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꼭 담겨야 할 여섯 가지
[일과건강] 글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2016.06.25 16:02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고 나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등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아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많은 국회의원이 특별법 제정을 발의하거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글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보상의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를 통해 특별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환경피해로 인한 보상에 관한 몇 개의 법률이 있는데 환경분쟁조정위원회,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이하 환경오염구제법), 환경보건법 제19조(환경성질환에 대한 배상책임), 석면구제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들은 보상에 관한 일반적 원칙에 벗어나는 몇 가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상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환경오염구제법은 시설에 의한 환경오염에만 국한되며, 석면구제법은 이름 그대로 석면피해에만 한정되어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피해는 구제되지 않는다. 환경보건법 제2조(환경성질환의 종류)에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이 있어 보상의 대상이 되지만 보상의 범위가 진단비, 치료비 등 의료기관 이용 비용에 국한되어 있다. 보상 기간도 3년 이상 7년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건강 피해가 있는 개개인에게만 개별적으로 보상한다. 모든 법이 개인에게만 보상할 뿐 지역사회나 주민집단에게는 보상하지 않는다.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도 건강피해가 현재 없다면, 이들은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평가나 건강검진도 받지 못한다.
셋째, 기업의 예방활동이 없다. 사후적인 사고 처리가 경제적이기 때문에 금산군 한 공장에서의 네 차례 불산 유출 사고처럼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기도 한다. 기업 내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동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불필요한 비용이 된다.
넷째, 건강피해의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의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자주 접한다. 환경성 질환, 환경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대부분 오랜 기간이 경과한 후 나타나며, 환경 이외에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전문가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피해자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면, 이는 피해 보상을 받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다섯째, 더욱 놀라운 것은 보상이 민간보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환경오염구제법에서는 자동차보험처럼 회사에서 민간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걷어 운영하고, 보상의 범위와 급여의 종류, 지급 방법 등 모든 사항을 민간 보험회사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보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지적할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소소한 것으로 판단되어 언급하지 않기로 하였다) 개별적 유해물질에 대한 법률이라는 것이다. 석면, 시설에 의한 환경오염, 가습기 살균제 등등 큰 환경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따른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법률에 담지 못한 또 다른 환경오염을 방치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때마다 또 다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 꼭 담아야 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보상의 원칙은 위에서 지적한 것들을 반대로 하면 된다. 보상의 범위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공적 보상의 기본적 원칙이다. 피해자에게는 의료 이용에 관한 급여 이외에도 생계 곤란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생활급여, 재해를 입을 경우 장해급여, 사망할 경우 가족의 생계를 위한 유족급여가 지급되어야 하며, 정신적 피해 역시 보상되어야 한다.
개별 피해보상과 더불어 집단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출은 되었지만 건강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집단도 건강 피해 여부에 대한 장기적 조사활동이 있어야 하며, 노출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노출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대책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되는 법률이 필요하다. 입증의 책임은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서 해야 하며, 기업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에는 반드시 예방 및 감시활동에 필요한 부분도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의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구축에 기금이 사용되어야 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감시활동에도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
환경오염구제법처럼 민간보험 형식의 보상이 절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공정하고 독립된 기구가 있어야 하며, 기금 운영에 이해 당사자들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 모든 공적인 체계를 마련하고 단지 보상금 지급 등의 기금 운용에 대하여서는 민간 보험사를 이용하는 정도는 용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개별법, 특별법이 아닌 모든 유해물질의 피해 보상을 포괄하는 일반법이었으면 한다. 앞선 설명처럼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적 보험이어야 하며,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 대한 보상과 예방과 감시활동이 포함된,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된 법이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모든 환경피해가 보상되는 법이어야 한다.
출처 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꼭 담겨야 할 여섯 가지
[일과건강] 글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2016.06.25 16:02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고 나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등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아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많은 국회의원이 특별법 제정을 발의하거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글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보상의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를 통해 특별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환경피해로 인한 보상에 관한 몇 개의 법률이 있는데 환경분쟁조정위원회,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이하 환경오염구제법), 환경보건법 제19조(환경성질환에 대한 배상책임), 석면구제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들은 보상에 관한 일반적 원칙에 벗어나는 몇 가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상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환경오염구제법은 시설에 의한 환경오염에만 국한되며, 석면구제법은 이름 그대로 석면피해에만 한정되어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피해는 구제되지 않는다. 환경보건법 제2조(환경성질환의 종류)에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이 있어 보상의 대상이 되지만 보상의 범위가 진단비, 치료비 등 의료기관 이용 비용에 국한되어 있다. 보상 기간도 3년 이상 7년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건강 피해가 있는 개개인에게만 개별적으로 보상한다. 모든 법이 개인에게만 보상할 뿐 지역사회나 주민집단에게는 보상하지 않는다.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도 건강피해가 현재 없다면, 이들은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평가나 건강검진도 받지 못한다.
셋째, 기업의 예방활동이 없다. 사후적인 사고 처리가 경제적이기 때문에 금산군 한 공장에서의 네 차례 불산 유출 사고처럼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기도 한다. 기업 내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동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불필요한 비용이 된다.
넷째, 건강피해의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의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자주 접한다. 환경성 질환, 환경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대부분 오랜 기간이 경과한 후 나타나며, 환경 이외에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전문가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피해자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면, 이는 피해 보상을 받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다섯째, 더욱 놀라운 것은 보상이 민간보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환경오염구제법에서는 자동차보험처럼 회사에서 민간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걷어 운영하고, 보상의 범위와 급여의 종류, 지급 방법 등 모든 사항을 민간 보험회사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보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지적할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소소한 것으로 판단되어 언급하지 않기로 하였다) 개별적 유해물질에 대한 법률이라는 것이다. 석면, 시설에 의한 환경오염, 가습기 살균제 등등 큰 환경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따른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법률에 담지 못한 또 다른 환경오염을 방치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때마다 또 다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지적한 것들을 딱 반대로 하면 된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 꼭 담아야 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보상의 원칙은 위에서 지적한 것들을 반대로 하면 된다. 보상의 범위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공적 보상의 기본적 원칙이다. 피해자에게는 의료 이용에 관한 급여 이외에도 생계 곤란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생활급여, 재해를 입을 경우 장해급여, 사망할 경우 가족의 생계를 위한 유족급여가 지급되어야 하며, 정신적 피해 역시 보상되어야 한다.
개별 피해보상과 더불어 집단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출은 되었지만 건강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집단도 건강 피해 여부에 대한 장기적 조사활동이 있어야 하며, 노출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노출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대책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되는 법률이 필요하다. 입증의 책임은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서 해야 하며, 기업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에는 반드시 예방 및 감시활동에 필요한 부분도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의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구축에 기금이 사용되어야 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감시활동에도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
환경오염구제법처럼 민간보험 형식의 보상이 절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공정하고 독립된 기구가 있어야 하며, 기금 운영에 이해 당사자들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 모든 공적인 체계를 마련하고 단지 보상금 지급 등의 기금 운용에 대하여서는 민간 보험사를 이용하는 정도는 용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개별법, 특별법이 아닌 모든 유해물질의 피해 보상을 포괄하는 일반법이었으면 한다. 앞선 설명처럼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적 보험이어야 하며,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 대한 보상과 예방과 감시활동이 포함된,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된 법이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모든 환경피해가 보상되는 법이어야 한다.
출처 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꼭 담겨야 할 여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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