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게이트’ 터진 뒤에도 정유라 지원 ‘플랜B’ 실행 의혹
승마코치와 계약, 작년 9월 파기된 계약과 시점·액수 비슷
‘3자거래’로 바꾼 듯…조세도피처 통한 자금세탁 의혹도
해당 코치 “엉터리 소문에 불과” 일축…삼성 측도 부인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김신애 통신원 | 입력 : 2017.01.19 06:00:09 | 수정 : 2017.01.19 15:44:29
최순실 씨(61) 딸 정유라 씨(21)의 덴마크 승마 코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삼성과 250억 원 상당의 비밀계약을 체결했다는 증언은 적잖은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최씨가 국정농단 파문 이후에도 물밑거래를 계속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 언론들은 ‘헬그스트란이 삼성을 위해 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18일 헬그스트란의 오랜 동업자였던 덴마크의 유명 종마장 대표 ㄱ 씨는 경향신문에 한 통의 제보 문자를 보내왔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0월 삼성 측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비밀계약을 체결하고 자랑삼아 측근들에게 대박을 터트린 무용담을 늘어놨다는 것이다. 계약은 헬그스트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트레이닝, 코칭, 주거 등 그랑프리 마장마술 훈련 전반을 책임지고 1억 5000만 덴마크 로메(약 250억 원)를 미리 건네받는 내용으로 돼 있다. 헬그스트란은 계약 체결 후 스위스를 거쳐 2주 동안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머물다 덴마크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돈을 받아 비밀계좌에 묻어두고 왔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ㄱ 씨는 “헬그스트란이 계약서에 사인할 당시 정 씨나 그의 조력자들이 참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삼성과의 계약이 정 씨만을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헬그스트란과의 계약은 여러 가지 점에서 2015년 8월 삼성과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 간 계약을 연상시킨다.
우선 지원 액수에서 헬그스트란과의 계약(250억 원)과 코어스포츠와의 계약(220억 원)이 거의 일치한다. 시기상으로도 경향신문이 지난해 9월 23일 삼성의 승마훈련 지원계획을 최초 보도한 직후이다. 특검 조사결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은 해당 보도 후인 9월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순실 씨를 만나 새 프로그램을 통한 우회 지원을 약속했다. 10억 원 이상을 들여 산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V를 정씨가 싫어한다고 하자 ‘더 좋은 말을 구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삼성과 비덱의 지원 계약이 파기된 후 곧바로 플랜B가 가동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헬그스트란은 비밀회동 다음 날인 9월 28일 승마장 지배인을 시켜 정씨가 덴마크에 은신처를 마련하도록 도움을 줬다. 닷새 후인 10월 3일에는 스웨덴에서 명마 블라디미르를 샀다. 블라디미르 전 주인 퍼닐라 호크펠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10월 1일 덴마크에서 한 여성이 블라디미르를 타본 후 계약이 체결됐고 나중에 그 여성이 정유라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플랜B가 계획대로 이행된 것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ㄱ 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플랜B는 실행에 옮겨지기 전 중단됐고 블라디미르도 최순실 씨 돈으로 샀다는 것이다. 특검도 플랜B의 실행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플랜B는 삼성 해명과 달리 TV조선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도화선이 됐던 미르재단 사건(7월 26일)을 처음 보도한 시점부터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 씨는 지난해 7월 31일 마필관리사와 함께 귀국했다가 보름 만에 독일로 되돌아갔다. 정씨가 본격적인 플랜B에 대비해 일시 귀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 씨는 독일로 돌아간 후 8월 말과 9월 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 출전했다. 막판에 포기했지만 10월 21일 예정된 덴마크 대회에도 블라디미르를 타고 출전할 계획이었다.
헬그스트란 승마장 지배인인 마즈 롬은 경향신문에 “정유라 씨가 지난해 9월부터 승마장에 15번 정도 왔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두 달여 전 같다”고 했다. 최씨가 태블릿PC 입수 사실 보도로 10월 31일 자진 귀국하기 전까지 삼성의 플랜B에 따라 정씨가 승마훈련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헬그스트란은 삼성과의 비밀계약에 대해 “엉터리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1억5000만 크로네 계약이 있다면 계약서를 보여달라”며 “최순실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헬그스트란 주변에서는 “그가 삼성을 위해 일하고 말 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 없는 얘기”라고 했다.
출처 [단독] 삼성, ‘게이트’ 터진 뒤에도 정유라 지원 ‘플랜B’ 실행 의혹
승마코치와 계약, 작년 9월 파기된 계약과 시점·액수 비슷
‘3자거래’로 바꾼 듯…조세도피처 통한 자금세탁 의혹도
해당 코치 “엉터리 소문에 불과” 일축…삼성 측도 부인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김신애 통신원 | 입력 : 2017.01.19 06:00:09 | 수정 : 2017.01.19 15:44:29
▲ 지난해 10월 헬그스트란이 구매 계약을 주도한 명마 블라디미르와 전 주인 퍼닐라 호크펠트.
최순실 씨(61) 딸 정유라 씨(21)의 덴마크 승마 코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삼성과 250억 원 상당의 비밀계약을 체결했다는 증언은 적잖은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최씨가 국정농단 파문 이후에도 물밑거래를 계속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 언론들은 ‘헬그스트란이 삼성을 위해 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18일 헬그스트란의 오랜 동업자였던 덴마크의 유명 종마장 대표 ㄱ 씨는 경향신문에 한 통의 제보 문자를 보내왔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0월 삼성 측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비밀계약을 체결하고 자랑삼아 측근들에게 대박을 터트린 무용담을 늘어놨다는 것이다. 계약은 헬그스트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트레이닝, 코칭, 주거 등 그랑프리 마장마술 훈련 전반을 책임지고 1억 5000만 덴마크 로메(약 250억 원)를 미리 건네받는 내용으로 돼 있다. 헬그스트란은 계약 체결 후 스위스를 거쳐 2주 동안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머물다 덴마크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돈을 받아 비밀계좌에 묻어두고 왔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ㄱ 씨는 “헬그스트란이 계약서에 사인할 당시 정 씨나 그의 조력자들이 참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삼성과의 계약이 정 씨만을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헬그스트란과의 계약은 여러 가지 점에서 2015년 8월 삼성과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 간 계약을 연상시킨다.
우선 지원 액수에서 헬그스트란과의 계약(250억 원)과 코어스포츠와의 계약(220억 원)이 거의 일치한다. 시기상으로도 경향신문이 지난해 9월 23일 삼성의 승마훈련 지원계획을 최초 보도한 직후이다. 특검 조사결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은 해당 보도 후인 9월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순실 씨를 만나 새 프로그램을 통한 우회 지원을 약속했다. 10억 원 이상을 들여 산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V를 정씨가 싫어한다고 하자 ‘더 좋은 말을 구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삼성과 비덱의 지원 계약이 파기된 후 곧바로 플랜B가 가동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헬그스트란은 비밀회동 다음 날인 9월 28일 승마장 지배인을 시켜 정씨가 덴마크에 은신처를 마련하도록 도움을 줬다. 닷새 후인 10월 3일에는 스웨덴에서 명마 블라디미르를 샀다. 블라디미르 전 주인 퍼닐라 호크펠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10월 1일 덴마크에서 한 여성이 블라디미르를 타본 후 계약이 체결됐고 나중에 그 여성이 정유라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플랜B가 계획대로 이행된 것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ㄱ 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플랜B는 실행에 옮겨지기 전 중단됐고 블라디미르도 최순실 씨 돈으로 샀다는 것이다. 특검도 플랜B의 실행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플랜B는 삼성 해명과 달리 TV조선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도화선이 됐던 미르재단 사건(7월 26일)을 처음 보도한 시점부터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 씨는 지난해 7월 31일 마필관리사와 함께 귀국했다가 보름 만에 독일로 되돌아갔다. 정씨가 본격적인 플랜B에 대비해 일시 귀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 씨는 독일로 돌아간 후 8월 말과 9월 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 출전했다. 막판에 포기했지만 10월 21일 예정된 덴마크 대회에도 블라디미르를 타고 출전할 계획이었다.
헬그스트란 승마장 지배인인 마즈 롬은 경향신문에 “정유라 씨가 지난해 9월부터 승마장에 15번 정도 왔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두 달여 전 같다”고 했다. 최씨가 태블릿PC 입수 사실 보도로 10월 31일 자진 귀국하기 전까지 삼성의 플랜B에 따라 정씨가 승마훈련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헬그스트란은 삼성과의 비밀계약에 대해 “엉터리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1억5000만 크로네 계약이 있다면 계약서를 보여달라”며 “최순실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헬그스트란 주변에서는 “그가 삼성을 위해 일하고 말 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 없는 얘기”라고 했다.
출처 [단독] 삼성, ‘게이트’ 터진 뒤에도 정유라 지원 ‘플랜B’ 실행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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