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삼성이 ‘가해자’ 이재용을 적극 변호하는 이 어색한 상황
특검은 왜 삼성을 ‘피해자’로 단정했나?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3-06 19:10:57 | 수정 : 2017-03-06 19:10:57
6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던 순간, 취재진에게는 특검의 수사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장문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특검이 적시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는 ①뇌물 ②횡령 ③재산국외도피 ④범죄수익은닉 ⑤청문회 위증 등 다섯 가지였다.
그런데 횡령 대목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나온다. 바로 ‘피해자’라는 표현이다. 특검의 보도자료는 이렇다.
그렇다. 특검의 자료를 보니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재용도 나쁜 놈이고 기업 삼성도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명확한 사실은 이재용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고,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이재용에게 재산을 뜯긴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매우 황당한 사실이 하나 있다. 특검이 발표를 마치자마자 삼성은 해체했다는 미래전략실 명의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특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을 했다는 점이다.
피해자 삼성이 회사 돈 횡령 혐의를 받는 가해자 이재용을 적극 변호하는 이 어색한 상황.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일까?
도둑을 맞은 집안이 도둑놈을 적극 옹호하고, 심지어 변호 비용까지 대 주는 이 황당한 상황은 한국 기업들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한국 재벌 오너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이건희의 생일이 ‘공식행사’인 이 봉건적 집단은 도대체 이 짓이 왜 부끄러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 기업의 이익이 이재용 일가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돼 있는 엉망진창의 기업 구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SDS가 그룹의 집중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매출의 70%에 육박한다. 만약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다 나은 IT 서비스를 받고자 했다면 삼성SDS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더 싸고 더 품질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이었고, 삼성의 모든 계열사들은 이재용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해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줬다. 그래서 이재용은 단돈 160억 원을 투자해 그 재산을 3조 원으로 불렸다.
현대차그룹의 물류회사 글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기업의 이익을 생각했다면 보다 나은 서비스와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물류회사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비스의 주인은 정몽구와 정의선이었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류를 모조리 이 글로비스에 몰아줬다. 정의선은 글로비스 투자만으로 재산을 3조 원으로 불렸다.
재벌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업의 이익을 무엇과 일치시키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오너의 이익을 위해 전력을 쏟아 부었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부 재벌개혁론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오너가 아니라 전체 주주들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적 재벌 개혁론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도 한국 기업들은 많이 바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재벌 기업은 주주의 이익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오너 일가만을 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폐해가 이를 증명한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일이 일상화된 곳이 바로 주주자본주의 국가들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하나다. 기업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에 많이 공헌할수록 인정받도록, 기업이 노동자들을 우대할수록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기업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와 노동자, 시민사회와 지역단체가 모두 개입토록 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이른바 ‘이해당사자 이론’, 즉 기업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들의 경영 참여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단언컨대 이재용의 그늘을 지우지 않고서는 삼성의 미래는 없다. 횡령 혐의자를 회사 돈으로 변호해주는 이 황당한 코미디식 의사결정구조로 무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단 말인가?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허겁지겁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이재용 호위대 역할이나 하는 이들에게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찰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피해자’ 삼성이 ‘가해자’ 이재용을 적극 변호하는 이 어색한 상황
특검은 왜 삼성을 ‘피해자’로 단정했나?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3-06 19:10:57 | 수정 : 2017-03-06 19:10:57
6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던 순간, 취재진에게는 특검의 수사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장문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특검이 적시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는 ①뇌물 ②횡령 ③재산국외도피 ④범죄수익은닉 ⑤청문회 위증 등 다섯 가지였다.
그런데 횡령 대목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나온다. 바로 ‘피해자’라는 표현이다. 특검의 보도자료는 이렇다.
피고인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는 공모하여 …(중략)… 업무상 보관하던 피해자 삼성전자의 자금 76억 2800만 원, 피해자 삼성화재의 자금 54억 원, 피해자 삼성물산의 자금 15억 원, 피해자 삼성생명의 자금 55억 원, 피해자 제일기획의 자금 10억 원, 피해자 에스원의 자금 10억 원 등 합계 220억 2800만 원을 영재센터에 후원금 명목으로,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금 명목으로 각각 지급함으로써 횡령.
▲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박영수 특검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그렇다. 특검의 자료를 보니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재용도 나쁜 놈이고 기업 삼성도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명확한 사실은 이재용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고,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이재용에게 재산을 뜯긴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매우 황당한 사실이 하나 있다. 특검이 발표를 마치자마자 삼성은 해체했다는 미래전략실 명의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특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을 했다는 점이다.
피해자 삼성이 회사 돈 횡령 혐의를 받는 가해자 이재용을 적극 변호하는 이 어색한 상황.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일까?
재벌의 이익이 기업의 이익?
도둑을 맞은 집안이 도둑놈을 적극 옹호하고, 심지어 변호 비용까지 대 주는 이 황당한 상황은 한국 기업들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한국 재벌 오너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이건희 일가는 유럽 귀족 흉내를 몹시도 내고 싶어 했다. 이걸 굳이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개인적인 사치는 개인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의 생일잔치는 공식행사를 빙자하여 공식비용으로 치러진다. 이들은 개인적인 파티에 회사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건희의 생일이 ‘공식행사’인 이 봉건적 집단은 도대체 이 짓이 왜 부끄러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 기업의 이익이 이재용 일가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돼 있는 엉망진창의 기업 구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SDS가 그룹의 집중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매출의 70%에 육박한다. 만약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다 나은 IT 서비스를 받고자 했다면 삼성SDS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더 싸고 더 품질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430억대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되고 있다. ⓒ정의철 기자
하지만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이었고, 삼성의 모든 계열사들은 이재용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해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줬다. 그래서 이재용은 단돈 160억 원을 투자해 그 재산을 3조 원으로 불렸다.
현대차그룹의 물류회사 글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기업의 이익을 생각했다면 보다 나은 서비스와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물류회사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비스의 주인은 정몽구와 정의선이었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류를 모조리 이 글로비스에 몰아줬다. 정의선은 글로비스 투자만으로 재산을 3조 원으로 불렸다.
이번에 구속된 이재용의 횡령 사건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 전까지 법무팀을 총 동원해 이재용의 구속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수억~수십 억 원의 연봉을 받는 법무팀 직원들의 임금은 모두 회사가 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구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오너 한 사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기업의 이익을 누구의 이익과 일치시킬 것인가?
재벌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업의 이익을 무엇과 일치시키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오너의 이익을 위해 전력을 쏟아 부었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부 재벌개혁론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오너가 아니라 전체 주주들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적 재벌 개혁론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도 한국 기업들은 많이 바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재벌 기업은 주주의 이익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오너 일가만을 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폐해가 이를 증명한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일이 일상화된 곳이 바로 주주자본주의 국가들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하나다. 기업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에 많이 공헌할수록 인정받도록, 기업이 노동자들을 우대할수록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기업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와 노동자, 시민사회와 지역단체가 모두 개입토록 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이른바 ‘이해당사자 이론’, 즉 기업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들의 경영 참여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단언컨대 이재용의 그늘을 지우지 않고서는 삼성의 미래는 없다. 횡령 혐의자를 회사 돈으로 변호해주는 이 황당한 코미디식 의사결정구조로 무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단 말인가?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허겁지겁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이재용 호위대 역할이나 하는 이들에게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찰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피해자’ 삼성이 ‘가해자’ 이재용을 적극 변호하는 이 어색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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