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난방·카메라 신검…김기춘·조윤선, 누구 덕 보나
‘구치소 인권’ 톡톡히 누리는 전직 공안통 법무장관
서준식씨 등 인권투쟁, DJ·참여정부 제도개선 덕 봐
‘이재용 항문 검사’는 육안 아닌 ‘카메라 의자’ 이용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7-01-22 17:35 | 수정 : 2017-01-22 21:16
22일 오후 2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법무부 호송차에 실려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소환됐다. 두 사람은 이틀 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입었던 검은색 코트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 수용자’이기 때문에 수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 밖을 나설 때는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구치소로 복귀하면 곧바로 수의로 갈아 입어야 한다. 신발은 고무신이나 끈 없는 운동화 중에서야 택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고위 공직자나 돈 많고 뒷배가 든든한 수용자를 이르는 ‘범털’들이 무더기로 구치소에 머물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특혜’ 논란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8~19일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서울구치소에서 인생 첫 수의를 입어야 했다. 특히 그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입소 절차로 항문 등 특정부위 신체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신체검사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듯 당사자나 보는 사람 모두 고역인 ‘육안 검사’는 아니다. 수용자 인권보호 요구가 커지면서 2008년부터 도입된 ‘카메라 의자’(전자영상장비)를 통한 항문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교정시설 입소자들은 머리카락, 귀, 겨드랑이, 손가락·발가락 사이, 항문, 입 안에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담배나 마약, 자해·탈출 가능 물품 등을 숨겨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밀 신체검사를 받는다. 과거에는 ‘알몸 검사’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운 차림으로 속옷을 내린 상태에서 ‘카메라 의자’에 2~3초간 다리를 벌려 쪼그려 앉으면 칸막이로 격리된 통제실에서 교도관이 모니터로 특정 부위를 관찰하게 된다. 녹화는 되지 않는다. 육안에서 카메라로 바뀐 뒤에도 수용자의 죄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항문 검사를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헌재는 “생명·신체 안전과 질서 유지라는 공적 이익이 더 크다”며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평소 단정한 머리손질과 꼼꼼한 화장으로 정치권에 잘 알려졌던 조 전 장관은 이틀 연속 화장기 하나 없는 ‘생얼’로 특검팀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구치소에는 화장품 반입이 금지된다. 구치소 내부에서 구입해서 써야하는데, 로션·스킨·영양크림·선블록 정도만 가능하다. 색조 화장품은 사용할 수 없다. 존슨앤존슨·유한킴벌리·애경·니베아·엘지생활건강·아모레 등의 제품이 납품되는데 영양크림(2만~3만원)을 제외하고는 1만원 안쪽의 제품들이다. 2015년 ‘땅콩 회항’으로 기소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구치소 언니들이 스킨과 로션을 빌려줬다”는 반성문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금테 안경을 쓰던 김 전 실장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장에 평소 안 쓰던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김 전 실장이 영장 발부를 예감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속 재질의 안경테는 수갑 등을 풀거나 자해 또는 다른 수용자를 위협하는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치소 반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규정이 많이 완화됐다. 안경알을 감싸는 테가 금속이어도 반입이 가능하고, 안경다리가 금속이어도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돼 있으면 반입이 허용된다. 다만 안경다리의 폭은 8㎜를 넘어서는 안 된다. 조 전 장관은 무테 안경을 쓰고 조사를 받았다.
평소 ‘의전’을 중시하던 김 전 실장은 이날 넥타이 없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특검팀에 나왔다. 구치소에서는 목을 매는 등 자해를 할 수 있는 넥타이, 허리띠, 끈이 있는 신발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수치감이나 모욕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공개된 장소가 아닌 차단된 시설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 입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엄동설한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그나마 사복 조사에 난방이 되는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이념적으로 ‘척결’하려 했던 이들의 덕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김 전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하던 시절에만 해도 미결수들도 수의를 착용해야 했고 한겨울에도 교정시설에 난방이 안 돼 얼어죽지 않으려고 온수를 넣은 패트병을 끌어안고 자야했다. 인권운동가 서준식씨 등이 헌법소원 등을 통해 미결수 권리를 위해 싸우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그나마 진일보한 교도행정의 덕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사복·난방·카메라 신검…김기춘·조윤선, 누구 덕 보나
‘구치소 인권’ 톡톡히 누리는 전직 공안통 법무장관
서준식씨 등 인권투쟁, DJ·참여정부 제도개선 덕 봐
‘이재용 항문 검사’는 육안 아닌 ‘카메라 의자’ 이용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7-01-22 17:35 | 수정 : 2017-01-22 21:16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2일 오후 2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법무부 호송차에 실려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소환됐다. 두 사람은 이틀 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입었던 검은색 코트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 수용자’이기 때문에 수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 밖을 나설 때는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구치소로 복귀하면 곧바로 수의로 갈아 입어야 한다. 신발은 고무신이나 끈 없는 운동화 중에서야 택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고위 공직자나 돈 많고 뒷배가 든든한 수용자를 이르는 ‘범털’들이 무더기로 구치소에 머물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특혜’ 논란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8~19일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서울구치소에서 인생 첫 수의를 입어야 했다. 특히 그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입소 절차로 항문 등 특정부위 신체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신체검사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듯 당사자나 보는 사람 모두 고역인 ‘육안 검사’는 아니다. 수용자 인권보호 요구가 커지면서 2008년부터 도입된 ‘카메라 의자’(전자영상장비)를 통한 항문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교정시설 입소자들은 머리카락, 귀, 겨드랑이, 손가락·발가락 사이, 항문, 입 안에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담배나 마약, 자해·탈출 가능 물품 등을 숨겨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밀 신체검사를 받는다. 과거에는 ‘알몸 검사’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운 차림으로 속옷을 내린 상태에서 ‘카메라 의자’에 2~3초간 다리를 벌려 쪼그려 앉으면 칸막이로 격리된 통제실에서 교도관이 모니터로 특정 부위를 관찰하게 된다. 녹화는 되지 않는다. 육안에서 카메라로 바뀐 뒤에도 수용자의 죄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항문 검사를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헌재는 “생명·신체 안전과 질서 유지라는 공적 이익이 더 크다”며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평소 단정한 머리손질과 꼼꼼한 화장으로 정치권에 잘 알려졌던 조 전 장관은 이틀 연속 화장기 하나 없는 ‘생얼’로 특검팀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구치소에는 화장품 반입이 금지된다. 구치소 내부에서 구입해서 써야하는데, 로션·스킨·영양크림·선블록 정도만 가능하다. 색조 화장품은 사용할 수 없다. 존슨앤존슨·유한킴벌리·애경·니베아·엘지생활건강·아모레 등의 제품이 납품되는데 영양크림(2만~3만원)을 제외하고는 1만원 안쪽의 제품들이다. 2015년 ‘땅콩 회항’으로 기소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구치소 언니들이 스킨과 로션을 빌려줬다”는 반성문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7년 1월 22일 오후 교도관들에게 둘러쌓인 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평소 금테 안경을 쓰던 김 전 실장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장에 평소 안 쓰던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김 전 실장이 영장 발부를 예감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속 재질의 안경테는 수갑 등을 풀거나 자해 또는 다른 수용자를 위협하는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치소 반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규정이 많이 완화됐다. 안경알을 감싸는 테가 금속이어도 반입이 가능하고, 안경다리가 금속이어도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돼 있으면 반입이 허용된다. 다만 안경다리의 폭은 8㎜를 넘어서는 안 된다. 조 전 장관은 무테 안경을 쓰고 조사를 받았다.
평소 ‘의전’을 중시하던 김 전 실장은 이날 넥타이 없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특검팀에 나왔다. 구치소에서는 목을 매는 등 자해를 할 수 있는 넥타이, 허리띠, 끈이 있는 신발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수치감이나 모욕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공개된 장소가 아닌 차단된 시설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 입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엄동설한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그나마 사복 조사에 난방이 되는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이념적으로 ‘척결’하려 했던 이들의 덕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김 전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하던 시절에만 해도 미결수들도 수의를 착용해야 했고 한겨울에도 교정시설에 난방이 안 돼 얼어죽지 않으려고 온수를 넣은 패트병을 끌어안고 자야했다. 인권운동가 서준식씨 등이 헌법소원 등을 통해 미결수 권리를 위해 싸우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그나마 진일보한 교도행정의 덕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사복·난방·카메라 신검…김기춘·조윤선, 누구 덕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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