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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총국 대좌 실체 논란

북한 정찰총국 대좌 실체 논란
망명했다는 北정찰총국 고위급, ‘대좌’ 아니라 단순 마약업자였다?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3 09:02:59



지난 11일 보도된 북한 정찰총국 A대좌(국군의 준장에 해당, 인민군 여단장급) 망명 소식을 국방부가 인정했으나, 해당 인물이 정찰총국 대좌가 아니라 단순 마약 장사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 나왔다. 정황과 사실이 맞아떨어진다면 정부가 4.13 총선 이틀 전 선거 판세를 뒤집고자 무리하게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건’으로 부풀려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12일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황장엽 암살모의·북한 정찰총국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 장현철(가명) 씨에 대한 작년 국정원?검찰 진술조서와 증거기록,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모 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정부 당국이 밝힌 정찰총국 A 대좌는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에 등장하는 장현철 씨와 동일 인물에 가깝다.

우선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의혹을 이해하려면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검찰이 작년 5월 발표한 이 사건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북한이 외화 확보를 위해 정찰총국 주도로 중국에서 마약 거래를 했으며, 이를 위해 정찰총국이 중국에 파견한 공작원 장씨가 남한 사람들을 포섭해 필로폰 제조·판매를 모의하며 장기간 신뢰를 쌓다가 2009~2010년 이들을 통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암살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장 씨의 진술조서에 의존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장 씨와 접촉해 마약 거래를 모의한 김 모(당시 63세) 씨, 황 모(56) 씨, 방 모(68) 씨에게 징역 6~9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 검찰이 작년에 흘린 장현철 정보와 A대좌의 정보 동일

작년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된 장 씨의 입국 시기와 이번에 국방부가 확인해준 A 대좌의 입국 시기는 모두 작년 1월로 일치한다. 진술조서에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귀순했다는 장 씨의 진술도 아내, 딸과 함께 들어왔다는 A 대좌에 대한 정부 당국 설명과 일치한다.

다만 국정원과 검찰이 작성한 진술조서에는 장씨가 2014년 1월에 귀순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검찰이 장 씨의 진술 내용과 달리 2015년 1월에 입국했다고 언론에 흘린 이유가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2.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씨 “정찰총국 대좌, 2년 전에도 한국에 있었다”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으로 지목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민군 장교 출신 홍 모 씨는 12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2014년 1월에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정찰총국 대좌 출신 귀순자를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4년 1월경 국정원 합신센터 조사관들이랑 산책하는데 탈북자들이 배구를 하고 있더라. 조사관들이 배구 경기를 하는 무리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북한에서 온 정찰총국 대좌’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관 말은 그 사람이 장성택 라인이며 중국에서 마약장사를 하다가 공안에 체포된 걸 국정원이 빼 왔다는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북한 정찰총국 출신 A 대좌는 2014년 1월부터 한국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 인민군 ‘대좌급’ 망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2014년 입국한 A 대좌는 홍씨가 2014년 1월에 합신센터에서 본 대좌와 같은 인물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 두 명이나 망명해 있다는 말이 된다. 두 사람이 동일인이든 다른 사람이든 정부 당국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홍 씨는 “보병과 달리 전문병과인 북한 정찰총국에서 별을 달려면 김정일과 친척 관계거나 ‘공화국 영웅’ 칭호를 얻는 이들이어야 하므로 별을 단 사람은 극소수”라며 “대좌는 남한으로 치면 별 하나짜리 준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극소수의 대좌가 두 명이나 탈북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3. A대좌의 실체는 단순 마약 장사꾼?

#1과 #2의 내용을 종합하면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의 장 씨와 이번에 확인된 A 대좌는 같은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 씨에 대한 국정원·검찰의 진술조서와 증거기록에 비춰봤을 때 장 씨는 북한 정찰총국 고위급 요원 혹은 대좌라기보다는 마약 제조·판매업자에 가깝다. 즉 A 대좌의 실체는 정찰총국과는 무관한 단순 마약 장사꾼이라는 것이다.

장씨가 정찰총국 소속임을 확인해주는 내용은 장 씨의 진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정찰총국과 관련한 장 씨의 진술과 서류에서 상당 부분 허점이 발견됐다.

우선 장씨가 정부 당국에 정찰총국 공작원임을 입증하는 서류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것은 북한에서 공식 발급한 공무여권과 운전면허증, 중국 당국이 내준 외국인 취업증, 결혼확인서, 가족확인서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들 서류에서는 장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점만 확인될 뿐 정찰총국 소속임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들 서류는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서류의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또한, 장씨는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북한의 명문대학교인 김책공업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장성택과의 후견관계를 인정받아 각 조직에서 요직에 근무할 수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정작 ‘선군정치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찰총국 공작원이라는 장씨가 아내, 딸과 함께 중국에 나와 생활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진술조서에서 장 씨는 조선족 이 모 씨가 지원해준 1년 치 월세로 집을 얻어 가족들과 생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찰총국 공작원이 정찰총국이 아닌 조선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과 공작원 신분으로 가족들과 타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밖에 장 씨는 “북한에서 생산해 나눠 가진 마약 20kg을 조선족 최 모 씨, 중국 삼합회 소속 조폭 등과 함께 대련까지 운반했다”며 “운반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단속되면 칼로 처리한다”는 황당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진술조서에 마약 거래에 대해서는 관련자 접촉부터 생산 및 판매 과정 등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장씨가 마약 거래를 시작한 시점은 1997년 9월경이다. 당시 장 씨는 북경에 파견된 사회문화부 공작원의 소개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마약업자 이종봉을 알게 됐고, 이종봉을 통해 이듬해 또 다른 한국인 마약업자 김 씨, 황 씨, 방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장 씨는 2008년 무렵까지 한국인 마약업자들과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제조·판매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마약 원료와 생산에 필요한 설비 및 자재에 대한 설명, 제조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종봉은 2002년 마약 거래 혐의로 현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은 뒤 2006년 징역 18년 6월로 감형돼 복역 중이다. 중국에서 마약 사범은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장씨가 2013년 12월 3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서를 쓰고 풀려나서 바로 다음 날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4년 1월 1일에 입국했다고 진술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루트로 중국을 벗어날 수 있었으며, 불과 이틀 만에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만약 실제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었다면 조력자의 도움 없이 단순 각서만으로 풀려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출처  망명했다는 北정찰총국 고위급, ‘대좌’ 아니라 단순 마약업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