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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오사카산 쥐새끼

박정근 “에리카 김 만나 사랑도, 내곡동에 살고 싶기도”

박정근 “에리카 김 만나 사랑도, 내곡동에 살고 싶기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뒤 대통령께 공개서한
“사진관 매출 감소와 성욕 감소” 등 피해사실 열거
유치장에서도 ‘풍자예술가’의 위트 죽지 않아

[하니Only] 박수진 기자 | 등록 : 20120117 17:15 | 수정 : 20120117 17:21


▲ 박정근씨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박정근(24)씨가 17일 유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다. 박정근 구속 수사 및 처벌을 규탄하는 모임인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박격포’는 이 편지를 인터넷 카페에 공개했다. ‘파워 트위터 이용자’였던 박정근씨는 자신의 트위터(@seouldecadence, @dprkdecadence)에서 북한언론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를 리트윗하거나, 북한과 관련한 트윗을 써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편지를 보면, 유치장에서도 ‘풍자예술가’의 위트는 죽지 않았다.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10여 가지 피해 사실을 열거했다.

그가 밝힌 가장 커다란 피해는 사진관 매출 감소와 성욕 감소다. 박정근씨는 편지에서 “(사진관이 있는 서울 광진구 암사동에서) 수원 경기보안수사대까지 편도 1시간 반을 이동해 여섯 시간을 조사받느라 가게 문을 닫았고,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제 방을 압수수색한 이후로 제 방에서 잠을 거의 못 자며, 불면증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방에서 잠을 못 자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으며,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 이후 성욕이 감퇴됐으며, 이 모든 이유로 장사가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 1년여간 쏟아낸 7만 개의 트윗을 보느라 애쓴 “보안수사대 경찰님들, 일 많이 하셨구요. 정말 수고하셨는데 너무 하찮은 일을 하신 것 같아 보기가 안쓰럽다”며 “오죽하면 조사 중에 조사관이 손목 아픔과 목결림을 호소하겠느냐”고 미안함을 말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진관 운영 몇 년으로 제 인생을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또다른 꿈을 밝혔다. 그가 밝힌 꿈은 다음과 같다.

“에리카 김 같은 멋진 여성을 만나 일생의 사랑을 해보고도 싶고, 내곡동 같은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멋진 녹지 안에 집을 짓고 거스 히딩크에게 제 자식을 소개해주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꿈과 함께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집에 붙여놓은 글귀도 소개했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각하께 보내는 공개서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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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각하께 보내는 공개서한>

안녕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 각하. 초등학교 시절 군인 아저씨한테 위문편지를 보내본 적은 있지만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럴 만한 일도 없었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누가 시킨 적도 없었기 때문이겠죠. 이런 제가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작년에 어떤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 소개부터 좀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 25세의 서울 시민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 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현재까지 구속되어 총 6차례의 경찰조사를 받은 활동가이며 사진가인 박정근이라 합니다.

제 신상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1988년 봄에 서울에서 태어나 이런 저런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다가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은 입학해야 하니 안하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의고사 등급도 신나게 오르던 중, 2006년 가을 다리에 큰 병이 생겨 몸져눕는 바람에 사경을 헤메게 되었습니다. 서 있을 수도 없었지만 병상에 누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하는 긍정&도전 정신”을 생각하며 병원을 살짝 나와 양호실에서 수능을 보고 그럭저럭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딱히 재미가 없어서 때려치고 굶지 않기 위해 뭘 했냐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집에서 해온 가업이거든요. 방에 굴러다니는게 카메라였다 보니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찍는 게 놀이였거든요. 대통령님과 달리 어릴 때부터 구석에서 커온 저는 당신께서 들여다 보지 못한 것들, 안 본 것들, 구석에 있는 것들을 많이 찍고 다녔을 겁니다. 그래서 제 하드디스크엔 당신이 보기엔 불온해 보이고 심기가 불편해지는 사진도 몇 장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살면서 본 것들을 찍은 것을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사진은 거짓말을 못하니까요. 그렇게 지금 현재 아버지가 물려주신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의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동네장사와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덤벙대는 성격이라 기록같은 건 잘 못하는데 가게에 찾아온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제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이 잘 나와있더라고요. 하나하나 읊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부의 개발정책에 반대하는 철거농성장 홍대 두리반에서 ‘소비에트 사진사’ 등의 사진강의, ‘두리반 1주년 기념 행사’ 기획 등을 맡았다.

2.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판자촌 주거복구 공대위 활동을 하였다.

3.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여하였다.

4. 겨울에 홍대청소노동자 농성 투쟁에 연대하였다.

5.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등 기타등등의 집회에 참여해 불법 가두시위 및 행진을 하였다.

검찰인지 경찰인지 보안수사대인지 여튼 제 이런 행적들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정말 신기하지만 이건 영장의 주 내용이 아니고, 주 내용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국가보안법 위반, 찬양 및 고무, 그리고 이적표현물 소지였습니다.

세세하게는 트위터에 북한 조평통인지 뭔지 이름도 헷갈리는 @uriminzok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고 “트위터라는 4명만 구독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SNS매체”를 이용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하고 선전선동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주 내용이었습니다만 일일이 다 설명드리긴 좀 제가 게으른 성격인지라 각하께서 직접 지난 기사들을 검색해주셨으면 합니다. 체제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에게 지금 중요한 건 제게 씌워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자체가 아닙니다. 저는 이 편지로 대통령님께 제가 국가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는 조사장소가 수원에 있는 경기보안수사대인데, 여기까지 제가 편도 1시간 반을 이동해 여섯 시간 조사를 받고 와야 하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매출이 뚝 떨어진 것.

둘째로는 집과 가게를 압수수색한 이후로 집과 가게에서 제대로 된 업무를 보기 힘들다는 것.

셋째로는 제 방을 압수수색한 이후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가 제 방에서 잠을 거의 못 잔다는 것.

넷째로는 이 불면증으로 인해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다섯째로는 이 일로 인해 모든 제 신상정보가 털려버렸다는 것.

여섯째로는 제 방에서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신세를 지게 돼서 주위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

일곱째로는 보안수사대 경찰들이 제 방의 물건들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제 필름 중 하나를 훼손했는데 그 필름이 저에게 아주 소중한 아직 현상도 안한 필름이었다는 것.

여덟째로는 제가 이 압수수색과 경찰조사 이후 성욕마저 감퇴되었다는 것. 저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정아에게 추근대는 변양균 같이 변변치 못한 남자가 된 기분입니다.

아홉째로는 이런 고통을 병원에 호소하면 “그냥 이런 짓 하지 마세요~” 하는 잔소리만 의사에게 듣고 낙담하고 집에 가서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

열번째로는 이상의 이유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것.

열한번째로는 이 사건 이후 막 이상한 활동, 예를 들면 ‘뉴타운 간첩파티’ 같은 걸 하는 사람들과도 연계되어버렸다는 것.

열두번째로는 판사와 검찰조차 저의 트윗이 ‘농담’인 것을 알면서도 저를 고향땅에서 수 시간 거리에 있는 수원남부경찰서에 구속 한 것 등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경찰들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트위터에 몇 개의 글을 올렸냐면 무려 7만 여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걸 다 보느라 애쓴 보안수사대 경찰님들, 정말 일 많이 하셨구요. 경찰 수사관 분들 정말 수고하셨는데, 너무 하찮은 일을 하신 것 같아서 보기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오죽하면 조사 중에 조사관이 저에게 손목아픔과 목결림을 호소하겠습니까?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뉴스보니 곽노현 조서가 1000페이지 정도였다 합니다. 제 조서도 150페이지는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존경하는 각하! 저는 이제 25살입니다. 그런데 아직 조사가 많이 남았으며 여론은 이미 저에게 죄가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고 저도 대충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사를 받으면서 정말 제게 죄가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고민으로는 죄가 될 일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만일 이 글을 읽고 제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한 징역 7년 정도 살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요.

저는 사진관 운영 몇 년으로 제 인생을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 저는 해야할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해야할 사랑도 많고 각하께서 일자리를 잘 창출해주시면 회사에 입사할 능력과 의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한 성욕감퇴도 어떻게든 기필코 해결해야 합니다. 에리카 김 같은 멋진 여성을 만나 일생의 사랑을 해보고도 싶고, 내곡동 같은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멋진 녹지 안에 집을 짓고 거스 히딩크에게 제 자식을 소개해 주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지금 많은 이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으며, 이미 이 사건으로 인해 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저같은 청년을 국가가 보살펴주지는 못할망정 범법자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아래 글귀는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참 좋은 글귀다 싶어 집에 붙여놓은 것입니다. 아마 수십년도 더 지난 글귀일 것입니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글귀가 진리라고 생각하며, 이게 진리가 아니라면 그냥 국가가 저에게 진 빚 그냥 잊어버리고 이 나라의 국적을 포기할 생각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지금 현재 가해지는 일들을 바라보면 저 글귀를 보며 꿈꾸던 조국의 현실이 얼마나 먼지 통탄을 금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나라,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살 날이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저 글귀 속의 젊은이와 똑같은 젊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젊은이가 청운의 꿈을 펼치던 조국이 대한민국이듯이 저에게도 그러하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답변을 앙망합니다...

2012년 1월 16일 수원남부경찰서유치장에서
사진가 박정근 드림


출처 : 박정근 “에리카 김 만나 사랑도, 내곡동에 살고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