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해고 막은 ‘4,000원’
관리비 절감 대신 ‘경비원과 함께’…입주민들 대응 화제
최저임금 인상 이유 ‘경비원 감축’ 방안 나오자 다양한 의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서 인원 감축 결정 직전 일정 연장
[한겨레] 박수진 기자 | 등록 : 2016-03-04 14:35 | 수정 : 2016-03-04 20:51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을 감축하려는 방안에 대해 ‘관리비 절감’ 대신 ‘경비원과 함께 사는 아파트’를 선택하자며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낸 주민들의 호소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격투기 대회인 유에프시(UFC) 등의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김남훈(41) 씨는 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 여부를 두고 벌어진 주민투표를 소개하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인쇄물을 실었다. 그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ㅇ 아파트는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으로 세대별 관리비가 4천 원 인상된다. 경비원을 유지할지, 아니면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할지 투표로 결정한다’는 공고문을 붙였다고 한다.
김 씨는 “(공고문을 보고) 하도 기가 차서” 승강기에다 1,000원짜리 지폐 4장과 ‘저 4,000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부착했다고 했다. 그는 인쇄물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관리비 가구당 4,000원이 올라가니 경비원분들을 6명 해고할지 12명 해고할지 선택하라니요. 저 4,000원 있습니다”라고 항의하며 “이 용지(게시물)는 1월 31일 자진 철거하겠다. 부디 떼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 씨는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경비원 인원을 감축하고 CCTV를 설치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부결된 바 있다”며 “올해 들어서도 관리비 4,000원 인상 때문에 경비원들을 감축안 얘기가 나와서 1월 중순쯤 게시물을 부착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며칠 전 ‘경비원 감축안이 부결됐다’고 공고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경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관리비가 오른다는 보도를 많이 봤다”며 “아파트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조절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축소하면 되는데, 그런 논의들이 선행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은 주민들의 택배를 받아주거나, 쓰레기 재활용 돕기, 눈 치우기 등 주민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면 당장에는 비용도 절감되고 범죄가 예방될 것 같지만, 범죄 예방보다 증거 확보에 유리한 정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ㅎ 아파트 주민 이지호(42) 씨도 지난달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파트 경비원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 씨는 통화에서 “당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인원 감축 찬·반 동의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경비원 인원 감축에 반대할 때는 대안을 제시해 써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ㅎ 아파트 ‘경비실 통합에 대한 인원 감축 찬·반 동의서’를 살펴보면,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6명을 감원하는 찬성 의견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반대 의견을 선택하도록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동의서에서 “찬·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세대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비원 인원 절감을 반대할 때는 입주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기인해 검토하게 된다”며 “입주민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해 가능한 대안까지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 씨는 찬·반 동의서에 “세대별로 관리비 절감 예상액이 크지 않고, CCTV 증설보다 6명의 경비원을 유지하는 것이 보안에 더 도움이 된다”며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 입주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반대 의견을 적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한 장의 편지를 덧붙였다. 학부모인 이 씨는 편지에 “매일 아침 교통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아파트 단지 내에 낯선 사람이 돌아다니면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 경비원들의 모습을 본다”며 “경비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사는 이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CCTV는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차를 막지 못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어떻게 왔냐고 묻지 못한다”며 “경비원 감축안을 제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2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치고 경비실 통합에 따른 인원 감축을 결정하려 했으나, 이 일정을 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경비원 해고 막은 ‘4,000원’
관리비 절감 대신 ‘경비원과 함께’…입주민들 대응 화제
최저임금 인상 이유 ‘경비원 감축’ 방안 나오자 다양한 의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서 인원 감축 결정 직전 일정 연장
[한겨레] 박수진 기자 | 등록 : 2016-03-04 14:35 | 수정 : 2016-03-04 20:51
▲ 김남훈 씨는 아파트 경비원 감축안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천 원짜리 지폐 4장과 ‘저 4,000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엘리베이터에 부착했다. 사진 김남훈 씨 제공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을 감축하려는 방안에 대해 ‘관리비 절감’ 대신 ‘경비원과 함께 사는 아파트’를 선택하자며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낸 주민들의 호소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격투기 대회인 유에프시(UFC) 등의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김남훈(41) 씨는 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 여부를 두고 벌어진 주민투표를 소개하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인쇄물을 실었다. 그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ㅇ 아파트는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으로 세대별 관리비가 4천 원 인상된다. 경비원을 유지할지, 아니면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할지 투표로 결정한다’는 공고문을 붙였다고 한다.
김 씨는 “(공고문을 보고) 하도 기가 차서” 승강기에다 1,000원짜리 지폐 4장과 ‘저 4,000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부착했다고 했다. 그는 인쇄물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관리비 가구당 4,000원이 올라가니 경비원분들을 6명 해고할지 12명 해고할지 선택하라니요. 저 4,000원 있습니다”라고 항의하며 “이 용지(게시물)는 1월 31일 자진 철거하겠다. 부디 떼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 씨는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경비원 인원을 감축하고 CCTV를 설치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부결된 바 있다”며 “올해 들어서도 관리비 4,000원 인상 때문에 경비원들을 감축안 얘기가 나와서 1월 중순쯤 게시물을 부착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며칠 전 ‘경비원 감축안이 부결됐다’고 공고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경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관리비가 오른다는 보도를 많이 봤다”며 “아파트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조절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축소하면 되는데, 그런 논의들이 선행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은 주민들의 택배를 받아주거나, 쓰레기 재활용 돕기, 눈 치우기 등 주민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면 당장에는 비용도 절감되고 범죄가 예방될 것 같지만, 범죄 예방보다 증거 확보에 유리한 정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고 했다.
▲ 이지호 씨는 아파트 경비원 감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장문의 편지로 적어 입주민 대표자회의에 전달했다. 사진 이지호 씨 제공
서울 종로구 무악동 ㅎ 아파트 주민 이지호(42) 씨도 지난달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파트 경비원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 씨는 통화에서 “당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인원 감축 찬·반 동의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경비원 인원 감축에 반대할 때는 대안을 제시해 써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ㅎ 아파트 ‘경비실 통합에 대한 인원 감축 찬·반 동의서’를 살펴보면,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6명을 감원하는 찬성 의견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반대 의견을 선택하도록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동의서에서 “찬·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세대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비원 인원 절감을 반대할 때는 입주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기인해 검토하게 된다”며 “입주민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해 가능한 대안까지 제시해달라”고 했다.
▲ ㅎ 아파트의 경비실 통합에 대한 인원 감축 찬·반 동의서. 사진 이지호 씨 제공
이 씨는 찬·반 동의서에 “세대별로 관리비 절감 예상액이 크지 않고, CCTV 증설보다 6명의 경비원을 유지하는 것이 보안에 더 도움이 된다”며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 입주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반대 의견을 적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한 장의 편지를 덧붙였다. 학부모인 이 씨는 편지에 “매일 아침 교통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아파트 단지 내에 낯선 사람이 돌아다니면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 경비원들의 모습을 본다”며 “경비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사는 이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CCTV는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차를 막지 못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어떻게 왔냐고 묻지 못한다”며 “경비원 감축안을 제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2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치고 경비실 통합에 따른 인원 감축을 결정하려 했으나, 이 일정을 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경비원 해고 막은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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