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국정원, 환경단체 대표 뒷조사

국정원, 환경단체 대표 뒷조사
노조 간부, 변호사도 통신자료 뒤져봐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 | 입력 : 2016.03.04 13:02:19 | 수정 : 2016.03.04 17:36:23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국가정보원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가 4일 SK텔레콤에서 확인한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9일 국정원의 통신자료 요청에 따라 SK텔레콤이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제공 요청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제83조’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제83조 3항은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떤 사유로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입건된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국정원의 명백한 뒷조사이다”고 주장했다.

▲ 윤지영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윤지영 변호사 역시 이날 SK텔레콤에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조회한 결과 서울 종로경찰서가 지난해 5월 18일 윤 변호사의 통신자료를 요청해 받아간 것으로 나왔다.

윤 변호사는 “작년 5월 18일에 종로경찰서에서 내 정보를 요청했고, 통신사가 그걸 넘겨줬다는 것”이라며 “작년 5월 18일, 그 무렵 변호인 자격으로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의 종로경찰서 경찰 조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도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 국정원, 경찰청, 서울경찰청, 남대문경찰서, 서대문경찰서가 지난 4개월간 10차례 통신을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했다.

박 실장은 “제 개인정보를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듯 10차례나 들여다보았다”며 “민주주의와 노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것뿐인 제게 국가가 이래도 되는 걸까요”라고 밝혔다.

곽이경 민주노총 대외협력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신정보 제공내역이 신청 일주일 만에 도착했다. 경찰과 국정원이 1년간 17차례 내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며 “주로 큰 집회 전후인데 도대체 모르겠는 날도 있었다”고 남겼다.

곽 부장은 “아무튼 내일부터 아이폰으로 갈아탄다”며 “스마트폰 개통이래 처음으로 안드로이드를 버린다”고 밝혔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을 포함하는 신상 자료다. 이용자 위치 정보와 통화내역까지 포함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통신비밀 보호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이통사에 마음대로 요청해 확인할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신훈민 변호사는 “통신자료 역시 중요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만큼 조회 요청 시 법원 영장을 받게 하고, 자료 제공 시 당사자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국정원 등이 환경단체와 노조 간부, 변호사 통신자료 뒤져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