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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남은 대북정책 결국 개성공단마저 폐쇄

감정만 남은 대북정책 결국 개성공단마저 폐쇄
[민중의소리] 정혜규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10 22:35:38


10일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 해소’를 재개 조건으로 달았기에 사실상 폐쇄 조치다.

정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히 대응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개성공단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작년(2015년)에만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1,320억 원(1억2천만 불)이 유입되었으며 이것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중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그러나 정부 설명을 따르더라도 개성공단 폐쇄가 과연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인지는 불명확하다. 오히려 그간 험난했던 남북관계에도 유지되어왔던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은 실효성이나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 무역규모의 1% 수준, 실효성 낮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실제 벌어들이는 수입은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인 1억2천만 불에 불과하다. 북한의 대외무역을 70~80억 달러로 추산한다면 전체 교역규모의 1%를 조금 넘는다. 이 중에서 북한 정부로 들어가는 돈은 약 30%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400억 원 수준이다.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약 5만4천 명이고, 이들의 가족을 합치면 20만 명의 생계에 타격이 가겠지만, 이 역시 중기적으로는 다른 부문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개성공단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정부 성명 조차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인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만약 이런 증거가 뚜렷했다면 그동안의 UN 안보리 제재에서 개성공단은 당연히 대상 목록에 올랐어야 한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이 안보리 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쪽으로 미국 등을 설득해 왔다. 이 논리가 갑자기 뒤집힌 것이다.

개성의 식수 공급 등이 중단되는 부가적 효과도 민간인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인도주의적 활동을 국제 제재에서 예외로 두어온 흐름과도 배치된다는 의미다.

반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기업의 피해는 뚜렷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의 총생산액은 약 6,200억 원이다. 전체 생산액에서 북측으로 이전되는 비용이 20% 정도에 그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3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발생했던 5개월간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남측이 입은 피해는 최대 10조 원으로 추정됐다.

2013년 5개월간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모든 입주기업이 다시 개성으로 돌아간 것만 보아도 개성공단의 상업적 가치는 뚜렷하다. 남북이 모두 손해를 입지만, 북측의 피해에 비해 오히려 남측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감정만 남은 대북정책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과거와 다른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조치의 성격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고강도 대북제재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개성공단 폐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이를 한국의 ‘고육책’으로 이해하면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또 하나의 ‘긴장 고조 행위’로 이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별 근거가 없다. 개성공단은 설립 이후로 줄곧 ‘민족 내부 문제’로 간주하여 한미FTA나 UN 안보리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한 적도 없는 문제를 우리가 먼저 나서서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박근혜의 ‘의지’뿐이다.

이번 조치 역시 통일부 등 관계 부처는 뒤로 한 채 청와대 NSC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개성공단에 참여한 기업인들의 의견 수렴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사드 도입 문제나 6자회담 무용론 등 최근 이뤄진 주요한 정책 전환에서 관계 부처들이 참여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치고 나가면 행정부처들이 뒤를 받치는 식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의 대북, 대외 정책을 보면 북한과 주변국의 입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한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치밀한 계산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판단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출처  감정만 남은 대북정책 결국 개성공단마저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