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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에 눈멀어…정부가 ‘CNK 주가조작’ 도와

‘자원외교’에 눈멀어…정부가 ‘CNK 주가조작’ 도와
CNK 의혹 게이트로 번지나
‘불확실한 민간사업에 정부 보증’ 배경 규명 안돼
정권실세 개입의혹…정태근 의원 “박영준 힘썼을 것”
오덕균 대표 803억 챙겨…김은석 대사 등 관련 의혹

[한겨레] 이재명 기자 | 등록 : 20120118 21:26 | 수정 : 20120118 22:58


▲ 추경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씨엔케이(CNK)인터내셔날에 대한 제재 수준 결정을 위한 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씨앤케이 주가조작 사건은 국외 자원개발 정보를 부풀려 주가를 띄우려는 기업과 자원외교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일어났다. 전현직 외교부 고위인사들이 주가조작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은 공무원들이 더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마당이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18일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이 주가조작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 카메룬 광산의 탐사권을 보유한 씨앤케이마이닝은 탐사보고서의 매장량을 언론 등에 연이어 부풀려 발표했고, 심지어 자체 탐사결과를 유엔개발계획(UNDP) 조사 결과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당시 씨앤케이의 고문을 맡은 조 전 실장이 이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단순히 외교부에 전달한 역할에 그쳤는지, 적극적으로 자료 생산에 관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 대사가 관련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정부 부처가 주가조작을 도와준 꼴이 됐다. 그 덕에 씨앤케이 주가는 불과 3주 만에 3000원대에서 1만6000대로 치솟았고, 오덕균 대표와 임원들은 보유 주식을 팔아 80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문제는 정확한 매장량과 가치가 확인되지 않은 민간의 사업에 왜 정부가 나서 보증을 해줬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사정기관이 총리실, 외교부, 지식경제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했는데도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못했다. 당시 외교부가 부풀린 보도자료를 발표할 때 지식경제부나 광물자원공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권 실세가 배후에 있다는 말까지 돌았고 민주당은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2차관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5월 민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을 방문했을 당시 카메룬 정부에 씨앤케이를 잘 도와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정태근 의원(무소속)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자원외교단을 거느리고 카메룬에 갔던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힘을 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둘러싼 오덕균 씨앤케이 회장과 박영준 전 차장과의 연결고리에 이 사건의 열쇠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2010년 12월17일 씨앤케이가 제공한 것과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은석 대사와 관련된 의혹도 여전하다. 김 대사 등 외교부 공무원들이 부당이득을 얻었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은 일단 감사원 몫으로 남겨져 있다. 김 대사 동생 부부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에 억대의 씨앤케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은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대사 동생 부부는 보도자료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주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씨앤케이 사건은 외교부가 깊숙이 개입돼 있고, 그 파장이 총리실까지 퍼져가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이달 말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에야 정확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감사원 “외교부 연루 가능성 열려있다”…외교부 ‘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