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후에도 아파트 지키는 경비원들
경비원 지키려 천막농성 시작한 주민들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6-03-03 21:16:37
“주민들이 우리 해고 막으려고 (천막)농성까지 하는데 포기할 수 없잖아요”
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대아·동신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이준석(69·가명) 씨는 지난달 29일 자로 해고통보를 받은 ‘해고경비원’이다. 하지만 이 씨는 평소와 같이 분리수거를 하고 단지 순찰을 하며 경비업무를 수행했다. 그와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40여 명도 아파트 각 통로 경비실을 지키고 있었다.
해고 통보에도 경비실을 지키는 이유를 묻는 말에 경비원 이 씨는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고, 아파트 회장의 사과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씨는 지난 5년간 대아·동신아파트에서 일했다. “다른 아파트는 경비원들을 천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 주민들은 안 그래요. 이웃처럼 생각해주는 주민이 많아서 오래 일했던 건데 통합보안시스템 도입을 위해 경비원을 해고한다는 아파트 회장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줄곧 시끄러워요.”
이 씨는 세무사 출신 김모 아파트 회장과의 상황을 설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경비원들을 지목해 “그러니까 네가 경비밖에 못 하지”, “너는 내가 꼭 해고시킬거야”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김 회장은 또 아파트 전체 주민이 받아보는 통합보안시스템 도입 홍보 안내문에 ‘잡일만 하는 경비원을 해고해 아파트 가치를 상승시키자’는 모독성 발언을 일삼았다. (▶ 관련기사 : [단독] 경비원 44명 전원 해고하겠다는 아파트 대표, 반대하는 주민들)
이 씨는 “퇴직 후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경비 일을 시작했는데 경비를 폐인 취급하는 아파트 회장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우리 해고를 막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만둘 수 없었다”며 “아파트에 남아달라는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이곳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대아·동신아파트 입주민들도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100명이 넘는 주민들은 교대로 천막을 지키며 입주자대표회의에 경비원 해고를 일으키는 통합보안시스템 추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천막에서 만난 민영자(70)씨는 “아파트 회장이 일방적으로 보안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경비원을 해고한 상황을 지켜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지난 20년간 경비아저씨와 조화롭게 살아온 아파트의 멋진 전통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23년간 아파트에 거주한 이혜석(63)씨는 “이렇게 많은 주민이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공동체와 경비아저씨를 지키기 위해 의식 있는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현재 어디에도 소속된 곳 없이 일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대아·동신아파트는 국토교통부와 강서구청으로부터 새로운 경비업체의 입찰과정이 적절치 않아 입찰이 무효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경비원 해고문제로 논란이 일자 1순위 낙찰기업인 C 업체가 대아·동신아파트와의 계약을 포기했고, 대아·동신아파트가 차순위 경비업체와 임의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그래서 통합보안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신규 경비업체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 관련기사 : [단독] ‘관리비 줄이자’ 경비원 전원 해고한 아파트, 최고 입찰가 경비업체 낙찰)
한편, 대아·동신아파트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보안시스템 도입 주민투표를 진행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이 집집이 방문해 도입 찬반 의사를 묻고, 전체 660가구 중 406가구가 찬성했다고 공고했다. 결국, 주민 40여 명이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 입주자대표회의의 경비원 해고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또 주민들은 보안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경비원을 해고한 아파트 회장을 해임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오는 5일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해고’ 후에도 아파트 지키는 경비원, 주민들 천막농성
경비원 지키려 천막농성 시작한 주민들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6-03-03 21:16:37
“주민들이 우리 해고 막으려고 (천막)농성까지 하는데 포기할 수 없잖아요”
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대아·동신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이준석(69·가명) 씨는 지난달 29일 자로 해고통보를 받은 ‘해고경비원’이다. 하지만 이 씨는 평소와 같이 분리수거를 하고 단지 순찰을 하며 경비업무를 수행했다. 그와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40여 명도 아파트 각 통로 경비실을 지키고 있었다.
해고 후에도 아파트 지키는 경비원들
▲ 서울 가양동 대아·동신아파트에서 해고된 경비원이 3일 오전 단지내에서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해고 통보에도 경비실을 지키는 이유를 묻는 말에 경비원 이 씨는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고, 아파트 회장의 사과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씨는 지난 5년간 대아·동신아파트에서 일했다. “다른 아파트는 경비원들을 천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 주민들은 안 그래요. 이웃처럼 생각해주는 주민이 많아서 오래 일했던 건데 통합보안시스템 도입을 위해 경비원을 해고한다는 아파트 회장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줄곧 시끄러워요.”
이 씨는 세무사 출신 김모 아파트 회장과의 상황을 설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경비원들을 지목해 “그러니까 네가 경비밖에 못 하지”, “너는 내가 꼭 해고시킬거야”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김 회장은 또 아파트 전체 주민이 받아보는 통합보안시스템 도입 홍보 안내문에 ‘잡일만 하는 경비원을 해고해 아파트 가치를 상승시키자’는 모독성 발언을 일삼았다. (▶ 관련기사 : [단독] 경비원 44명 전원 해고하겠다는 아파트 대표, 반대하는 주민들)
이 씨는 “퇴직 후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경비 일을 시작했는데 경비를 폐인 취급하는 아파트 회장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우리 해고를 막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만둘 수 없었다”며 “아파트에 남아달라는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이곳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경비원 지키려 천막농성 시작한 주민들
▲ 서울 가양동 대아·동신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 해고를 일으키는 통합보안시스템 도입을 막기 위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민중의소리
대아·동신아파트 입주민들도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100명이 넘는 주민들은 교대로 천막을 지키며 입주자대표회의에 경비원 해고를 일으키는 통합보안시스템 추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천막에서 만난 민영자(70)씨는 “아파트 회장이 일방적으로 보안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경비원을 해고한 상황을 지켜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지난 20년간 경비아저씨와 조화롭게 살아온 아파트의 멋진 전통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23년간 아파트에 거주한 이혜석(63)씨는 “이렇게 많은 주민이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해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공동체와 경비아저씨를 지키기 위해 의식 있는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현재 어디에도 소속된 곳 없이 일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대아·동신아파트는 국토교통부와 강서구청으로부터 새로운 경비업체의 입찰과정이 적절치 않아 입찰이 무효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경비원 해고문제로 논란이 일자 1순위 낙찰기업인 C 업체가 대아·동신아파트와의 계약을 포기했고, 대아·동신아파트가 차순위 경비업체와 임의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그래서 통합보안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신규 경비업체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 관련기사 : [단독] ‘관리비 줄이자’ 경비원 전원 해고한 아파트, 최고 입찰가 경비업체 낙찰)
한편, 대아·동신아파트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보안시스템 도입 주민투표를 진행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이 집집이 방문해 도입 찬반 의사를 묻고, 전체 660가구 중 406가구가 찬성했다고 공고했다. 결국, 주민 40여 명이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 입주자대표회의의 경비원 해고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또 주민들은 보안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경비원을 해고한 아파트 회장을 해임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오는 5일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해고’ 후에도 아파트 지키는 경비원, 주민들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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