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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협력업체들 “KT가 자회사로 일감 돌려”

KT 협력업체들 “KT가 자회사로 일감 돌려”
황창규 회장 설립 ‘KT서비스’
통신망 유지·보수 발주 물량 2015년부터 속속 빨아들여
협력업체 “경기 침체에 설상가상”
“황 회장 연임용 실적쌓기” 반발... KT “공사 품질 높이려 일부 돌려”

[한겨레] 김재섭 기자 | 등록 : 2017-01-03 05:01 | 수정 : 2017-01-03 08:55


통신업계의 ‘맏이’인 케이티(KT)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케이티서비스’란 자회사를 만들어 중소 협력업체에 주던 통신망 공사 및 유지보수 물량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티 발주 물량이 줄면서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된 중소 협력업체들은 “경기침체로 일거리가 준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황창규 회장 연임을 위한 실적 만들기를 위해 협력업체를 죽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케이티와 협력업체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는 지난해부터 ‘1군’(통신 선로·관로 공사) 협력업체에 주던 공사 물량을 케이티서비스로 돌리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지난해 1군 공사 물량 가운데 50억 원어치가량이 케이티서비스로 넘어갔고, 올해는 5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가 받던 공사 물량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넘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케이티는 2015년에는 ‘4군’(인터넷·인터넷티브이(IPTV) 개통 및 유지보수) 협력업체에 주던 일거리 상당 부분을 케이티서비스로 돌려 논란을 빚었다. 협력업체들이 청와대·미래창조과학부·동반성장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탄원서를 내고, 황창규 회장 집 앞에서 시위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케이티가 협력업체에 주는 물량을 더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4군 물량의 70%가량이 케이티서비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케이티는 이와 별도로 2군(주요 건물·시설 내부의 중계기 공사) 협력업체에 주던 일감도 케이티이엔지코어란 자회사를 통해 빼가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통신망·전원·기지국 공사와 유선서비스 개통·유지보수 등을 공사 성격에 따라 1~4군으로 분류해 외부 협력업체에 맡겨왔다. 케이티 물량에 의존하는 중소 협력업체가 전국적으로 400곳이 넘는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상당수는 매출이 20억~30억 원을 밑도는 규모라 케이티 물량이 조금만 줄어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케이티는 그동안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협력업체 일거리를 늘려 생존을 도와왔는데 황 회장 취임 뒤 달라졌다. 자회사를 만들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지 협력업체 일감을 빼앗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케이티는 황 회장 취임 뒤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하나씩 운영했던 ‘아이티에스(ITS)’란 이름의 출자회사(케이티 지분율 19%)를 ‘케이티서비스남부’와 ‘케이티서비스북부’로 재편하고, 지분율을 각각 76.4%와 67.3%로 늘려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협력업체에 주던 일감을 이들 자회사로 돌리고 있다.

케이티는 이들 자회사를 각각 114 안내 등을 맡은 ‘케이티시에스(CS)’와 ‘케이티아이에스(IS)’와 합칠 계획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지분율이 30%를 넘는 자회사들의 실적은 케이티 실적으로 잡힌다며, 케이티가 협력업체 매출을 케이티 실적으로 돌리기 위해 출자회사를 자회사로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은 그나마 받고 있던 물량을 빼앗길까봐 개별적으로는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케이티는 취재에 응해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게 하라고 협력업체 대표들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가 언론에 제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긴급 협조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케이티 홍보실은 “공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범적으로 해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협력업체의 공사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단독] KT 협력업체들 새해 벽두부터 ‘울상’…“KT가 자회사로 일감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