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자회견에서 '전경련 지원금' 유입 인정, 기자들 질문은 거부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사진: 권우성, 편집: 손병관 | 16.04.22 13:27 l 최종 업데이트 16.04.22 13:27
▲ 1시간 넘게 자기 할말만 하고, 기자 질문은 '거부' 기자회견을 마친 추선희 사무총장이 기자들 질문을 거부한 채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권우성
▲ 기자들 막아 선 어버이연합 기자들 질문을 거부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뒤따르자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가로막고 있다.ⓒ 권우성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현수막을 걸고 있다. 어버이연합 사무실 곳곳에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사진이 내걸려 있다.ⓒ 권우성
"XX놈들, 왜 우리한테만 그래?"
"나라 좀먹는 빨갱이들 취재는 왜 안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기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쏟아냈다.
앞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이곳에서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어버이연합의 친정부 집회를 지시하거나 돈을 대줬다는 의혹에 해명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1시간 동안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하자, 기자들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추선희 사무총장은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퇴장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기자들이 답변을 듣기 위해 추 사무총장을 따라 나서자, 사무실에 있던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일제히 기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종북좌파 언론단체들이 왜 여기서 이러느냐", "불그스름한 마음과 손을 가진 기자 놈들은 나가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기자들은 해명을 듣지 못한 채 사무실 바깥으로 나왔다.
이날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벧엘복지재단 계좌 입출금 내역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서다. 전경련은 2014년 9·11·12월에 이 재단 계좌에 총 1억2000만 원을 입금했고, 추선희 사무총장 등이 이 돈을 빼갔다.
당시는 어버이연합이 여러 차례 친정부·친기업 집회를 열었던 때다. 전경련의 지원과 어버이연합의 집회 사이에 큰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때문에 추선희 사무총장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추 사무총장은 "어르신 무료급식을 위해 벧엘복지재단을 통해서 돈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200~300명의 어르신에 대한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어버이연합 이름으로 지원받기 어려워 벧엘복지재단을 운영하는 사모님과 협력했고 이곳 복지재단을 통해서 무료급식 지원금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무료급식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자회견을 오전에 잡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어버이연합 회원 30여 명이 이곳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 어버이연합, 밥 먹을 때도 박정희-박근혜 생각 박정희-박근혜 부녀 사진이 걸려 있는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식당에서 22일 오전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 어버이연합 식당 곳곳에 박근혜 사진 박정희-박근혜 부녀 사진이 걸려 있는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식당에서 22일 오전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 박정희와 어버이연합 박정희-박근혜 부녀 사진이 걸려 있는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식당에서 22일 오전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추선희 사무총장은 전경련 지원금의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벧엘복지재단이다. 전경련으로서는 벧엘복지재단 지원금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 줄 몰랐을 것"이라면서 "전경련 관계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 상당 부분은 어르신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 어르신들께 일당을 주고 집회에 동원시킨 적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탈북자들을 돕는 데 지원금 일부가 쓰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 사무총장은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친정부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나는 죽어도 지시 받고 움직이지 않는다. (어버이연합은) 박근혜를 위해 열심히 싸운 조직인데, 박근혜와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 (어버이연합이) 청와대 행정관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고 하는 언론 보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거짓말이라면 저는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서 물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에 이어 마이크를 받은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는 탈북자들이 2만 원을 받고 각종 집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을 공격해 보수단체를 무너뜨리고 싶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이 돈을 일당이라고 하겠지만, 어르신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교통비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제보자와 제보를 바탕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어버이연합은 박근혜를 위해서 싸울 것이다. 존경하고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근혜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면서 "그런데 언론들은 보수세력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하나의 축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부터 죽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자인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추선희 사무총장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권우성
▲ 기자회견이 열리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사진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권우성
▲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시계' 기자회견이 열리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청와대 문양과 박근혜 이름이 새겨진 벽걸이 시계가 걸려 있다.ⓒ 권우성
출처 어버이연합 "불그스름한 손 가진 기자 놈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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