것 같은데 그 어떤 아랍인도 ‘알라가 알라를 벌한다’라는 불경건한 표현을 사용할 여지가 없습니다.
▲ 알라가 알라를 벌할 것이다? ⓒ이일 변호사/갈무리 화면
2016.02.03 15:28 어필 블로그에 ‘초록이’님이 위와 같은 문장은 ‘알라의 처벌을 알라’라고 한국어로 번역기에 입력해서, 앞의 알라와 뒤의 알라를 번역기가 같은 말로 이해해서 그런 것 같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실제로 입력해보니 그렇게 나옵니다. 한국어로 원문을 입력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이네요. 감사드립니다.
둘째, ‘알라’라는 이슬람의 신을 언급하는 단어에 매우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대거 알리프’(6)와 이중발음을 표시하는 샷다(5)가 없습니다.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결코 아랍인들은 저런 실수를 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 ‘알라’ 문자 비교. ⓒ이일 변호사/갈무리 화면
셋째, 두 번째 문장의 마침표가 문장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사용되었습니다. 아랍어는 한국어, 영어 등 대다수 언어와 달리 오른쪽에 왼쪽으로 적기에 마침표는 문장 왼쪽에 사용됩니다. 번역기로 문장을 작성한 후 아랍어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워드프로세서에서 맨 오른쪽에 습관적으로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닐까요?
▲ 아랍어 메모지. ⓒ이일 변호사/갈무리 화면
넷째, 두 번째 줄에 기재된 단어구는 그 자체로 해석이 잘 안 될 뿐 아니라 يخاص라고 기재된 동사는 존재하지 않는 동사고 어근을 활용하면 يخص라고만 사용할 뿐입니다. 뒷부분이 훼손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해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 아랍어 메모지. ⓒ이일 변호사/갈무리 화면
과연, 위 문서를 누가 작성한 것일까요? 아랍어 작성법을 전혀 배워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 그러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고독했던 사람이 혼자서 타자를 해서 또는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나 다른 국가 사람이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자세한 사실관계는 아직 다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비록 그 내용과 실체가 모호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평화, 생명, 자유를 침해하는 테러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연말 국정원장의 난데없는 ‘시리아 난민 200명 발언’이 반 외국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테러방지법 제정 군불 때기로 이미 활용된 일, 법정에서 죄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들을 지칭하며 ‘IS 추종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고 테러방지법 제정이 미뤄지는 것을 개탄한 일, 그리고 최근의 일련의 사고 이후 또다시 ‘아랍어 협박 편지가 걱정된다’고 대통령이 언급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 일, 또한 이런 뉴스거리들을 종편과 언론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여 자극적으로 반복해서 쏟아낸 것은 과연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순서일까요?
공포의 정치와 인권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얼마 전 2015년 90여개 국가의 인권 상황을 평가해 방대한 ‘World Report 2016’(월드 리포트 2016, 전문(pdf))를 발표하였습니다. 위 보고서 서문 “쌍둥이 공포:어떻게 공포의 정치와 시민사회 탄압이 세계 인권을 위태롭게 하는가(How the Politics of Fear and the Crushing of Civil Society Imperil Global Rights)”에서 Kenneth Roth(케네스 로스) 편집장은 테러리즘과 난민 문제에 대한 휘발성 강한 시각들이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서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각국 정부 및 다양한 기구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같은 공포의 정치는 SNS를 통해 확대되고, 이민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언행과 혐오범죄가 유럽 내에서 만연하게 되었으며, 정부들은 이 공포를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빌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비록 위 보고서에서 비판하는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시사점이 크다고 봅니다.
어쩌면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누가 저 쪽지를 작성하였는가’보다 더 의미 있는 질문은 ‘누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랍인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가’인지도, 그리고 ‘아랍인이 저 쪽지를 작성하였을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누군가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했다고 믿게끔 하려는 것이 아닐까’가 아닐까요?
과연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삶의 고통이 ‘테러’ 때문일까요?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우리 삶의 안전이 지금 침해받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삶의 불안이 완벽한 타자인 ‘난민, 이주민’들 때문일까요? 공포의 정치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어느덧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시민 자신도 자신을 옥죄어 활동영역을 축소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을 긍정하고 움츠리기 전에 상식적으로 질문하고 의문을 품는 근원적인 능력을 다시 한 번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공익법센터 어필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 공익법센터 ‘어필’(APIL) 이일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APIL)' 제공
출처 인천공항 아랍어 쪽지는 과연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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