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까지 불법파견 하다뇨?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③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 : 2016-08-31 07:39:33 | 수정 : 2016-08-31 07:39:33
"축하합니다. 면접에서 합격했습니다."
문정환(25) 씨가 기다리던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서울시내 특1급 호텔 인사과에서 면접을 봤다. 다행스럽게도 인사과 직원에게서 합격통보 전화를 받은 것이다. 2015년 4월의 일이었다.
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하던 문 씨는 개인 사정으로 2학년을 마치고 자퇴하고, 2013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곳에서 시급 1만7천 원~2만5천 원을 받으면서 경기장 청소, 호텔방 청소 등의 일을 했다.
호주에서 1년을 지내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일을 하기 위해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했다.
"호주에서 호텔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호텔쪽 일을 알아봤어요."
마침내 면접의 관문을 통과한 그는 400여 개의 객실을 갖춘 특1급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전 7시 전에 호텔에 도착해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7시 정각이 되면 일을 시작했다.
룸서비스와 조식 뷔페 관리 업무를 하다가 미니바 업무를 맡았다. 객실내 미니 냉장고에 음료수를 채워넣고, 칫솔, 치약 등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후딱 먹고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거의 9시간을 쉼없이 일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00~110만원.
사회 생활 경험은 많지 않은 그였지만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점심 시간 한 시간 만이라도 편하게 밥을 먹고 잠깐이라도 쉬고 싶었다. 하루 8시간 이상 주5일을 근무하고 때론 주말 근무도 하는데, 월급도 적은 것 같았다. 한참을 근무한 뒤, 조심스럽게 건의를 했다.
"점심 시간에 한 시간 쉬는 건 정당한 권리예요. 그리고 일 하는 것에 비해서 임금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좀 올려주실 수 없을까요?"
정환 씨의 요구는 황당한 요구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 54조의 내용은 이렇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호텔 직원은 정환 씨의 요구를 묵살했다.
"너 말고도 일 할 사람은 많아, 이력서가 수북히 쌓여있어!"
임금을 좀 올려줄 수 없냐는 요구에 대한 호텔 직원의 답변은 더 아리송했다.
"정환 씨는 호텔 직원이 아니라서..."
아니, 매일 아침 호텔로 출근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호텔에서 시키는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고 하니까 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자꾸 들으니까 마음이 찡하기도 했어요."
호텔에서 일 하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는 말의 뜻을 풀 열쇳말은 '간접고용'에 있다.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자. 사실, 정환 씨가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본 구인광고는 호텔에서 직접 올린 게 아니었다. ㄱ인력공급업체가 올린 것이었다. 호텔과 인력공급 도급계약을 맺은 이 업체는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모집해 호텔에 공급했다.
그러니 문 씨는 ㄱ인력공급업체에 고용된 후, 호텔에 파견돼 일을 한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문 씨는 근무하는 내내 ㄱ인력공급업체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해서 밉보인 것일까? 정환 씨는 올해 초, 호텔 직원으로부터 2월말까지만 나오고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
"'내가 부속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난감도 아닌데,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건가? 정말 씁쓸했죠."
정환 씨가 겪은 일은 많은 호텔 노동자들이 겪고 있다. 호텔업계에서 간접고용을 대폭 늘려왔기 때문이다. 룸메이드(방청소), 주차, 주방, 연회장 등의 업무는 과거엔 대부분 호텔에 직접고용돼 있던 직원들이 했다. 그러나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웃소싱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상시업무는 사용자가 직접고용하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잇는 간접고용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간접고용 구조를 악용해 불법적 착취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간에서 사람장사를 하면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문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이진모(42) 씨. 그는 자신이 불법적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는 세종대학 컨벤션홀에서 일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일할 때도 있었고, 10~12월 성수기에는 한 달에 보름 가량 일하기도 했다. 주방보조, 홀 셋팅업무 등을 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았다.
이 씨의 고용관계도 앞서 문 씨의 경우와 똑같다. 대학 컨벤션센터-ㄴ인력공급업체-이 씨로 이어지는 간접고용구조다. 대학 컨벤션센터는 인건비 절감으로 이윤을 늘리고, ㄴ인력공급업체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면서 재미를 봤지만, 이 씨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도 챙기지 못했다.
"근로계약서요? 그런 건 보지도 못했어요. ㄴ업체요? 업체 사람들 얼굴도 본 적 없어요. 저는 연장근무도 많이 했는데, 연장해서 밤 12시에 끝나도 시급은 똑같이 5,800원을 받았어요. 주휴수당도 못 받았고요. 모르니까 당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히죠."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 55조(휴일), 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위반이다. 더 큰 위반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ㄴ인력공급업체가 불법으로 이 씨를 파견하며 중간에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불법적 사람장사, 불법파견이다.
다시, 문정환 씨의 이야기. 그는 ㄴ인력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휴업수당과 퇴직수당 등을 받아냈다.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스포츠 지도강사'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진모 씨. 그는 고용노동청에 불법 파견 고소장을 넣었다. ㄴ업체는 기존의 불법적 오용을 중단했다. ㄴ업체 대표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문제가 잇다고 해서 현재는 인력을 소개해주고 소개료 7천원만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생계를 위해 임시직 노동을 하는 20~40대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마주하는 것이 불법적 고용에 따른 부당한 착취여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자본가들에게 법을 무시하면서 노동자들을 부려먹으라는 권리까지 쥐어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③] 알바까지 불법파견 하다뇨?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③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 : 2016-08-31 07:39:33 | 수정 : 2016-08-31 07:39:33
▲ 2014년 10월, 청소년유니온이 청소년 호텔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양지웅 기자
"축하합니다. 면접에서 합격했습니다."
문정환(25) 씨가 기다리던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서울시내 특1급 호텔 인사과에서 면접을 봤다. 다행스럽게도 인사과 직원에게서 합격통보 전화를 받은 것이다. 2015년 4월의 일이었다.
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하던 문 씨는 개인 사정으로 2학년을 마치고 자퇴하고, 2013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곳에서 시급 1만7천 원~2만5천 원을 받으면서 경기장 청소, 호텔방 청소 등의 일을 했다.
호주에서 1년을 지내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일을 하기 위해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했다.
"호주에서 호텔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호텔쪽 일을 알아봤어요."
마침내 면접의 관문을 통과한 그는 400여 개의 객실을 갖춘 특1급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전 7시 전에 호텔에 도착해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7시 정각이 되면 일을 시작했다.
룸서비스와 조식 뷔페 관리 업무를 하다가 미니바 업무를 맡았다. 객실내 미니 냉장고에 음료수를 채워넣고, 칫솔, 치약 등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후딱 먹고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거의 9시간을 쉼없이 일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00~110만원.
▲ 호텔업계는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웃소싱을 대거 추진했고, 연회, 주방, 방청소 등의 주요 업무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뉴시스
사회 생활 경험은 많지 않은 그였지만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점심 시간 한 시간 만이라도 편하게 밥을 먹고 잠깐이라도 쉬고 싶었다. 하루 8시간 이상 주5일을 근무하고 때론 주말 근무도 하는데, 월급도 적은 것 같았다. 한참을 근무한 뒤, 조심스럽게 건의를 했다.
"점심 시간에 한 시간 쉬는 건 정당한 권리예요. 그리고 일 하는 것에 비해서 임금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좀 올려주실 수 없을까요?"
정환 씨의 요구는 황당한 요구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 54조의 내용은 이렇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호텔 직원은 정환 씨의 요구를 묵살했다.
"너 말고도 일 할 사람은 많아, 이력서가 수북히 쌓여있어!"
임금을 좀 올려줄 수 없냐는 요구에 대한 호텔 직원의 답변은 더 아리송했다.
"정환 씨는 호텔 직원이 아니라서..."
아니, 매일 아침 호텔로 출근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호텔에서 시키는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고 하니까 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자꾸 들으니까 마음이 찡하기도 했어요."
누가 사장님인가요?
호텔에서 일 하는데 호텔 직원이 아니라는 말의 뜻을 풀 열쇳말은 '간접고용'에 있다.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자. 사실, 정환 씨가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본 구인광고는 호텔에서 직접 올린 게 아니었다. ㄱ인력공급업체가 올린 것이었다. 호텔과 인력공급 도급계약을 맺은 이 업체는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모집해 호텔에 공급했다.
그러니 문 씨는 ㄱ인력공급업체에 고용된 후, 호텔에 파견돼 일을 한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문 씨는 근무하는 내내 ㄱ인력공급업체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해서 밉보인 것일까? 정환 씨는 올해 초, 호텔 직원으로부터 2월말까지만 나오고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
"'내가 부속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난감도 아닌데,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건가? 정말 씁쓸했죠."
▲ 알바천국은 2015년 7월부터 불량사업주로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체불사업주 사전확인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알바천국
정환 씨가 겪은 일은 많은 호텔 노동자들이 겪고 있다. 호텔업계에서 간접고용을 대폭 늘려왔기 때문이다. 룸메이드(방청소), 주차, 주방, 연회장 등의 업무는 과거엔 대부분 호텔에 직접고용돼 있던 직원들이 했다. 그러나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웃소싱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상시업무는 사용자가 직접고용하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잇는 간접고용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간접고용 구조를 악용해 불법적 착취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간에서 사람장사를 하면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문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이진모(42) 씨. 그는 자신이 불법적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는 세종대학 컨벤션홀에서 일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일할 때도 있었고, 10~12월 성수기에는 한 달에 보름 가량 일하기도 했다. 주방보조, 홀 셋팅업무 등을 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았다.
이 씨의 고용관계도 앞서 문 씨의 경우와 똑같다. 대학 컨벤션센터-ㄴ인력공급업체-이 씨로 이어지는 간접고용구조다. 대학 컨벤션센터는 인건비 절감으로 이윤을 늘리고, ㄴ인력공급업체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면서 재미를 봤지만, 이 씨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도 챙기지 못했다.
"근로계약서요? 그런 건 보지도 못했어요. ㄴ업체요? 업체 사람들 얼굴도 본 적 없어요. 저는 연장근무도 많이 했는데, 연장해서 밤 12시에 끝나도 시급은 똑같이 5,800원을 받았어요. 주휴수당도 못 받았고요. 모르니까 당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히죠."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 55조(휴일), 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위반이다. 더 큰 위반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ㄴ인력공급업체가 불법으로 이 씨를 파견하며 중간에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불법적 사람장사, 불법파견이다.
▲ 2014년 10월, 청소년유니온이 청소년 호텔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소년 권리보호와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양지웅 기자
불법을 바로잡다, 그러나
다시, 문정환 씨의 이야기. 그는 ㄴ인력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휴업수당과 퇴직수당 등을 받아냈다.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스포츠 지도강사'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진모 씨. 그는 고용노동청에 불법 파견 고소장을 넣었다. ㄴ업체는 기존의 불법적 오용을 중단했다. ㄴ업체 대표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문제가 잇다고 해서 현재는 인력을 소개해주고 소개료 7천원만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조업을 넘어서 아르바이트, 임시직 노동시장에까지 침투한 불법파견은 비단 기사에 등장하는 곳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호텔 연회' 등으로 검색을 하면 특급호텔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20~35세 인력을 구하는 구인정보가 홍수를 이룬다. 채용정보를 올린 곳은 모두 호텔이 아니라 인력공급, 파견 등을 하는 업체들이다. 구인정보에서 '호텔 소속'이라고 명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구인공고도 있다. 불법파견의 가능성이 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생계를 위해 임시직 노동을 하는 20~40대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마주하는 것이 불법적 고용에 따른 부당한 착취여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자본가들에게 법을 무시하면서 노동자들을 부려먹으라는 권리까지 쥐어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③] 알바까지 불법파견 하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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