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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재단’, 아무 일 없이 출범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위안부재단’, 아무 일 없이 출범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민중의소리]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학생 임수정 | 발행 : 2016-07-31 14:05:59 | 수정 : 2016-07-31 14:05:59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수정입니다. 28일 화해와치유재단 기자 간담회에서의 일과 그곳에 갔던 대학생들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날 화해와치유재단 현판식과 기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15명의 대학생들은 기자 간담회에서 피해자들과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구호를 외치고 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시는 것은 10억 엔이 아니라 진정한 사죄라는 것을, 그곳에 있던 재단 이사장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들이 만드는 재단은 옳지 못하다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전혀 치유해줄 수 없다고 직접 말해주려고 했습니다. 물론, 이사장 얼굴은 보지도 못했고, 경찰에게 끌려 나왔지만요.

▲ 28일 오전 ‘위안부’ 화해 치유 재단 설립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중구 바비엥 그랜드볼륨에 '기만적인 ‘위안부’ 화해 치유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사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다칠 수도 있고, 경찰에게 연행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할머니들을 배제하고 강행하는 이 재단이 아무 문제없이 발족되는 것이 더 무서웠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후에 제가 할머니들 빈소를 찾아뵙게 될 때 가장 죄송스럽고 후회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너무 긴장해서 단상에 어떻게 올라가고, 어떻게 소리쳤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옆을 돌아보니 같이 온 후배가 울고 있었어요. “할머니들의 아픔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는데, 그 상황이 너무 슬퍼서 저도 같이 울었어요. 할머니들은 평화를 위해 계속 싸우시는데, 한국 정부가 이렇게 끝내버리려고 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재단 강행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려고 그 자리에 누워서 계속 외쳤어요.


할머니들의 고난과 투쟁을 돈 문제로 폄하한 재단 이사장

재단 이사장이 저희가 끌려 나온 후 기자회견을 한 내용을 봤습니다. 이사장이 마치 할머니들께서 이런저런 곳에 돈을 쓰겠다며, 돈을 꼭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는 식으로 발언하는데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할머니들이 돈이 필요해서 25년간 싸운 것처럼 폄하해버리는 모습에 저희로서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할머니들은 그 이사장이 말하는 것 같은 불쌍하기만 한 피해자가 아니에요. 할머니들은 25년간 멋지게 싸우고 계신 분들입니다. 저희는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매주 수요시위에서 뵈어요. 그때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이 아주 좋고 그래서 매주 나오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할머니들의 아픈 마음까지 짊어지고 나오신다고 생각해요. 그 아픈 상처를 헤아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또다시는 그때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10억 엔 때문이 아니라요.

▲ 화해치유재단 김태현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바비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양지웅 기자


사죄 없는 ‘화해’, 아물지 않는 ‘치유’가 화해와치유재단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겨울, 저희는 거리에서 소녀상과 함께 며칠 밤을 지새웠습니다. 거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정말 추웠지만, 할머니들의 마음이 더 추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계속 지켰어요. 그때 재단 이사장은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몸서리치게 추웠던 그 겨울이 지나고 이렇게 여름이 오는 사이, 6분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생존해계신 할머니는 40분입니다.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거부하는 재단이라면 모든 피해자를 위한 재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평화나비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할머니들과 함께요. 저희는 지금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은,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서 할머니들께서 만들어 오신 평화와 정의의 길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 길을 가장 잘 기리는 것은 진정 이 문제가 이 땅에 평화를 찾아오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싸워 오신 할머니들처럼 말이에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함께해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기고] ‘위안부재단’, 아무 일 없이 출범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