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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청소년들 “세월호 참사 후 우리가 바뀌고 있다”

광주 청소년들 “세월호 참사 후 우리가 바뀌고 있다”
[현장]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대회…폭우 속 세월호 참사 ‘기억·행동’ 선언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7 01:06:43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광주시민들은 16일 오후 3시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시민들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무리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16일, 하늘에서는 희생자들의 눈물인양 차가운 비가 퍼부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수많은 광주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304명 희생자들과 9명 미수습자를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해 36년 전 피어린 역사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으로 나왔다.

민주주의광주행동,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은 16일 오후 3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금남로쪽)에서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를 슬로건으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임추섭·현지 민주주의광주행동 공동대표,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 정구선 제3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강기정 북구을(더민주) 현 의원과 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인, 낙선한 양향자 더민주 서구을 후보를 비롯해 1천여 명이 함께 했다.


광주시민 1천여 명, ‘기억’을 넘어 ‘행동’ 선포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광주시민들은 16일 오후 3시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광주지역 청소년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참사 후, 2년이 지나도록 바뀐 것은 없지만 우리가 변하고 있다”며 기억하고 행동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무엇보다 이날 추모대회의 주인공은 1백여 명의 광주지역 초·중·고 청소년들이었다.

‘민주주의지킴이’를 자처하는 광주 청소년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 후 2년 바뀐 것은 없지만 ‘우리’가 변하고 있다”고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광주 청소년들은 스스로 추모위원이 돼 이날 추모대회를 통해 ‘행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침몰을 인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대한민국이 온전히 인양되는 그 날까지 ‘민주주의 지킴이’로서 행동해 나갈 것”이라며 “세월호의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반복된 ‘제2의 세월호’ 들을 위해, 앞으로 반복될 ‘제3의 세월호’들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꾸준히 실천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임추섭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넋들은 하늘나라의 별이 되시어 온 국민을 크게 깨우쳐 두 번의 큰 일을 도모하셨다. 그 하나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열네 분의 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켜 오늘의 민족·민주 교육을 잘 지켜내게 하셨고, 두 번째는 4.13총선에서 깨어난 시민을 도모하시어 여소야대의 정국을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이제 진실을 파묻고 그날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던 세력들이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감춰졌던 것들을 낱낱이 드러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며 “테러방지법 폐기와 국정원 정상화, 개성공단 재개, 전교조 법외노조 해제 등이다. 이에 앞서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불려졌던 세월호 참사 해결이 먼저다”라고 선포했다.


5·18유가족이 4.16유가족에게 “많은 국민들이 있으니 용기 잃지 마시라”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광주시민들은 16일 오후 3시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5·18유족 등으로 이뤄진 광주트라우마센터 오월의소나무 합창단과 초등학생들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김주형 기자


장휘국 교육감은 “오늘 우리는 2년 전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왜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덮으려 하는지 답을 만들고, 그 답을 실천하기 위해서 행동으로 나서기를 약속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우리 사회가 돈보다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안전을 소중하게 여겼다면 304명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답을 만들고 그 답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 요구하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헌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은화야, 다윤야, 현철아, 영인아,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님, 혁규야, 이영숙님”이라 미수습자 아홉 명 이름을 절규하듯 외쳐불러 마치 1987년 고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고 문익환 목사를 연상케 했다. 장 목사는 “세월호는 학살이다. 학살정권 박근혜정권 퇴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께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 속에서도 광주지역 청소년들은 플래시몹으로 시민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행동선언문으로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아울러 5·18민중항쟁 유가족 등이 중심이 된 오월의소나무 합창단과 초등학생들이 손을 잡고 단조에서 힘찬 진군가로 변해가는 가락에 맞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다.

합창단으로 참여한 문재학 열사 아버지, 문건양 5·18유족회 부회장은 “우리도 36년이란 서러운 세월을 이렇게 견뎌왔다. 주위에 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용기를 내시라”고 세월호 희생자·미수습자 가족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청소년들도 독자적으로 문화제 열고,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의 날’로

▲ 세월호 참사 2주기 광주청소년문화제 ‘기억의 날’이 16일 오후 2지부터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주형 기자


추모대회가 열리기 전인 오후 2시부터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쪽)에서는 ‘기억의 날’을 주제로 정한 세월호 참사 2주기 광주청소년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청소년문화제에서는 단원고 2학년 교실처럼 꾸민 천막에서 미수습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과 사진을 남기거나 희생자를 기억하고 그리는 그림, 리본 등을 제작했다.

몇몇 천막 가운데 한 천막은 임시 분향소로 만들어져 5·18민주광장을 찾는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헌화하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섰다. 분수대는 세월호 참사 뒤 2년을 타임라인으로 장식했고, 토크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다음은 ‘추모위원’으로 나선 청소년들이 이날 추모대회에서 발표한 행동선언문 전문이다.

광주 청소년 행동선언문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광주시민들은 16일 오후 3시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광주 청소년 민주주의지킴이들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플래시몹을 펼친 뒤 행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세월호 참사 후 2년… ‘대한민국 호’는 아직도 인양되지 못하고 더욱 침몰하는 중입니다.”

참사 후 2년, ‘대한민국 호’는 아직도 침몰하는 중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수백 명의 친구들과 함께 대한민국은 침몰했습니다. 진실은 감춰졌고 이익과 효율이 생명과 안전을 삼켰습니다. 유가족은 외면당했고, 국민들은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 후 2년 동안 정치와 언론에서는 거짓과 위선이 판을 쳤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외쳤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는 점점 좌절되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이 온전히 인양되지 못한 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제 2의, 제 3의 세월호가 또다시 침몰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또한 제 2의 세월호입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또한 제 2의 세월호이고 대한민국의 침몰입니다. 친일파와 독재정권의 입장에서 집필된 역사교과서는 또다시 침묵을 주입시키는 것이며 세월호의 아픔을 역사의 아픔으로 반복하는 일입니다. 수험생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교과서, 수많은 교수님들마저 집필을 거부하는 교육을 강행하는 것으로 인해 역사와 민주주의가 한 번 더 침몰하고 있습니다.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또한 제 2의 세월호입니다.

작년 11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권력이 물대포를 사용해 70대의 농민을 조준사격한 일 또한 민주주의의 침몰입니다. ‘가만히 있으라’의 반복이었고 생명의 소중함이 짓밟힌 또 하나의 세월호 참사입니다.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의 칼날이 또 다시 생명을 위협하게 된 참사의 반복입니다.

위안부 협상 또한 제 2의 세월호입니다.

작년 연말, 순식간에 진행되었던 한일 합의도 제 2의 세월호 참사입니다. 사람보다 이익이 더 소중한,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며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반복입니다. 수십 평생 가슴에 못 자국을 안고 살아오신 할머님들의 동의 없이 15분 통화로 합의가 진행된 것은 또 다른 교과서 국정화의 강행이며, 생명을 향한 또 다른 물대포입니다.

참사 후, 2년이 지나도록 바뀐 것이 없지만, ‘우리’가 변하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대한민국과 함께 침몰하고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은 평가되거나 반성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2의, 제 3의 세월호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침몰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변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었고, 수많은 교수들이 집필을 거부했습니다. 농민들이 거리에 나왔고 대학생들이 소녀상을 지키며 노숙을 했습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직접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때, 정치와 언론은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를 반복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기존 정치인들에게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들이 직접 행동하고 바꿔나갈 것입니다.

저희 ‘광주 청소년 추모위원’들은 진실이 인양되고 민주주의가 되살아나는 그 날까지 아래와 같은 행동들을 해 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하나. 노란 리본을 늘 달고 다니며 ‘대한민국 호’의 침몰을 인양하기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하나. 국정화된 역사를 거부할 것이며, 4.19, 5.18 등 진실된 역사를 기억하고 알려나갈 것입니다.

하나. 더 이상 공권력의 침묵을 강요받지 않을 것이며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할 것입니다.

하나. 피해자 동의 없이 진행된 위안부 협상은 무효입니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행동할 것입니다.

하나. 민주주의의 침몰을 인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대한민국이 온전히 인양되는 그 날까지 ‘민주주의 지킴이’로서 행동해 나갈 것입니다.

세월호의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반복된 ‘제2의 세월호’ 들을 위해,
앞으로 반복될 ‘제3의 세월호’들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위 행동들을 꾸준히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광주 청소년 민주주의 추모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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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 청소년들 “세월호 참사 후 우리가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