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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사업, '청와대와 협의' 문건 드러나

박정희 기념사업, '청와대와 협의' 문건 드러나
경북도 문건에 'BH 등 관계기관 협의' 표현, 경북도는 청와대 개입설 부인
[오마이뉴스] 글: 조정훈, 편집: 장지혜 | 16.07.05 15:01 | 최종 업데이트 16.07.05 15:43


▲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 권우성


구미시가 계획한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이 경상북도와 포항시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산도 많이 늘어났지만, 지자체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상북도의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 문건에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구미경실련은 "청와대가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에 개입하면서 애초 40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으로 7.5배나 증액이 됐고 구미시의 행사에서 경상북도와 포항시, 박정희기념재단으로까지 사업이 확장됐다"고 주장했다.

구미시는 시비와 도비 28억 원(시비 14억, 도비 14억)을 들여 박정희 뮤지컬 '(가칭) 고독한 결단'을 제작하고 기념우표와 메달 발행, 휘호집 발간 등도 계획하고 있다. (관련기사 : 구미시 박정희 탄생 100주년 뮤지컬 제작 논란)

구미시의 100주년 기념사업 예산은 애초 40억 원이었으나 포항시가 가세하면서 포항시 예산까지 포함해 75억 원으로 증액됐다. 구미시는 또 '(재)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직원 1명도 파견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상북도까지 가세했다. 경상북도는 내년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경북도는 애초 '뮤지컬 제작 분담금 14억 원+α'에서 84억 원으로 예산을 증액하고 별도로 국비 20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 신청할 예정이다. 또 박정희 기념재단에 5급과 6급 공무원 각각 1명씩을 파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가 추진 중인 '구국의 지도자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경과' 자료에 따르면 우선 오는 8월 말쯤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기념사업추진위에는 현 정부의 전직 고위 관료와 경북도 고위 공무원, 학계 인사 등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또 주요 기념사업으로 추모, 학술·출판, 문화·예술, 새마을, 홍보·조직 등의 분야로 나누어 박정희와 관련된 포럼과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념우표 및 메달 제작, 전기 발간, 다큐멘터리와 뮤지컬 제작,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준공식 등의 사업도 구미시와 함께 진행한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과 관련해 이달 중 경운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전시콘텐츠 및 시설운영 방안 연구용역'을 맡길 예정이다. 이 용역의 과업 내용은 새마을 테마공원 내 시설물 운영계획 수립과 전시관 내 전시물 배치계획 마련 등으로 용역비용 7,000만 원은 전액 경상북도에서 부담한다.

박정희 생가서 96회 탄신제 개최 지난 2013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96회 탄신제 숭모제례'가 딸인 박근령씨,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교육감, 노석균 영남대총장, 현경대 평통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는 모습. ⓒ 조정훈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 문건 논란

이 같은 내용은 모두 청와대가 개입해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상북도의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 문건에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

구미경실련은 "경북도는 100주년 사업을 청와대, 구미시, 박정희기념재단과 협의해 진행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데 최종 확정기관은 청와대"라며 "아직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 계획상으로는 경북도 84억 원, 국비 20억 원, 구미시 75억 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120억 원 모금 등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에 개입하면서 애초 40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으로 7.5배나 증액이 됐고 구미시의 행사에서 경상북도와 포항시, 박정희기념재단으로까지 사업이 확장됐다는 것이다.

구미경실련은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 결과에 따라 예산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박정희기념재단 120여억 원 모금도 청와대 전화 한 통이면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며 "구미시와 경상북도의 단체장들은 단체장대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이들 단체장의 야심을 이용해 100주년 기념사업을 사실상 확대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경실련은 이어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기념사업을 최소화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국가 경제와 지역경제 위기 극복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 청와대까지 개입해 예산을 7.5배나 키워 국민과 지역민들을 분열시키는 것이 박근혜의 이율배반적인 의중인지, 과잉충성인지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 박정희 35주기 추도식이 열린 26일 오전 참배객들이 박정희 동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하지만 경상북도는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청와대와 협의한 적 없다"며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 문건과 관련) 100주년 기념사업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정희기념재단에서 연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경상북도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마을 테마공원 준공과 관련한 사업예산 20억 원을 국비로 요청할 예정이지만 100주년 기념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경북도에서의 100주년 사업도 박정희를 재평가하는 것이지 단순히 찬양하는 사업만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국민에게는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구미참여연대가 지난 5월 구미시에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 현황과 관련된 회의록과 예산 내용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구미시는 "추진 중인 사업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 요청을 대부분 거부했다.

경상북도는 "기념사업 중에는 경북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있지만, 구미시와 함께 추진하거나 박정희 기념재단에서 추진하는 것도 있다"며 "아직 계획단계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기념재단도 내년도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별도로 120여억 원을 모금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도움 없이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지속해서 기부금을 모으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구미참여연대 "혈세 쏟는 전시성 사업 그만둬야"

▲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희 100주년 기념행사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 조정훈


이와 관련해 구미참여연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상북도에 "시·도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전체 사업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160억이라는 혈세를 죽은 자의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낭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정도로 시·도민들의 인내심은 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구미시와 경북도가 논란을 피하고자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쉬쉬하는 것 아니겠냐"며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전시성 사업을 그만두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도 "박정희를 기념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모두 우리 시·도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박정희 기념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정희에 대한 기념사업으로 지금까지 경북 구미시에서만 생가 보존 286억 원, 민족중흥관 65억 원, 탄신제 5억 원, 추모제 8,000만 원, 정수대전 19억 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785억 원 등 1,160여억 원이 들어갔고 새마을운동 테마단지(청도) 95억 원, 새마을운동 체험공원(포항) 42억 원, 박정희기념도서관(서울 마포구 상암동) 208억 원 등 모두 1,873억 원이 들어갔다.


출처  박정희 기념사업, '청와대와 협의' 문건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