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부터 특혜로 달린 정유라

입학부터 특혜로 달린 정유라
[한겨레] 박수진 기자 | 등록 : 2016-10-18 20:06 | 수정 : 2016-10-18 21:49

▲ ‘말’ 많은 이대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엘레베이터 옆 벽면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입학 의혹을 풍자한말 머리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된 것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쳐다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화여대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딸 정유라(20) 씨를 둘러싸고 연일 제기되는 입학 및 학사관리 관련 의혹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이화여대가 아니라 ‘순실여대’”라는 비하가 나돌고 교수들마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1886년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이화여대, 그곳에서 지난 2년여간 일어난 일은 정말 우연이었을까.

의혹 ① 원서접수 마감뒤 금메달 반영 ‘규정 위반’

■ 입학 2014년 9월 16일 정 씨는 이대 체육특기생 전형과정에 지원했다. 모집 요강에는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으로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의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만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원서 마감 나흘 뒤에야 정 씨는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10월 18일 체육특기생 면접에 정 씨는 금메달을 손에 들고 갔고, 합격했다. 원서접수 마감일 이후에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개인전 아닌 단체전이었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평가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당시 입학처장이 평가자들에게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13년 5월의 ‘우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체육과학부 교수 회의는 특기자 종목을 기존 11개에서 승마 포함 23개로 확대했다. 1년 뒤 정 씨는 확대된 특기자 종목을 통해 이대 입시 관문을 통과했다. 승마 특기 합격자는 이대 개교 이래 정씨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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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② 제적 경고한 지도교수는 그날 갈아치워

■ 첫 등교 정 씨는 입학 1년여가 지난 지난해 봄,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학교를 찾았다. 제적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1학년 1학기인 지난해 정 씨는 평균평점 0.11로 학사경고를 받았다. 2학기는 쉬었다. 지도 교수가 최 씨에게 연락했다. 최 씨는 ‘독일에 머무는 딸이 승마 연습을 하는 탓에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 씨는 딸의 승마 연습 사진 등을 보냈다. 별문제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듬해인 2학년 1학기, 정씨가 여전히 출석하지 않자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출석하지 않으면 성적이 나빠지고 학사경고를 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 교수는 정 씨의 사촌을 통해 ‘경고가 누적되면 제적당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학칙엔 학기 말 평균평점 1.60 미만인 학생에겐 학사경고를 하고, 연속 3회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은 제적한다고 되어 있다. 독일에 있다던 최 씨는 즉시 딸과 함께 학교를 찾았다. 지도 교수를 찾아가 고성을 질렀다. 지도 교수는 그날 바로 바뀌었다.

의혹 ③ 출석 미달로 학사경고 받을라 ‘학칙 개정’

■ 학칙 개정 이대는 두 달 뒤 학칙을 바꿨다. 개정된 학칙은 ‘국제대회나 연수, 훈련, 교육실습 등에 참가한 경우 공문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학칙은 ‘올해 3월부터’로 소급적용됐다. 개정된 학칙 혜택을 보려면 공문서가 있어야 하지만, 정 씨는 공문서 없이도 이 학칙의 혜택을 받았다.

기막힌 우연은 또 일어났다. 지난해 이대는 ‘체육과학부 실기우수자 학생들에게 대회 실적이나 과제물 등을 참고해 최소 B 학점 이상을 주라’는 지침을 새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정 씨는 개정된 학칙의 혜택을 받았고, 성적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짜깁기하고 맞춤법도 엉망인 리포트도 이 지침에 힘입어 B 학점을 받았다.

정 씨는 계절 학기로 의류산업학과 수업을 수강하면서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학점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대 학생들은 정 씨의 입학 및 학사관리와 관련해 2,000여 건의 제보를 국회와 학내 커뮤니티 등에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대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이 모든 일은 단지 우연의 일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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