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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 ‘개인정보 취득사유 내라’ 법원 명령 거부

국정원·경찰 ‘개인정보 취득사유 내라’ 법원 명령 거부
통신 이용자들 영장없이 개인정보 수집 손해배상 소송
법원, 적법성 확인위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제출 요구
연속 ‘즉시 항고’로 대응…“정당한 공무집행” 주장만

[한겨레] 김재섭 기자 | 등록 : 2017-01-03 15:45 | 수정 : 2017-01-03 18:59


▲ 2016년 3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안기관의 민주노총 무차별 통신사찰 조사결과 중간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맨 왼쪽)가 국가 권력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 같은 정보·수사기관들이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해 통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받았는지를 입증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번번이 거부하고 있다. 정보인권 보호 운동을 펴는 시민단체들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3일 정보인권 전문가 모임인 오픈넷과 경찰청 등의 말을 들어보면, 정보·수사기관들은 ‘통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통신자료)를 합법적으로 제공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니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잇따라 거부하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으로 확인된 통신 이용자 22명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가져간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상대로 각각 50만원씩의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고, 법원은 11월 7일에 이어 12월 15일에도 피고 기관에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정보·수사기관들은 법원의 명령이 나올 때마다 재고를 요청하는 ‘즉시 항고’로 맞서고 있다. ‘법이 정한 서면 요청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첫 법원 명령 때는 수사 보안 및 통화 상대방 노출 등의 문제를 들어 재고를 요청했고, 법원이 명령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정보·수사기관은 해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에 요청해 통신 이용자 1천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가져가고 있다. 법에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통신사들은 달라는 대로 다 내어주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업체들은 2012년 이용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자 이를 중단했으나, 통신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영장도 없이 통신사에 요청해 해마다 통신 이용자 1천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정보·수사기관들의 행태가 합법적인 근거를 가졌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오픈넷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영장 없는 통신자료 취득은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만 가능한데,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재판이나 수사의 대상이 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줄지 기각할지를 판단하려면 정보·수사기관의 통신 이용자 개인정보 취득 사유가 적법한지부터 따져봐야 해 통신사에 보낸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라는 것인데 버티고 있다. 불법행위를 한 게 아니라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국정원·경찰 ‘개인정보 취득사유 내라’ 법원 명령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