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서 김승연-이재용 가까우니 삼성물산 합병 찬성 요구”
인터뷰 |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부정적 보고서 내자 경영기획실 전화... “삼성에서 한화 부회장에 항의해와”
추가 보고서 내자 사임압력... 주총서 합병 반대뒤 “나가라”
“합병땐 수천억 손실 뻔히 알면서 기관투자자들 찬성표 부끄러운일”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6-11-22 05:01 | 수정 : 2016-11-24 09:02
지난해 6~7월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 당시 한화그룹의 사령탑인 경영기획실이 주진형 당시 한화증권 사장에게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가깝다’며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 전 사장은 또 이에 굴하지 않고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합병에 반대하자 사장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2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삼성의 로비와 한화그룹의 압력의 진상을 털어놨다. 검찰이 23일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가운데, 다른 일반 기관투자가도 삼성의 로비를 받고 합병에 찬성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 한화증권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두 차례 냈는데?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많이 뒀다. 삼성물산의 실적을 일부러 나쁘게 해서 주가를 떨어뜨렸다. 당시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 평균 30% 정도 올랐는데, 유독 삼성물산만 10% 내렸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이 40%가 넘는 제일모직은 어떤 식으로든 합병을 유리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승인한 것은 최악의 행위다. 한화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어떻게 보았겠나.”
- 한화증권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국내 50여개 기관투자가 중에서 유일하게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했는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펀드 가입 투자자들에게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두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과 다를 바 없다. 당시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왜 합병에 찬성했을까?
“금융사들로서는 삼성이 최대 고객이다. 삼성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대단히 크다. 또 삼성이 전방위 로비를 했다. 기관투자가 임원들에게 지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도 네 차례나 전화를 받았다.”
- 사장 임기 중반에 한화그룹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은 게 합병에 반대한 것과 연관이 있나?
“한화그룹에서 6월 12일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가까우니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6월 15일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더니,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보고서 때문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사장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7월 8일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는 게 옳다는 추가보고서를 냈더니, 며칠 뒤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고 압박했다. 결국 9월에 금춘수 실장한테서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주 전 사장은 중도 퇴진을 거부하다가 올 초 주총을 앞두고 물러났다.)
- 국민연금은 한화증권 보고서와 달리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겠다고 밝혔을 때,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개입설이 돌았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압력을 넣는 이유를 몰라 의아했는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후 사정을 알겠더라. 삼성이 최씨를 지원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삼성물산 합병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게 지배적 해석 아닌가?”
-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잘못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있다면?
“기관투자가의 행동규범을 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속히 제정해서 실천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회의록도 앞으로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합병시 이사들이 회사 가격을 높이 받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단독] “한화서 김승연-이재용 가까우니 삼성물산 합병 찬성 요구”
인터뷰 |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부정적 보고서 내자 경영기획실 전화... “삼성에서 한화 부회장에 항의해와”
추가 보고서 내자 사임압력... 주총서 합병 반대뒤 “나가라”
“합병땐 수천억 손실 뻔히 알면서 기관투자자들 찬성표 부끄러운일”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6-11-22 05:01 | 수정 : 2016-11-24 09:02
▲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기자
지난해 6~7월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 당시 한화그룹의 사령탑인 경영기획실이 주진형 당시 한화증권 사장에게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가깝다’며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 전 사장은 또 이에 굴하지 않고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합병에 반대하자 사장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2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삼성의 로비와 한화그룹의 압력의 진상을 털어놨다. 검찰이 23일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가운데, 다른 일반 기관투자가도 삼성의 로비를 받고 합병에 찬성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 한화증권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두 차례 냈는데?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많이 뒀다. 삼성물산의 실적을 일부러 나쁘게 해서 주가를 떨어뜨렸다. 당시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 평균 30% 정도 올랐는데, 유독 삼성물산만 10% 내렸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이 40%가 넘는 제일모직은 어떤 식으로든 합병을 유리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승인한 것은 최악의 행위다. 한화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어떻게 보았겠나.”
- 한화증권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국내 50여개 기관투자가 중에서 유일하게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했는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펀드 가입 투자자들에게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두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과 다를 바 없다. 당시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왜 합병에 찬성했을까?
“금융사들로서는 삼성이 최대 고객이다. 삼성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대단히 크다. 또 삼성이 전방위 로비를 했다. 기관투자가 임원들에게 지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도 네 차례나 전화를 받았다.”
- 사장 임기 중반에 한화그룹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은 게 합병에 반대한 것과 연관이 있나?
“한화그룹에서 6월 12일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가까우니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6월 15일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더니,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보고서 때문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사장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7월 8일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는 게 옳다는 추가보고서를 냈더니, 며칠 뒤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고 압박했다. 결국 9월에 금춘수 실장한테서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주 전 사장은 중도 퇴진을 거부하다가 올 초 주총을 앞두고 물러났다.)
- 국민연금은 한화증권 보고서와 달리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겠다고 밝혔을 때,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개입설이 돌았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압력을 넣는 이유를 몰라 의아했는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후 사정을 알겠더라. 삼성이 최씨를 지원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삼성물산 합병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게 지배적 해석 아닌가?”
-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잘못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있다면?
“기관투자가의 행동규범을 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속히 제정해서 실천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회의록도 앞으로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합병시 이사들이 회사 가격을 높이 받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단독] “한화서 김승연-이재용 가까우니 삼성물산 합병 찬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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