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자 사라진 ‘北정찰총국 대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8 12:11:36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13총선 이틀 전 전해진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A 대좌(국군의 준장급)의 망명 소식에 한국 사회가 잠시 들썩거렸다.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해당 인물이 부인과 딸을 동반하고 작년 1월 입국했다고 확인해줬다.
해당 내용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총선 전날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정부 당국은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해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인민군에서 대좌의 지위’, ‘북한 외교관·인민군 탈북 급증’ 등 파생된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급격히 퍼져 나갔다.
한편으로는 왜 하필 작년에 망명했다는 인민군 고위급 간부에 대한 소식이 총선 직전에 전해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실을 확인해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민중의소리>는 복수 취재원으로부터 지난해 ‘황장엽 암살모의·북한 정찰총국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 장현철(가명) 씨에 대한 국정원·검찰 진술조서와 증거기록,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 모 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에게서 들은 증언 등을 종합해 ‘정부 당국이 밝힌 A 대좌는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에 등장하는 장현철 씨와 동일 인물이며,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 아닌 단순 마약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이 아니라 2014년 1월에 입국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시점 이후 선거 전날과 당일 각종 매체로부터 ‘대좌가 아니라 상좌’, ‘입국 시기는 2014년’ 등 최초 정부 당국이 확인해준 내용과 엇갈린 보도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 당국 발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게 되면서 슬그머니 ‘대좌’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사라졌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일일이 해명해야 하는 귀찮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총선 다음날인 14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망명했다는 A 대좌가 언제 탈출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확인을 못 하는 것이냐, 모르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A 대좌에 대한 이야기는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묻혀버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4.13 총선 이틀 전 선거 판세를 뒤집고자 단순 탈북 사건을 무리하게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건’으로 부풀려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정찰총국 대좌 망명’ 소식이 대대적으로 전해질 무렵 정부 당국을 통해 작년 1월에 있었던 인민군 ‘대좌급’ 망명은 처음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미 2014년 초 인민군 대좌 출신 귀순자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음은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으로 지목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민군 장교 출신 홍 모 씨가 지난 12일 취재진을 직접 만나 증언한 내용이다.
“2014년 1월경 국정원 합신센터 조사관들이랑 산책하는데 탈북자들이 배구를 하고 있었어요. 조사관들이 배구 경기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을 가리키면서 ‘북한에서 온 정찰총국 대좌’라고 하더라고요. 조사관이 ‘저 사람은 장성택 라인이었는데 작년 말 장성택이 처형되고 자기도 죽을까 봐 도망쳐왔다고 했다’고 말했었죠. 중국에서 마약장사를 하다가 공안에 체포된 걸 국정원이 빼 왔다는 말도 했어요. 그동안 진술을 맞추느라 조사실에만 있다가 처음 산책한 날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뚜렷해요.”
이미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좌라는 사람이 2014년 1월부터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는 이야기다. 정부당국자의 말대로라면 2014년 입국한 A 대좌는 홍씨가 2014년 1월에 합신센터에서 본 대좌와 같은 인물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 두 명이나 망명해 있다는 말이 된다. 두 사람이 동일인이든 다른 사람이든 정부 당국의 말은 거짓말인 셈이다.
또 다른 의혹은 홍씨가 2014년 1월에 봤다는 정찰총국 대좌는 작년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에 등장한 정찰총국 고위급 요원이자 마약업자 장현철 씨와 같은 인물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정찰총국 요원이나 대좌와는 무관한 단순 마약장사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된 장 씨의 입국 시기와 이번에 정부 당국이 최초 확인해준 정찰총국 대좌의 입국 시기는 모두 작년 1월로 일치한다. 진술조서에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귀순했다는 장 씨의 진술도 아내, 딸과 함께 들어왔다는 A 대좌에 대한 정부 당국 설명과 일치했다.
이 점과 홍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같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확인해준 정찰총국 대좌 혹은 고위급 요원은 정찰총국 출신이 아닌 단순 마약 제조·판매업자에 가깝다.
우선 장 씨에 대한 국정원·검찰의 진술조서와 증거기록에 따르면 장씨가 정찰총국 소속임을 확인해주는 내용은 장 씨의 진술이 유일하다.
또한, 장씨가 정부 당국에 정찰총국 공작원임을 입증하는 서류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것은 북한에서 공식 발급한 공무여권과 운전면허증, 중국 당국이 내준 외국인 취업증, 결혼확인서, 가족확인서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들 서류에서는 장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점만 확인될 뿐 정찰총국 소속임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들 서류는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서류의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이밖에 장 씨는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북한의 명문대학교인 김책공업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장성택과의 후견관계를 인정받아 각 조직에서 요직에 근무할 수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정작 ‘선군정치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술조서에서 마약 거래와 관련해서는 공범 접촉부터 생산 및 판매 과정 등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장씨가 마약 거래를 시작한 시점은 1997년 9월경이다. 당시 장 씨는 북경에 파견된 사회문화부 공작원의 소개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마약업자 이종봉을 알게 됐고, 이종봉을 통해 이듬해 또 다른 한국인 마약업자 김 씨, 황 씨, 방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장 씨는 2008년 무렵까지 한국인 마약업자들과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제조·판매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마약 원료와 생산에 필요한 설비 및 자재에 대한 설명, 제조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장 씨의 입국 전 중국 현지 생활과 입국 경로 등도 미스터리다.
진술조서와 증거기록 등에 따르면 장 씨는 조선족 이 모 씨가 지원해준 1년 치 월세로 집을 얻어 가족들과 생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찰총국 공작원이 북한 당국이 아닌 조선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과 공작원 신분으로 가족들과 타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장 씨는 황장엽 암살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포섭한 한국인 마약업자들에게 오랫동안 수백~수천만 원의 공작 자금을 대준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장씨가 어떻게 거액의 공작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장씨가 진술조서에서 밝힌 입국 경위는 상식을 벗어난다. 장 씨는 2013년 12월 3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서를 쓰고 풀려나서 바로 다음 날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4년 1월 1일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단순 각서만으로 장 씨를 풀어줄 정도로 허술한 것인지, 정상적인 출입국 루트로 중국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공안에서 풀려난 다음 날 곧바로 말레이시아로 갔다는 점 등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만약 체포와 탈출 자체가 사실이라면 비선의 조력자가 장 씨를 돕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풀려나 바로 말레이시아로 갔다? 그건 있을 수 없고,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만약 중국 쪽과 비공식 루트로 연결된 국정원 라인이 작업한 것이라고 가정해보면 장 씨의 입국 경위가 매우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출처 총선 끝나자 사라진 ‘北정찰총국 대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8 12:11:36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13총선 이틀 전 전해진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A 대좌(국군의 준장급)의 망명 소식에 한국 사회가 잠시 들썩거렸다.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해당 인물이 부인과 딸을 동반하고 작년 1월 입국했다고 확인해줬다.
해당 내용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총선 전날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정부 당국은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해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인민군에서 대좌의 지위’, ‘북한 외교관·인민군 탈북 급증’ 등 파생된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급격히 퍼져 나갔다.
한편으로는 왜 하필 작년에 망명했다는 인민군 고위급 간부에 대한 소식이 총선 직전에 전해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실을 확인해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민중의소리>는 복수 취재원으로부터 지난해 ‘황장엽 암살모의·북한 정찰총국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 장현철(가명) 씨에 대한 국정원·검찰 진술조서와 증거기록,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 모 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에게서 들은 증언 등을 종합해 ‘정부 당국이 밝힌 A 대좌는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에 등장하는 장현철 씨와 동일 인물이며,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 아닌 단순 마약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이 아니라 2014년 1월에 입국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시점 이후 선거 전날과 당일 각종 매체로부터 ‘대좌가 아니라 상좌’, ‘입국 시기는 2014년’ 등 최초 정부 당국이 확인해준 내용과 엇갈린 보도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 당국 발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게 되면서 슬그머니 ‘대좌’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사라졌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일일이 해명해야 하는 귀찮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총선 다음날인 14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망명했다는 A 대좌가 언제 탈출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확인을 못 하는 것이냐, 모르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 총선 끝나니 사라진 '정찰총국 A대좌'는 어디로 갔나. ⓒ민중의소리
‘대좌급’ 망명 처음이라더니...
A 대좌에 대한 이야기는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묻혀버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4.13 총선 이틀 전 선거 판세를 뒤집고자 단순 탈북 사건을 무리하게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건’으로 부풀려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정찰총국 대좌 망명’ 소식이 대대적으로 전해질 무렵 정부 당국을 통해 작년 1월에 있었던 인민군 ‘대좌급’ 망명은 처음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미 2014년 초 인민군 대좌 출신 귀순자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음은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으로 지목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민군 장교 출신 홍 모 씨가 지난 12일 취재진을 직접 만나 증언한 내용이다.
“2014년 1월경 국정원 합신센터 조사관들이랑 산책하는데 탈북자들이 배구를 하고 있었어요. 조사관들이 배구 경기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을 가리키면서 ‘북한에서 온 정찰총국 대좌’라고 하더라고요. 조사관이 ‘저 사람은 장성택 라인이었는데 작년 말 장성택이 처형되고 자기도 죽을까 봐 도망쳐왔다고 했다’고 말했었죠. 중국에서 마약장사를 하다가 공안에 체포된 걸 국정원이 빼 왔다는 말도 했어요. 그동안 진술을 맞추느라 조사실에만 있다가 처음 산책한 날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뚜렷해요.”
이미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좌라는 사람이 2014년 1월부터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는 이야기다. 정부당국자의 말대로라면 2014년 입국한 A 대좌는 홍씨가 2014년 1월에 합신센터에서 본 대좌와 같은 인물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 두 명이나 망명해 있다는 말이 된다. 두 사람이 동일인이든 다른 사람이든 정부 당국의 말은 거짓말인 셈이다.
진짜 정찰총국 대좌 맞나?
또 다른 의혹은 홍씨가 2014년 1월에 봤다는 정찰총국 대좌는 작년 ‘황장엽 암살모의 사건’에 등장한 정찰총국 고위급 요원이자 마약업자 장현철 씨와 같은 인물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정찰총국 요원이나 대좌와는 무관한 단순 마약장사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된 장 씨의 입국 시기와 이번에 정부 당국이 최초 확인해준 정찰총국 대좌의 입국 시기는 모두 작년 1월로 일치한다. 진술조서에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귀순했다는 장 씨의 진술도 아내, 딸과 함께 들어왔다는 A 대좌에 대한 정부 당국 설명과 일치했다.
이 점과 홍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같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확인해준 정찰총국 대좌 혹은 고위급 요원은 정찰총국 출신이 아닌 단순 마약 제조·판매업자에 가깝다.
우선 장 씨에 대한 국정원·검찰의 진술조서와 증거기록에 따르면 장씨가 정찰총국 소속임을 확인해주는 내용은 장 씨의 진술이 유일하다.
또한, 장씨가 정부 당국에 정찰총국 공작원임을 입증하는 서류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것은 북한에서 공식 발급한 공무여권과 운전면허증, 중국 당국이 내준 외국인 취업증, 결혼확인서, 가족확인서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들 서류에서는 장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점만 확인될 뿐 정찰총국 소속임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들 서류는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서류의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이밖에 장 씨는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북한의 명문대학교인 김책공업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장성택과의 후견관계를 인정받아 각 조직에서 요직에 근무할 수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정작 ‘선군정치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술조서에서 마약 거래와 관련해서는 공범 접촉부터 생산 및 판매 과정 등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장씨가 마약 거래를 시작한 시점은 1997년 9월경이다. 당시 장 씨는 북경에 파견된 사회문화부 공작원의 소개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마약업자 이종봉을 알게 됐고, 이종봉을 통해 이듬해 또 다른 한국인 마약업자 김 씨, 황 씨, 방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장 씨는 2008년 무렵까지 한국인 마약업자들과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제조·판매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마약 원료와 생산에 필요한 설비 및 자재에 대한 설명, 제조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미스터리한 입국 과정
장 씨의 입국 전 중국 현지 생활과 입국 경로 등도 미스터리다.
진술조서와 증거기록 등에 따르면 장 씨는 조선족 이 모 씨가 지원해준 1년 치 월세로 집을 얻어 가족들과 생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찰총국 공작원이 북한 당국이 아닌 조선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과 공작원 신분으로 가족들과 타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장 씨는 황장엽 암살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포섭한 한국인 마약업자들에게 오랫동안 수백~수천만 원의 공작 자금을 대준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장씨가 어떻게 거액의 공작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장씨가 진술조서에서 밝힌 입국 경위는 상식을 벗어난다. 장 씨는 2013년 12월 3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서를 쓰고 풀려나서 바로 다음 날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4년 1월 1일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단순 각서만으로 장 씨를 풀어줄 정도로 허술한 것인지, 정상적인 출입국 루트로 중국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공안에서 풀려난 다음 날 곧바로 말레이시아로 갔다는 점 등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만약 체포와 탈출 자체가 사실이라면 비선의 조력자가 장 씨를 돕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풀려나 바로 말레이시아로 갔다? 그건 있을 수 없고,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만약 중국 쪽과 비공식 루트로 연결된 국정원 라인이 작업한 것이라고 가정해보면 장 씨의 입국 경위가 매우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출처 총선 끝나자 사라진 ‘北정찰총국 대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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