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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에어포켓 없었고, 공기주입은 사기행각”

“에어포켓 없었고, 공기주입은 사기행각”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1일차]
첫째날 오후, 세월호 침몰 후 구조구난 및 정부 대응·언론보도의 적정성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6-09-01 19:31:30 | 수정 : 2016-09-02 08:39:16


▲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가 진행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 위원장 개회를 선언하기 위해 봉을 들고 있다. ⓒ김철수 기자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고 있어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5분께, 전남 119 구조본부에 학생들의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이 시간 구조세력인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는 사고해역의 정확한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시간을 허비했다. 참사 발생 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했다. 국가안보실은 당시 대통령에게 어떤 서면보고를 했는지,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해경은 수색 실패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공업용 소형 콤프레셔 등을 이용해 (있지도 않은) 에어포켓에 공기를 주입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합편성 채널 등 보수언론들은 참사의 문제점보다는 유병언 관련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방송사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보도를 하지 말라”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넣었다.


대통령은 참사 후 7시간 동안 어디서·무엇을 했나?

▲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철수 기자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3차 청문회가 1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특조위 3차 청문회 오후 일정은 ‘참사 관련 구조·구난 및 정부대응 적정성’과 ‘세월호 관련 언론보고 공정성·적정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특조위는 참사 당시 청와대의 재난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피고자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증인 출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특조위원들은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할 것에 대비해 증인들의 이전 청문회 발언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당시 대응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정보공개 청구 요구는 정당과 언론사 등에 의해 계속됐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참사 이후 7시간 동안 어디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진환 알권리연구소장은 “청와대가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지정할 것이라는 이유로 참사 당시 기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대통령 지정 기록물 제도는 임기가 끝난 후 임기 중 비밀 사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이런 논리라면 청와대 관련해 어떤 내용도 공개할 수 없고,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운 소위원장은 “참사 당시 대통령에 대한 보고나 지시사항에 대한 공개는 국가 재난시 정부조직이 더욱 합리적인 체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더는 (대통령의 7시간을 두고)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와대는 조속히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포켓은 없었고, 공기주입은 사기행각”

▲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가 진행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방청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참사 당시 세월호 선체 에어포켓에 공기주입을 했던 상황도 “전혀 실효성이 없는 사기행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종운 소위원장은 참사 당시 정부의 부실조치를 밝히기 위한 신문과정에서 “구조·구난의 골든타임에 정부가 시행한 에어포켓 공기주입은 소형 콤프레셔, 공업용 오일을 사용했으며 도면도 없었다”면서 “수색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사기행각에 가깝다”고 말했다.

언딘 협력사인 금호수중개발 대표 박승도 등에 따르면 세월호 공기주입 장치는 6천800톤에 달하는 세월호에 쓰이기에는 턱없이 작았고, 용도도 암석을 깨는 데 쓰는 공업용이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공기주입을 할 당시 세월호에는 희생자들과 관계있는 에어포켓이 없었다”며 “공기를 넣어봐야 천장에 조금 들어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종편의 유병언 집중보도와 청와대 언론통제

▲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가 진행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종합편성 채널 등 보수언론이 유병언 관련 보도를 확산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서중 특조위원은 증인신문을 통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수사상황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제공한 상황이 특이하게 보이고, TV조선을 비롯한 종편들이 집중적으로 유병언 관련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병언 관련 지시사항을 내린 게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유병언 관련 보도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른 의제를 덮어버렸기 때문에 국민이 참사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기회를 놓쳤다”면서 “유병언 보도와 관련해 인천지검의 적극적인 백브리핑이 있었고, 이는 정권과 검찰과 사이에 보이지 순환고리가 있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참석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은 “유병언은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주이고, 평형수, 선박안전 점검 문제 등 침몰 원인 부분에서 유 씨를 조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유씨가 도피하고 구원파와 연계돼 있던 부분에서 (보도가) 곁가지로 세는 부분이 있었지만, 유병언을 침몰 원인 부분과 관련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은 청문회에 참석해 “2014년 5월 5일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 간부 네 사람을 모아놓고 해경 비판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하고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김시곤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은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특조위원과 만나 “사실과 다른 오보가 있어서 정부 입장에서 바로 잡아달라는 입장으로 전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특조위는 청문회에 앞서 증인 39명과 참고인 29명을 선정해 발표했지만,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해경·해군 주요관계자 등 대부분이 불참했다. 특조위 향후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검토할 계획이다.


출처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에어포켓 없었고, 공기주입은 사기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