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망진단서, 이상한 부검영장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민변 전 사법위원장 | 발행 : 2016-10-05 11:41:10 | 수정 : 2016-10-05 12:36:31
의문투성이다.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백선하 교수의 행위에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의사가 없던 검찰과 경찰이 갑자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부검영장을 청구한 것에도, 자신이 한 차례 기각시킨 부검영장을 특별한 추가 사유 없이 이상한 조건을 달아 부검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행위에도 그렇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이상한 ‘조건부 부검영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수상한’ 사망진단서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로 쓰러졌고 곧바로 구급차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서울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뇌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외상의 합병증으로 ‘심부전증’이 발생하여 연명치료를 하다가 결국 317일만에 사망했다.
경찰의 물대포 살수에 의해 피격행위와 병원으로 이송되어 뇌수술을 받은 행위 사이에 제3자의 어떤 행위가 개입된 적이 없다. 백남기 농민은 기존에 갖고 있던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 물대포 살수행위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 지침에는 환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선행사인)을 기준으로 기재하고,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로 기재하게 되어 있다.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다면 외상 후 오랜 시간이 지다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는 것은 의학계의 상식이자 오래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의료계의 상식에 의하면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의 종류는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고 기재해야 하고, 직접사인은 ‘급성심부전’, 급성심부전의 원인은 ‘급성경막하 출혈’, 급성경막하출혈의 원인은 ‘물대포 살수에 의한 뇌출혈’로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란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하고, 사망의 원인란에 “직접사안 : ‘심폐정지’, 심폐정지의 원인 : ‘급성심부전’, 급성신부전의 원인 : ‘급성격막하 출혈’”로 기재했다. 백 교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의료계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이윤성 교수도 “나라면 ‘외인사’로 썼을 것”이라며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백 교수는 “급성신부전증이 7월경에 발생하였는데, 이 당시 환자의 가족이 연명치료 중 체외투석치료를 원치 않아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로 기재했다”고 변명했다. 백남기 농민 가족이 체외투석치료를 원치 않은 것은 이 치료는 연명치료의 일부이고, 이 치료를 하더라도 1%의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 교수의 변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 중 일부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사망의 원인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백 교수의 변명은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하여 뇌손상을 입은 환자가 회생가능성이 없는 합병증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면 살인이 아닌 자연사가 된다’는 것과 같은 궤변이다.
상식의 문제를 비상식적으로 해명하는 데에는 말 못할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백 교수는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와 많은 시민들은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킨 그의 행위에 대해 ‘외압에 의해 외상에 의한 사망을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는 합리적 의심이다. 백 교수가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킨 행위는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형법 제233조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해당한다. 백 교수는 자금이라고 왜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인미수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검찰의 태도에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백남기 농민 가족과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이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철장장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2015년 11월 18일. 이 고발 사건을 접수받은 검찰은 피의자가 경찰관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사하지 않고 사건수사를 경찰에 넘겨 경찰로 하여금 수사를 하도록 했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과 경찰은 고발한 지 300일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압수수색을 하여 물대포 살수요원이 살수규정을 위배하였는지, 상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아 직사 살수를 하였는지, 물대포를 직사 살수를 하면 피격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였는지에 대해 충분히 수사를 한 후 관련자를 구속하였어야 한다.
또한 백남기 농민의 뇌손상이 물대포 살수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물대포를 직사살수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에 대한 CT영상 및 수술기록, 그 후 의무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인을 밝혔어야 한다. 그러고도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부검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검경은 10개월 동안 고작 살수요원 2명과 기동장비계장과 기동단장 등 4명만 소환조사를 하였을 뿐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철장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할 때까지 소환조사하지도 않았다. 압수수색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백남기 농민이 사망할 때까지 그의 의무기록도 확보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경이 CCTV 영상과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에 대한 CT상영과 수술기록, 그후의 의료기록을 면밀히 조사하였다면 백남기 농민의 뇌손상과 사망의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행위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부검이 필요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이처럼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아니하였던 검경이 백 교수가 ‘병사’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자 이를 빌미로 ‘사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에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던 검경이 ‘병사’라고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나오자 신속하게 부검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유족들과 시민들이 ‘부검을 통해 사인이 기왕의 질병 때문이라거나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물타기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검영장 발부 후 서울대 특별조사위원회가 ‘사인은 살수행위로 인한 외인사’라고 밝힌 만큼, 검경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부검영장을 기각하였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당일 동일한 사유로 재청구한 부검영장을 발부한 것도 석연찮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사정변경이 없는 한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네가지 조건을 단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단 조건은 모두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부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법원은 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하루만에 변경하였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갑자기 부검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변경하였는지, 외부로부터 압력 때문에 입장을 바꿨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해명하여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부검영장’의 조건을 보면 도저히 성취하기 힘든 것이다. 유족은 부검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부검장소’, ‘유족·유족 추천 의사·변호사의 참관’, ‘부검 절차 영상 촬영’, ‘부검실시 시기·방법·경과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의 조건은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영장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법원의 ‘이상한’ 부검영장은 영장집행 과정에서 검경과 유족들 사이에 분쟁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법원은 지금이라도 이 이상한 ‘조건부 부검영장’을 철회하여야 한다.
서울대병원, 검경, 법원의 행태는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살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진지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때마침 야3당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검경에 의해서는 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야3당은 반드시 이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켜 특별검사로 하여금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도록 해야 한다.
출처 [이재화 칼럼] 수상한 사망진단서, 이상한 부검영장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민변 전 사법위원장 | 발행 : 2016-10-05 11:41:10 | 수정 : 2016-10-05 12:36:31
의문투성이다.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백선하 교수의 행위에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의사가 없던 검찰과 경찰이 갑자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부검영장을 청구한 것에도, 자신이 한 차례 기각시킨 부검영장을 특별한 추가 사유 없이 이상한 조건을 달아 부검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행위에도 그렇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이상한 ‘조건부 부검영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수상한’ 사망진단서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로 쓰러졌고 곧바로 구급차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서울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뇌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외상의 합병증으로 ‘심부전증’이 발생하여 연명치료를 하다가 결국 317일만에 사망했다.
경찰의 물대포 살수에 의해 피격행위와 병원으로 이송되어 뇌수술을 받은 행위 사이에 제3자의 어떤 행위가 개입된 적이 없다. 백남기 농민은 기존에 갖고 있던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 물대포 살수행위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의료계 상식에 반한 사망 원인
대한의사협회 지침에는 환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선행사인)을 기준으로 기재하고,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로 기재하게 되어 있다.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다면 외상 후 오랜 시간이 지다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는 것은 의학계의 상식이자 오래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의료계의 상식에 의하면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의 종류는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고 기재해야 하고, 직접사인은 ‘급성심부전’, 급성심부전의 원인은 ‘급성경막하 출혈’, 급성경막하출혈의 원인은 ‘물대포 살수에 의한 뇌출혈’로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란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하고, 사망의 원인란에 “직접사안 : ‘심폐정지’, 심폐정지의 원인 : ‘급성심부전’, 급성신부전의 원인 : ‘급성격막하 출혈’”로 기재했다. 백 교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의료계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이윤성 교수도 “나라면 ‘외인사’로 썼을 것”이라며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브리핑에서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백 교수는 “급성신부전증이 7월경에 발생하였는데, 이 당시 환자의 가족이 연명치료 중 체외투석치료를 원치 않아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로 기재했다”고 변명했다. 백남기 농민 가족이 체외투석치료를 원치 않은 것은 이 치료는 연명치료의 일부이고, 이 치료를 하더라도 1%의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 교수의 변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 중 일부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사망의 원인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백 교수의 변명은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하여 뇌손상을 입은 환자가 회생가능성이 없는 합병증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면 살인이 아닌 자연사가 된다’는 것과 같은 궤변이다.
상식의 문제를 비상식적으로 해명하는 데에는 말 못할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백 교수는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와 많은 시민들은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킨 그의 행위에 대해 ‘외압에 의해 외상에 의한 사망을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는 합리적 의심이다. 백 교수가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킨 행위는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형법 제233조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해당한다. 백 교수는 자금이라고 왜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경찰과 검찰의 태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인미수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검찰의 태도에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백남기 농민 가족과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이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철장장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2015년 11월 18일. 이 고발 사건을 접수받은 검찰은 피의자가 경찰관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사하지 않고 사건수사를 경찰에 넘겨 경찰로 하여금 수사를 하도록 했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과 경찰은 고발한 지 300일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압수수색을 하여 물대포 살수요원이 살수규정을 위배하였는지, 상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아 직사 살수를 하였는지, 물대포를 직사 살수를 하면 피격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였는지에 대해 충분히 수사를 한 후 관련자를 구속하였어야 한다.
또한 백남기 농민의 뇌손상이 물대포 살수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물대포를 직사살수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에 대한 CT영상 및 수술기록, 그 후 의무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인을 밝혔어야 한다. 그러고도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부검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 지난달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농민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오른쪽)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대화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그런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검경은 10개월 동안 고작 살수요원 2명과 기동장비계장과 기동단장 등 4명만 소환조사를 하였을 뿐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철장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할 때까지 소환조사하지도 않았다. 압수수색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백남기 농민이 사망할 때까지 그의 의무기록도 확보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경이 CCTV 영상과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에 대한 CT상영과 수술기록, 그후의 의료기록을 면밀히 조사하였다면 백남기 농민의 뇌손상과 사망의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행위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부검이 필요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이처럼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아니하였던 검경이 백 교수가 ‘병사’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자 이를 빌미로 ‘사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에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던 검경이 ‘병사’라고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나오자 신속하게 부검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유족들과 시민들이 ‘부검을 통해 사인이 기왕의 질병 때문이라거나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물타기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검영장 발부 후 서울대 특별조사위원회가 ‘사인은 살수행위로 인한 외인사’라고 밝힌 만큼, 검경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법원의 이상한 조건부 부검영장 발부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부검영장을 기각하였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당일 동일한 사유로 재청구한 부검영장을 발부한 것도 석연찮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사정변경이 없는 한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네가지 조건을 단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단 조건은 모두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부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법원은 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하루만에 변경하였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갑자기 부검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변경하였는지, 외부로부터 압력 때문에 입장을 바꿨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해명하여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부검영장’의 조건을 보면 도저히 성취하기 힘든 것이다. 유족은 부검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부검장소’, ‘유족·유족 추천 의사·변호사의 참관’, ‘부검 절차 영상 촬영’, ‘부검실시 시기·방법·경과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의 조건은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영장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법원의 ‘이상한’ 부검영장은 영장집행 과정에서 검경과 유족들 사이에 분쟁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법원은 지금이라도 이 이상한 ‘조건부 부검영장’을 철회하여야 한다.
서울대병원, 검경, 법원의 행태는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살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진지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때마침 야3당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검경에 의해서는 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야3당은 반드시 이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켜 특별검사로 하여금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도록 해야 한다.
출처 [이재화 칼럼] 수상한 사망진단서, 이상한 부검영장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후배가 미르 사무실 계약 (0) | 2016.10.06 |
---|---|
'화난' 교사들 "'듣보잡' 국정교과서 당장 주문하라니" (2) | 2016.10.05 |
미르재단 등 정권에 바치는 준조세만 20조 원? (0) | 2016.10.05 |
‘쓰나미’ 온 듯···파도에 잠기는 해운대 마린시티 피해 속출 (0) | 2016.10.05 |
대기업 수십억 내면서 자사 공익재단엔 ‘0원’ (0) | 2016.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