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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자신의 대표자를 국회로 보낸 노동자들

자신의 대표자를 국회로 보낸 노동자들
진보진영 ‘스타’도 무난히 당선
‘총선 직전 창당’ 민중연합당, 저력 과시했지만 의석 못 얻어

[민중의소리] 고희철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6-04-14 03:20:43


▲ 울산북구 윤종오 당선인이 결표 결과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진영이 단일한 정치적 대표체를 갖지 못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울산과 창원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대표자를 국회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막판까지 이어진 새누리당의 집요한 색깔론을 뿌리치고 울산북구의 윤종오, 동구의 김종훈, 창원성산의 노회찬 등 세 명의 노동자 대표가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현대차가 위치한 울산북구에서는 노조 조합원인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이 울산 최초의 노동자 국회의원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투표 직전 검찰이 윤종오 후보에 우호적인 지역단체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막판 역전의 우려가 컸으나 상당한 표차로 승리했다.

현대중공업이 있어 ‘정몽준 공화국’이라 불리는 울산동구에서 노조가 지지하는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도 큰 의미다. 새누리당은 현대중공업 간부 출신으로 정몽준 전 의원의 사무장을 거친 안효대 의원을 재공천했으나 패배했다. 조선업 경기가 하락하면서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와 가족들이 자신의 대표를 내세워 싸워야 한다는 주장에 마음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두 당선인이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지며 집요하게 ‘종북좌파’라고 비난했으나 표심을 돌리지 못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단일화에 이어 더민주까지 포괄한 야권단일화로 표심을 결집해 새누리당 심판 구도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

경남 창원성산은 정의당 노회찬 당선인이 현역 강기윤 의원을 눌렀다. 이 선거구는 과거 권영길 의원이 재선을 달성한 노동자 밀집지역이지만 진보진영이 나뉘면서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에게 내줬다. 노회찬 당선인은 민주노총이 이끈 진보단일화에 이어 더민주와도 단일화를 성공시키면서 진보성향 표를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경기고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삼선 고지에 올랐다. 이에 따라 진보진영의 스타 정치인이라 할 노회찬, 심상정 두 사람이 함께 의정활동을 하게 됐다.

총선 한 달 전 창당해 비례대표를 포함해 60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던 민중연합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노동자, 농민, 청년을 중심으로 한 ‘바닥’의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성과다.

뚜렷한 가치와 참신한 선거운동으로 기대를 모은 녹색당과 노동당도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 울산동구 무소속 김종훈 당선인과 지지자들이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야권 약진 속 진보진영 ‘저조’, 분열로 인한 후폭풍
울산과 창원의 성공, 계급기반 중요성 재확인

전체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 참패와 야권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으나 진보진영은 이전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직전 선거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지역구 7석, 비례 6석( 10.30%)을 얻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 비례 8석(득표율 13.03%)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정의당과 무소속을 포함해 진보진영의 의석은 이에 크게 모자란다. 정의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노동당 정당 득표율을 합해도 통합진보당에 못 미친다. 결국 4년 동안 진보진영은 정치적 파이를 키우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진보분열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진보분열은 집권보수세력의 파괴적 종북공세를 불렀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가져왔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진보진영 전체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진보분열로 인해 울산과 창원 당선인들은 야권단일화에 앞서 진보단일화라는 ‘1단계 절차’를 거쳐야했다.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 진보후보들을 거명하며 전국에서 색깔론을 퍼부으며 역으로 보수표 결집까지 노렸다.

민주노동당 이후 20년간 ‘스타 정치인’이었던 노회찬 심상정 당선인도 당 지지율 견인과 지역구 확대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의당은 선거 중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수직상승했으나 국민의당이 세를 넓히면서 원래 지지율로 회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과 창원의 승리는 노동자계급의 조직기반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시켰다. 울산과 창원의 성공은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 당선인이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결과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구자환 기자


출처  [4.13 진보정치] 자신의 대표자를 국회로 보낸 노동자들, 진보진영 ‘스타’도 무난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