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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한 개성공단 중단, 법적 근거도 불명확해”

“절차 무시한 개성공단 중단, 법적 근거도 불명확해”
[인터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11 12:54:34


▲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군이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번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의 법적 근거가 무엇입니까?”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를 발표한 후, 중단조치의 법적 성격과 근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설 연휴 마지막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왜 중단하는지’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절차에 따라 취한 조치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느닷없는 중단, 법치주의 국가라면 제대로 근거를 갖고 절차 지켜야하는 것 아닌가"

▲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의 중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사업주들에게 제대로 미리 통지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서 정부에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송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성이라는 공간에서 북측 노동자를 고용해 120개가 넘는 기업들이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해왔는데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심각한 재산권 침해(개성공단 중단조치)는 당연히 법적 근거를 갖고 절차를 지켜서 해야 한다"면서 “과연 이번 중단조치가 어떤 법적 조치인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명확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중단 조치에 적용 가능한 법적 근거는 헌법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법’)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긴급경제재정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한하여 가능하다. 조치를 취한 당일(10일), 국회가 소집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관련 규탄 결의안을 가결한 만큼 이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남북교류법에 따르면 남북 간 경제, 문화, 관광, 의료 등 협력사업을 하려는 자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승인받은 사업을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데, 정지할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야 하고, 정지·취소 전에 청문해야 한다. 청문 시행 10일 전까지 정지나 취소 사유가 적힌 서면을 사업주들에게 보내야 한다.

개성공단은 경제협력사업의 목적으로 남북교류법상 승인을 거쳐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개성 공단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법률에 따른 절차와 무관하게 10일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다.

송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중단조치가 개성공단에 대한 승인을 취소한 것인지 일정 기간 정지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송 변호사는 11일 청와대와 통일부에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노동자 임금 지급이 ‘국가안전보장 해칠 명백한 우려’?
이번 조치 수많은 문제 담고 있어"

▲ 개성공단 모습.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교류법상 승인사업을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유 중 이번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임금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만큼 양자 제재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준 임금이 전용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같이 참여해서 만든 개성공단 규정에 따르면 임금은 노동자들의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고, 실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서 “임금지급 행위 자체가 국가안전보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다는 건 북한 지역에서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임금이 이른바 핵이나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전용됐다고 확인된 바도 없는데 이를 명백한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 공단법’에 의하더라도 정부는 개성공단 개발과 기업 경영활동이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 법에 비춰보더라도 이번 전면중단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의 조치가 국내법적 근거가 있는지 뿐만 아니라 북한 노동자 해고 및 퇴직금 지급 등 개성공단 규정 관련 문제, 통상법·노동법 관련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면서 “1차적으로 과연 정부가 이번 조치를 어떤 성격의 조치로 보고 있는지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출처  “절차 무시한 개성공단 중단, 법적 근거도 불명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