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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태민을 찬양하고 묵인하더니 뒤늦게 선 긋는 개신교 보수세력

박근혜, 최태민을 찬양하고 묵인하더니 뒤늦게 선 긋는 개신교 보수세력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6-11-05 11:13:42 | 수정 : 2016-11-05 11:13:42


▲ 박근혜가 대통령 딸의 신분으로 최태민 목사와 함께 한 행사에 참여한 모습. ⓒ기타

박근혜와 최순실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지고, 박근혜 지지율은 5%로 추락했다.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리에 넘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근혜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단체들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엔 개신교 보수세력도 포함돼 있다.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박근혜와 과거부터 인연을 이어왔고,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의 아버지인 故 최태민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의 우군이던 보수 개신교의
이례적인 박근혜 비판 성명

개신교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 1일 이영훈 대표회장 명의로 ‘우리의 결의’라는 글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하면서 책임총리제, 거국내각, 헌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또 다른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엽합(한교연)도 2일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성명을 통해 “최 씨가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측근이 아닌 자신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인 이들 개신교 단체는 하야를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엔 미치지 못하지만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아왔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이런 수준에서나마 성명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최태민과 개신교는 아무런 상관 없다고?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최태민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목사’라는 호칭으로 등장하자 이를 부인하는 발언과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10월 26일 논평을 통해 “성직자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사람을 ‘목사’로 부르는 것은 정통 교단 성직자에 대한 모독이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된다”며 “정통 교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야말로 박수무당이나 다름없는 인물을 계속하여 ‘목사’라는 성직자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온당치 못하다. 차제에 언론들과 우리 사회는 기독교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고 최태민 씨에 대한 성직자 명칭 사용을 중지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와 최태민을 통해 권력을 누린 추악한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단순히 선만 긋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 보수세력들은 박근혜를 찬양하며 그의 당선과 권력 유지를 위해 힘써 왔다. 아울러 최태민 씨가 자격도 없이 목사 안수를 받고, 개신교에서 활동할 수 있게 묵인한 건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향한 보수 개신교의 낯 뜨거운 찬양 발언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실까”
“하나님의 일꾼인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의 1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가 2012년 대선 후보 신분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들을 만났을 때 대선 재외동포 선거에 교회 단체를 활용하라고 제안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였다. 당시 이강평 목사는 “해외 투표를 할 때 지지자를 많이 만들도록 교회 연합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했다. 황성주 목사도 “해외 이민은 기독교 중심이고 교회 중심의 이민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것을 유념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는 당선 이후 정부 요직에 보수성향 교회 신도들이 기용하며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 이에 화답하듯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박근혜의 정책을 앞장서서 지지하고, 찬양하는 첨병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3월 3일 열린 48차 국가조찬기도회는 개신교 보수세력과 박근혜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행사다. 박근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소강석 목사는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중단 등 박근혜의 정책을 지지, 찬양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소 목사는 “각자의 생각이 다른 5천만 명을 섬기고, 수백 개 국과 정상외교를 해야 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정운영을 하시는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실까 생각을 해 본다”며 박근혜를 찬양했다. 소 목사는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 박근혜가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4년 열린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선 김삼환 목사가 “대한민국은 통일의 비전을 가진 대통령을 만났다. 통일은 대박이다. 대운이요, 대길이다. 교회도 통일을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박근혜의 통일 정책을 지지했다. 한발 더 나가 김 목사는 “대통령이 하나님의 일꾼인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 훌륭한 여성 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교회의 영향”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한다. 가정이 없는 박 대통령은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라고 극찬했다.

박근혜의 취임 첫해였던 지난 2013년엔 서울나들목교회에서 박정희 추모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생전에 불교신자로 개신교하곤 아무런 인연이 없던 박정희의 사진을 크게 걸어놓고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날 예배에선 박정희와 박근혜에 대한 찬양이 이어졌다. 백광진 목사(잠실동교회 담임)의 사회로 노화산 목사(산월중앙감리교회 담임)가 기도했고, 김영진 목사(원미동교회 원로)가 설교했다. 하귀호 목사(예장 합동 GMS 명예이사장) 김한배 목사(광은교회 담임) 정진욱 대표(미소금융부산 총실무자) 성보경 총재(21세기 선진포럼) 최동섭 이사장(정우회)이 추모사를 했다.

김한배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 줬다. 딸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대통령이 됐으니 희망을 주는 지도자, 국민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극찬했다. 김영진 목사는 박정희 독재를 찬양하며 “한국은 독재를 해야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무런 경력 없이 목사 안수 받은 최태민
이단 우려에도 함께한 주류 교단의 목회자들

박근혜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개신교 보수세력은 최태민이 권력에 가까이 가는데 있어서도 일종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정통 교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야말로 박수무당이나 다름없는 인물을 계속하여 ‘목사’라는 성직자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했지만 최 씨에게 목사 칭호를 주고, 그가 개신교에서 활동하게 한 원죄로부터 개신교 보수인사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태민은 개신교 군소교단인 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지난 1975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재 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 총회장을 맡고 있는 전기영 목사는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최씨는 1975년 우리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하지만 신학교육은 받지 않았다. 당시 돈 몇 푼 주고 목사안수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최씨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당시에는 목사 안수를 쉽게 주던 때였다. 기도원 갔다 온 사람들에게도 30만원, 50만원에 줄 정도였다.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당시 최씨도 돈을 주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교단 설립자 목사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최씨와 결별하고, 내가 총회장을 맡은 뒤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한 바 있다.

1975년 목사 안수를 받은 최태민 씨는 개신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해 4월 대한구국선교단을 창설했고, 6월엔 구국십자군을 만들었다. 구국십자군은 반공주의를 앞세우며 목회자와 세례교인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고, 전국을 돌면서 구국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최 씨가 만든 조직에서 박근혜는 총재 또는 명예 총재를 맡았다. 그리고 이런 권력은 현재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최 씨와 그의 자녀들의 재산을 형성하는 배경이 됐다.

최 씨가 본격적으로 세를 불려나가자 당시 개신교계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통 기독 교리에서 벗어나는 그의 행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당시 예장 합동총회는 총회장 명의의 공고를 통해 십자군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기도 했다. 기독신문에 게재된 공고엔 구국십자군이 목사들을 집총훈련으로 유인하고 교회를 현혹시키고 있다며 협력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1975년 5월 26일 경향신문. 대한구국선교단 소속 목회들의 군사훈련 퇴소식에 참석해 목사들을격려하는 박근혜 영애. ⓒ경향신문 캡쳐

하지만 구국십자군 등이 전국을 돌면서 벌인 기도회와 군사훈련 등엔 당시 주류 교단의 목사들이 상당수 함께 했다. 단순히 참여한 정도가 아니라, 집회를 이끌거나, 고위직을 맡는 등 적극 가담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 신문 보도에 의하면 예장통합 강신명 목사와 예장합동 최 훈 목사, 감리교 박장원 목사 등이 최태민의 구국선교단에 함께했다. 이들은 당시 개신교계에서 이름 높은 목회자들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현직 대통령의 딸이 함께 나서는 등 권력이 함께했기 때문에 이단에 가까운 최 씨의 신앙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권력의 해바라기로 살아온
개신교 보수세력도 이번 사태의 공범

한국교회언론회는 “정통 교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야말로 박수무당이나 다름없는 인물을 계속하여 ‘목사’라는 성직자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온당치 못하다. 차제에 언론들과 우리 사회는 기독교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고 최태민 씨에 대한 성직자 명칭 사용을 중지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지만 결국 ‘박수무당이나 다름없는 인물’에게 ‘목사’ 칭호를 준 것도 그런 그가 개신교계를 휩쓸면서 부와 권력을 축적하도록 도와준 것도 개신교, 그 가운데서도 반공주의를 앞세우며 권력과 함께해온 개신교 보수세력이었다. 결국 ‘기독교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온 것은 그들 자신이고 이번 사태를 불러온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공범이다.

개신교 보수세력들이 아직 한계가 많지만 뒤늦게나마 권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권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일제강점기 민족을 배반하고 신사참배 등 일제에 협력하고, 해방공간에서 반공주의로 변신해 해마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여는 등 권력의 해바라기로 살며 기복주의를 이용해 부를 쌓아온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출처  박근혜, 최태민을 찬양하고 묵인하더니 뒤늦게 선 긋는 개신교 보수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