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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철수 등 야당 비방·선거개입 증거물 ‘원천 배제’

검찰, 안철수 등 야당 비방·선거개입 증거물 ‘원천 배제’
‘좌익효수’ 봐주기 기소 의혹
댓글 수백건 중 10건만 기소 파장

[한겨레] 최현준 허재현 기자 | 등록 :2016-04-25 01:22 | 수정 :2016-04-25 11:36


검찰은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좌익효수)씨가 쓴 수천 건의 정치성 댓글 가운데 단 10개만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단순 비방이나 욕설은 배제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검찰이 기소한 10건에도 단순 욕설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기소하지 않은 다른 글들 중에는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비방글 등 선거개입 혐의가 있는 댓글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 좌익효수 사건 일지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유씨의 댓글 10건을 보면, 단순 비방이나 욕설에 가까운 내용이 상당히 있다. ‘손학규 변절자 ○○’, ‘문죄인(문재인) ○○○, 드디어 정신줄을 놓아버렸구나’, ‘사찰왕 문죄인, 국정원 요원까지 몇개월 사찰하는 능력자들’ 등으로 욕설과 비방이 대부분이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다른 수천 건의 글 가운데는 선거개입 의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다수 있다. 2012년 12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지자, 유씨는 “빨갱이처럼 우르르 몰려가 인민재판 한다고 하고… 정권도 없는 야당인 상태에서 이 정도면 안봐도 비디오다”, “여직원 한명이 댓글 달아서 판세가 바뀔 것 같냐? ○○들 생각 수준이 딱 좀비수준이네” 등 야당의 공세를 비난하는 글을 수십 건 올렸다.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한 것을 비방하는 글도 많았다.

검찰의 자기모순
“단순비방·욕설 뺐다” 해명 불구
기소한 댓글도 단순비방·욕설
공안부 검증까지 거친 수백건
기소단계서 대부분 포함안돼

수사단계부터 ‘좌익효수 구하기’
고소·고발 1년 지나서야 소환
심리전단 아닌 대공수사국 소속
관권선거 논란 확산될라 우려
‘권은희 기소에 물타기용’ 지적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은 2013년 6월 유씨가 쓴 댓글 수천 건을 확인한 뒤, 이 가운데 비교적 정치개입 가능성이 큰 댓글 수백 건을 추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입과 관련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공안부 소속 검사들의 확인까지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3년 수사 과정에서 유씨의 댓글 가운데 정치성이 있는 댓글 수백 건을 추리긴 했는데 그게 최종 판단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기소 전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유씨의 글 가운데 정치적인 댓글 수백 건을 파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유씨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표 비방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고,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 역시 이를 선거개입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최종 기소 단계에서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유씨가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야당 진영 전체를 비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들이 배제된 것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4건의 비난 댓글만을 받아든 법원은 “댓글이 직접적으로 해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보다 야권 출신 특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표출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의 ‘좌익효수 봐주기’는 수사 단계부터 예견됐다. 검찰은 2013년 6월 유씨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그해 7월과 10월 유씨에 대한 고발·고소를 접수하지만, 지난해 11월에야 유씨를 국정원법 위반 및 모욕죄 혐의로 기소했다. 이마저도 검찰의 늑장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기소한 것이다. 유씨의 소환조사도 1년 만인 2014년 6월에야 이뤄졌다.

유씨는 선거개입 댓글 활동을 조직적으로 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이 아닌 대공수사국 소속 직원이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심리전단뿐 아니라 국정원 내 다른 조직에서도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줘 관권 선거 논란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 봐주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직원 보호와 관련해 검찰에 위력을 행사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좌익효수를 기소한 것은 당시 경찰의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모해위증’이라는 논리로 기소하면서, 여론무마용으로 맞바꾸기 한 측면이 있다”며 “그나마도 검찰이 좌익효수를 구하기 위해 댓글 10개만 문제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검찰, 안철수 등 야당 비방·선거개입 증거물 ‘원천 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