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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중단’ 뒷통수 맞은 개성공단 업체들, “파산 지경” 아우성

‘전면 중단’ 뒷통수 맞은 개성공단 업체들, “파산 지경” 아우성
설비가 무슨 재봉틀인줄 아나” 현실성 없는 정부 지침에 반발도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11 15:13:46


▲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출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정부의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 발표로 공단에 생산설비를 둔 업체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당장 납부기한을 맞추지 못하게 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2013년 중단 이후 간신히 복구한 회사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회사가 도산할 위기”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정확한 지침에 혼란을 겪거나 생산설비 철수 등의 방침에 “현실성 없는 행정”이라는 반발도 제기됐다.

2008년 개성공단에 진출해 숙녀복을 생산하는 Y업체 관계자는 11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당장 오늘(11일) 납품기일이 잡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피해 규모를 책정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아는 것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정부 발표를 10분 정도 빨리 아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남녀 셔츠 등 의류제품을 생산하는 J업체 사장은 “잠정 중단이라면 회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보겠지만 사실상 거의 폐쇄가 아닌가”라며 “회사가 도산 상황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정확한 지침으로 혼란을 겪는 업체도 있었다. 개성공단에서 재생 토너 등을 생산하는 P업체에서는 이날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다. 업체 사장 A 씨는 직원들을 향해 “반으로 줄이라고”라고 고함을 쳤고 직원들은 “정확한 기준도 없이 어떻게 뭘 줄이느냐”고 당혹스러워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의 직후 “어제부터 (개성공단) 업체들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모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더라”라며 “당장 직원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산설비까지 철수하라는 정부 지침에 반발하는 업체도 있었다. 개성공단에서 시계부품 등을 생산하는 H업체 정 모 대표는 “한대에 7천만 원에서 8천만 원에 달하는 생산기계들이 100여 대나 개성에 있는데 이걸 어떻게 다 철수해서 새로 설치하느냐”면서 “무슨 재봉틀도 아니고 대체 공장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앞으로의 신뢰문제가 걱정된다”면서 “이제 (개성공단이) 스톱 된다고 하면 영원히 재기가 불능해져 피해 금액으로 환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013년 당시 앞으로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놓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시키니 매우 불쾌하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업체는 이번 달에만 거래처 30여 곳 21만여 개의 시계 부품을 납품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완성품과 재고를 방출해 급한 대로 납품을 맞출 계획이지만 부족분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개성공단 현지 생산 규모가 적은 업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개성공단에서 등산화 등을 생산하는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K2의 마케팅팀 관계자는 “등산화 매출 1천억 원 중 개성공단 생산 매출액 비중은 2%가량”이라며 “이 부분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예측 할 수 없지만 피해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24개 개성공단 입주자 협의체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1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부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이 통제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출처  ‘전면 중단’ 뒷통수 맞은 개성공단 업체들, “파산 지경” 아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