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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김대중 귀국’ 미국 내 여론 동향 보고

반기문, ‘김대중 귀국’ 미국 내 여론 동향 보고
미, 전두환 정부 ‘호헌 지지’ 요청에도 끝내 거절
1985년 외교문서 공개

[경향신문] 유신모 기자 | 입력 : 2016.04.17 23:27:00 | 수정 : 2016.04.18 00:20:56


▲ 전두환 정부가 1985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상회담 언론발표문에 미국 측의 ‘호헌 조치 공개 지지’를 담도록 협상할 것을 지시하는 문서(왼쪽)와 정상회담 전날 폴 월포위츠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원경 외무장관의 호헌 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화록이 담긴 문서(오른쪽). 외교부 제공


1985년 1월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결정하자 미국 학계·법조계 유력인사 130여 명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안전귀국 보장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같은 미국 내 동향을 국내에 최초로 보고한 사람은 당시 외무부 참사관으로 하버드대 연수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17일 공개한 1985년 외교전문을 통해 밝혀졌다. 문서에 따르면 유병현 당시 주미대사는 1985년 1월 7일 미국 유력인사 130여 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사흘 뒤 전두환 대통령 앞으로 연명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문으로 보고했다. 유 대사는 하버드대에 연수 중이던 반기문 참사관이 교수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듣고 주미 한국대사관에 알려왔다고 전문에서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김 전 대통령의 무사귀환과 공적 활동 보장을 통해 국내적 신뢰를 도모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화합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서명자는 하버드대 총장을 비롯해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 새뮤얼 헌팅턴 교수 등이었다.

반 참사관은 그해 1월 30일에도 김 전 대통령 귀국 계획과 “한국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한다”는 김 전 대통령 발언이 실린 하버드대 학보 ‘하버드 크림슨’ 기사를 주미 대사관에 보내는 등 김 전 대통령 귀국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과 여론 동향을 정부에 알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이 2·12 총선이 열리기 전 귀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총선 전 귀국하면 재수감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반대하면서 김 전 대통령에게 총선 이후 귀국을 제안하고 한국 정부는 대신 그를 사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총선 전인 그해 2월 8일 귀국했다.

당시 국내적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 요구에 직면한 전두환 정부가 이를 모면하기 위해 미국에 대통령간선제·7년 단임제인 제5공화국 헌법 수호(호헌)를 지지한다는 태도를 표명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한 사실도 이번 문서공개를 통해 밝혀졌다.


출처  반기문, ‘김대중 귀국’ 미국 내 여론 동향 보고…미, 전두환 정부 ‘호헌 지지’ 요청에도 끝내 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