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문가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김익중
[한겨레] 이진순 풀뿌리정치실험실 ‘와글’ 대표 | 녹취 심지연 | 등록 : 2017-08-04 20:53 | 수정 : 2017-08-05 00:23
“김익중이란 분이 정말 엉뚱하게 숫자를 부풀리고 아이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반과학적, 마녀사냥적, 결벽증적 강의를 하고 다닌다는 게 이제 나온 겁니다.”(2017년 7월17일 정규재TV)
탄핵당한 박근혜를 단독 인터뷰해서 화제가 되었던 인터넷방송의 진행자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은, 그를 가리켜 ‘광우병이나 메르스 사태 때처럼 공포, 스릴러물을 과장되게 퍼뜨리고’ 다니는 ‘정신착란적’ 인사라고 지칭했다.
같은 날 아침, <조선일보>에서도 “탈원전 공약 만들었다는 미생물학 교수의 황당주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익중을 맹비난했다. 주류언론과 경제지에서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탈원전 괴담의 유포자’로 김익중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김익중(57)은 동국대 의대 교수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4명 중 한 사람이다. 공직에 있지도 않은 그가 탈핵 반대파의 집중 표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 매체들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공민왕을 홀린 요승 신돈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이끌어낸 핵심 인물일 것이다.
김익중은 문재인 정부의 배후 실력자인가, 약한 고리인가? 원자력 전문가도 아닌 그는 어떻게 탈핵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으며,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이렇게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핵을 주장하는 많은 환경운동가가 있는데, 특별히 그의 발언이 꼬투리 잡히기 좋은 먹잇감이었다면, 혹 그의 주장에 어떤 비약이나 과장이 있는 건 아닐까?
차라리 그런 점을 확인하게 된다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기도 했다.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후끈 달아오른 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사 앞 카페에서 김익중 교수를 만났다.
- 경주에서 올라오시는 길입니까?
“네, 아침에 올라왔어요. 요즘엔 서울에 일이 많아서요.”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경주에 거주하지만, 요즘엔 각종 인터뷰며 강연과 회의 일정 때문에 서울에 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그의 강연 얘기부터 물었다.
- 7월 1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했던 강연 내용이 ‘근거 없는 괴담’으로 큰 비난을 샀습니다. ‘앞으로 300년 동안 고등어, 명태, 대구 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게 맞나요?
“맞습니다.”
- ‘300년’이라는 건,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서 비유적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비유가 아닙니다. 방사능 오염이 300년 간다는 건 원자력계에서 다 인정하는 사실이에요. 방사능 물질인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인데, 반감기가 10번은 지나야 위험을 무시할 정도로 적어진다고 하죠. 그러니까 300년입니다. 북태평양 수산물이 오염되었다는 건 정부 조사에서 다 나온 바 있고요. 그래서 방사능 오염이 300년은 가니, 먹지 말라고 한 거죠.”
- 탈핵 반대를 주장하는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오염 기준치에 걸리는 고등어를 1년 내내 먹어도 시티(CT) 한번 받는 방사능량의 10분의 1”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런 계산방법엔 동의할 수 없어요. 시티 촬영할 땐 방사능이 내 몸 밖에 있습니다. 쪼이는 동안만 피폭이 되죠. 이걸 외부피폭이라고 합니다. 근데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24시간, 1년 내내 먹으면 1년 내내 쪼이는 거예요. 이런 내부피폭을 외부피폭으로 환산하는 건 말이 안 돼요.”
- 강연은 글을 쓰는 것과 달라서 현장에서 말로 하는 거니까, 일부 표현상의 문제에 있어서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단호하게) 없어요. 전 강의를 할 때 피피티(PPT)를 보여주며 하는데 슬라이드 한 장 한 장마다 자료 출처와 근거자료를 모두 써놨어요. 착오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공포를 조장하는 반과학적 강의”, “미생물학 교수의 황당 주장”
그를 ‘탈원전 괴담 유포자’라며 주류언론·경제지, 정조준 나서
문 대통령, 2012년 대선 탈원전 공약...처음 만난 건 공약하고 난 뒤의 일
“공론화위원회가 막 시작됐잖아요 친원전 세력들이 전략 짠 거 아닌가”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김익중 교수의 제2의 광우병 괴담 수준의 말에 현혹되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는데요.
“전 미생물학자로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괴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원자력에 대해 제가 하는 얘기도 괴담이 아니고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하신 얘기가 괴담이죠. (웃음)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이미 탈원전 공약을 하셨어요. 그때까지 난 그분과 만난 적이 없어요.”
- 일면식도 없었다고요?
“없었어요. 그때 탈원전 공약을 일본 가서 선언하셨는데, 나중에 들으니 주변에서 말릴까봐 일본에서 말리는 사람 없을 때 발표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 정치적 득실 때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 피해서요?
“그렇죠. 탈원전 주장하면 표가 안 된다고 만류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 공약 발표하고 난 뒤에 제가 만난 거거든요. 제 영향으로 그분이 탈원전을 생각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되는 게, 그간 탈핵 관련 저술 활동이나 강연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왜 이번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은 강연을 두고, 일제히 서로 다른 매체와 정당과 보수 논객들이 똑같은 논리로 총공격을 해온 걸까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똑같은 강의를 6년째 하고 있는데 왜 새삼 공격 타깃이 된 건지…. 지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막 시작이 됐잖아요. 그래서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친원전 세력들이 전략을 짠 거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러 개 언론기관이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지…. 저 갑자기 유명인사가 됐어요. (웃음)”
- 왜 하필 그 타깃이 선생님일까요?
“그러게요. 문재인 캠프에서 탈원전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이 줄잡아서 20~30명은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되신 분도 관여하셨고요. 그런데 왜 나를 갖고 그래? (웃음) 내가 뭐라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겠죠. 그런데 그 스토리텔링을 왜 나로부터 시작할까? 전문가도 아닌 의대 교수가 뭐라 한다는 게 약점이라고 생각한 걸까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려면 여기가 제일 약점이다, 여기서 시작해서 키워가자… 이런 전략? 아, 잘 모르겠어요.”
김익중은 서울대 의대에서 미생물학·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주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지만, 동국대 의대 경주캠퍼스에 임용이 된 1991년 이후 경주 시민으로 줄곧 살아왔다. 등산과 음악을 좋아하고 유유자적하는 삶에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연구자였다. 특별히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표하거나 정치적 발언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던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2009년 경주환경운동연합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였다.
- 환경운동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그냥 회비 꼬박꼬박 내는 평범한 환경운동연합 회원이었어요. 자연을 좋아하고 환경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한 10년, 회비만 열심히 냈죠. 그러다가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문제가 생겼어요. 한수원하고 방폐공단에서 후원금을 받았대요. 그게 문제가 돼서 집행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는데, 첫날 모임에 가서 보고 경주에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퍽 좋았어요. 기분 탓에 말을 많이 했던가 봐요. (웃음) 나더러 비대위원장을 맡으라 하데요. 그렇게 시작했다가 상임위원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경주 방폐장 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100번은 했을 거예요. 그러던 중에 후쿠시마 사고가 난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아, 저런 일이 생기는구나. 그게 2011년인데, 그 후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죠.”
- 어떻게요?
“애들 잘 키우고 잘 사는 것만 생각했는데 50살 넘어서 내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고 할까. 그 전까진 교수생활 하면서 시간 여유 날 때 조금씩 봉사활동 하는 식이었다면, 후쿠시마 이후에는 거의 전적으로 이 일이 내 인생의 메인 메뉴가 된 것 같아요.”
- 후쿠시마 사고에서 제일 충격적인 점이 뭐였는데요?
“거짓말.”
- 거짓말이요?
“거짓말, 은폐… 그게 제일 큰 충격이었어요. 사고 이후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꼼꼼히 찾아 읽고, 방사능 오염이 되면 인체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큰일이 나게 생겼는데 일본 정부가 하는 짓을 보니, 국민 피폭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혀 안 하고 오히려 사람들을 위험지역으로 들여보내고 있더라고요. 소련 체르노빌 사고 때는 30㎞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주시켰는데, 일본은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거죠. 밖에 있으면 정부가 생활비를 대줘야 해요. 그 돈 대기 싫다는 거죠. 심한 곳은 20㎞ 안쪽까지 사람들을 집어넣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혼자 여러 번 분노하고 여러 번 깜짝 놀랐어요.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부도덕할 수가 있나? 오염수를 바다에 확 버리고, 후쿠시마 근처에 해수욕장 개장했어요. 그거 홍보한다고 아가씨들 빨간 옷 입혀서 사진 찍어 홍보하고.”
후쿠시마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세계 450기의 원전 가운데 지금까지 사고가 난 원전은 미국의 스리마일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를 합해 총 6기. ‘원전 사고율은 100만분의 1’이라는 가설은 황당한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더구나 한국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국가로, 2024년까지 총 42개로 원전을 늘려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매진하는 핵사고 고 위험국이다. 지하수가 흐르는 불안정한 암반 위에 설치한 경주 방폐장, 안전기준 규정을 위반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전력이 남아도는데도 강행되는 원전과 화력발전소 증설정책…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엄청난 일들이 소수에 의해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한동안 국내에서도 소금이나 건어물 사재기 열풍이 있었어요. 방사능 오염이 걱정된다고요. 그러다가 한해 두해 지나면서 곧 무감각해졌죠. 경주 지진 이후에 다시 불안감이 커지긴 했지만,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걱정 말라고 하니 긴가민가하면서도 그 말을 그냥 믿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방사능이라는 게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
“핵반응이라고 하는 게 우라늄 원자를 중성자로 깨는 거거든요. 깨지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두 조각이 나기도 하고 열 조각이 나기도 하고 제멋대로 깨지거든요. 우리 고등학교 때 배운 화학체계 주기율표 있잖아요. 거기 있는 물질이 150개 정도라면 거기서만 한 1,000가지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겁니다.”
- 그럼,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건 쉽지 않겠네요?
“불가능하죠. 그걸 측정하는 게 불가능해요.”
- 세슘이나 요오드만 방사능 물질인 줄 알았어요.
- 그럼 세슘은 일종의 지표물질 같은 건가요? 세슘이 나올 때는 다른 1,000가지 물질도 오염됐을 것이다?
“그렇죠. 같이 있다고 봐야죠.”
- 검출량이 안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닙니까?
“방사선 안전 기준치라는 건 현실에 없습니다. 의학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예요. 안전 기준치를 굳이 들라면 0이 돼야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라는 기구에서 내놓은 보고서에도, ‘기준치 이하에서도 위험이 있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고 명문화되어 있어요. 한국 원자력계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그 기관의 보고서도 왜곡한단 말예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니? 안전 기준치라는 건, 정부의 임무 한도를 표시하는 숫자지, 의학적 기준치가 아녜요.”
- 정부의 행정적 기준이다?
“그렇죠. ‘그 이상은 유통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 아래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기준, 정부의 임무 한도 혹은 책임한도를 설정하는 숫자예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그래서 나라마다 10배 이상씩 차이가 나죠. 우리나라도 370㏃(베크렐)이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사건이 나고 나서 국무총리가 100으로 낮췄어요. 국무총리 한마디에 4분의 1 가까이 줄었어요. 과학적 근거가 없단 얘기죠. ‘기준치 이하니까 안전하다’는 얘긴 틀렸고, ‘기준치 이하니까 법적 책임이 없다’ 이런 얘기예요.”
1989년 영광 원전 경비원의 부인이 무뇌아를 두 번이나 임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전 주변에 기형 송아지와 기형 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부는 원전 주변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섰고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었다. 총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보고서의 결론은 ‘원전 주변에서 암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이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셨죠?
“그 조사 대상이 된 사람이 수천 명인데 당사자들에게 안 알리고 2011년 12월에 어디 호텔에서 보고회를 한다는 거예요. 그 소식을 우연히 알게 돼서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연락해서 발표회장에 찾아가 항의를 한 끝에, 어렵사리 원자료를 입수해서 ‘반핵의사회’의 역학 전문가들에게 재조사를 의뢰했죠.”
- 어떤 결론이 나왔나요?
“원래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원전 주변에 갑상샘암(갑상선암) 환자가, 특히 여성에서 다른 지역보다 2.5배 발생했다’고 나왔거든요. 근데 ‘이게 원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는 결론이었어요. 이에 비해서 검증단은 ‘2.5배 증가와 원전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서를 낸 거예요.”
- 같은 데이터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군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원전 주변에 살면서 갑상샘암에 걸린 주민 한 사람이 소송을 내서 일부 승소를 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원전 주변 갑상샘암 환자들이 싹 모였어요. 지금 600명 정도 되는 암 환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1심 결과에 불복해서 항소한 상태입니다.”
- 7월 5일 417명의 이공계 교수들이 탈원전 반대성명을 냈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은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 그동안 정보공개를 안 하거나 비밀리에 했다는 건 저희가 잘 모르는 사실이에요. 소위 전문가들이 그런 결정을 할 때는 무슨 근거가 있겠거니 믿어왔죠.
“다른 나라는 원자력 안전성 보고서를 인터넷에 다 공개해요. 한국에 앉아서도 미국 원전의 안전성 보고서를 다 읽을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안전성 보고서는 공개가 안 됩니다. 어떤 부품이 어디에 몇 개 들어가 있는지 몰라요.”
회비만 내던 환경운동연합 회원 “후쿠시마 이후 내 인생의 메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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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표참여단 결과에 승복해야죠 난 탈원전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
-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안 나옵니까?
“안 나와요. 법에 이상한 걸 하나 만들어놨어요. ‘지적 소유권이 있는 부분은 보호할 수 있다’고. 2년 전쯤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이걸 공개하기로 했어요. 근데 아직도 안 하고 있어요. 왜 안 하냐고 했더니 지적 소유권과 관련된 부분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대요.”
- 그걸 2년째 지우고 있다고요? (웃음) 그럼 언제 공개한대요?
“얼마 전 한수원 사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빨리 공개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빨리’가 언제인고? 10년 내로? 아니면 100년 내로? (웃음) 이러면 안 됩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 의견을 듣는다니까 ‘전문가도 아닌 일반 사람들이 뭘 아냐’고 하는데, 전문가는 정보 공개해서 설명할 의무가 있고, 의사결정 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고요.”
- 최근 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 ‘탈핵이냐? 찬핵이냐?’ 하는 논쟁은 과학적 논쟁입니까? 정치적 논쟁입니까?
“과학적 논쟁이 되려면 적어도 팩트 왜곡은 없어야 하거든요. 근데 원자력계에서 하는 얘기 중에는 팩트 왜곡이 너무 많아요. 이건 과학적 논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과학적 논쟁은 이권이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을 때 가능해요.”
-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수, 특히 과학을 한다는 이공계 교수들은 정치적으로 순수하고 과학자로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얘기를 할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 원전산업이 수출 효자상품이란 인식이 있습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경수로 4기를 수주받기도 했고요. “40년간 육성한 원전기술을 폐기하잔 말이냐”는 반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이익이 될지 적자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전 세계 보험회사가 원자력발전소 보험을 다 끊었어요. 어떤 회사도 원전은 보험을 안 들어줘요. 사고가 나면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지, 아랍에미리트가 책임지는지 아무도 몰라요. 계약서를 공개 안 했으니까.”
- 그럼 모든 원전은 무보험이에요?
“무보험이죠. 사고가 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해요. 한수원에서 5천억 원까진 내는데, 후쿠시마 경우엔 사고 후에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200조 원이래요. 5천억 원 제외한 나머지는 정부가 내는 거죠.”
-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지난 30년간 유럽에선 원전이 50개 줄고 미국에선 10개가 줄었어요. 앞으로 20년 후에는 적어도 150개 이상의 원전이 줄어들 거예요. 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산업입니다. 전 세계 전기 생산량에서 원자력이 10%, 재생에너지가 25%인데 이게 해마다 1%씩 늘어서 15년 후에는 재생에너지가 약 40% 이상이 된다고 해요. 근데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30%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1% 예요. 재생에너지 세계 꼴찌, 세계 추세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요.”
- 앞으로 핵발전 단가는 높아지고 태양광 비용은 낮아질 거라고 주장하셨어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데이터를 보면 2010년을 기점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핵발전보다 낮아져요. 미국 데이터라서 우리랑 같을 순 없지만 거의 같은 패턴으로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최근 30년 사이 태양광 패널값이 100배 이상 낮아지고 효율도 매년 1%씩 향상되고 있거든요. 수십 년 안에 재생에너지가 거의 100%에 육박하게 될 거예요. 문재인 정부가 점진적으로 탈핵하는 데 6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사실상 그때쯤이면 원전을 돌리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그 전에 전 세계 원전이 다 없어질지도 몰라요. (웃음)”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참여단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추진 쪽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실 겁니까?
“승복해야죠. 난 할 거예요. 전 탈원전보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탈원전이 되려면 민주주의는 꼭 필요한 인프라입니다. 지금 원전 짓고 있는 나라들 보세요. 모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 안 되는 나라들입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아, 그리고 ‘과거의’ 한국!”
김익중은 핵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에 비유했다. 처치 못 할 오물을 요강에 잔뜩 쌓아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재앙 덩어리. 이제 오래 묵혔던 숙제에 손댈 때가 되었다. 진짜 집주인들이 나설 차례이다.
출처 이건 전문가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김익중
[한겨레] 이진순 풀뿌리정치실험실 ‘와글’ 대표 | 녹취 심지연 | 등록 : 2017-08-04 20:53 | 수정 : 2017-08-05 00:23
▲ “비전문가 맞아요. 저 원자력 전문가 아닙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역할은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것이지 최종적인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녜요."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모든 결정은 최종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김익중이란 분이 정말 엉뚱하게 숫자를 부풀리고 아이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반과학적, 마녀사냥적, 결벽증적 강의를 하고 다닌다는 게 이제 나온 겁니다.”(2017년 7월17일 정규재TV)
탄핵당한 박근혜를 단독 인터뷰해서 화제가 되었던 인터넷방송의 진행자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은, 그를 가리켜 ‘광우병이나 메르스 사태 때처럼 공포, 스릴러물을 과장되게 퍼뜨리고’ 다니는 ‘정신착란적’ 인사라고 지칭했다.
같은 날 아침, <조선일보>에서도 “탈원전 공약 만들었다는 미생물학 교수의 황당주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익중을 맹비난했다. 주류언론과 경제지에서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탈원전 괴담의 유포자’로 김익중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김익중(57)은 동국대 의대 교수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4명 중 한 사람이다. 공직에 있지도 않은 그가 탈핵 반대파의 집중 표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 매체들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공민왕을 홀린 요승 신돈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이끌어낸 핵심 인물일 것이다.
김익중은 문재인 정부의 배후 실력자인가, 약한 고리인가? 원자력 전문가도 아닌 그는 어떻게 탈핵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으며,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이렇게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핵을 주장하는 많은 환경운동가가 있는데, 특별히 그의 발언이 꼬투리 잡히기 좋은 먹잇감이었다면, 혹 그의 주장에 어떤 비약이나 과장이 있는 건 아닐까?
차라리 그런 점을 확인하게 된다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기도 했다.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후끈 달아오른 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사 앞 카페에서 김익중 교수를 만났다.
▲ 등산과 음악을 좋아하고 유유자적하는 삶에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연구자였던 그의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2009년 경주환경운동연합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내 얘기가 괴담이라고? 그 얘기가 괴담!
- 경주에서 올라오시는 길입니까?
“네, 아침에 올라왔어요. 요즘엔 서울에 일이 많아서요.”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경주에 거주하지만, 요즘엔 각종 인터뷰며 강연과 회의 일정 때문에 서울에 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그의 강연 얘기부터 물었다.
- 7월 1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했던 강연 내용이 ‘근거 없는 괴담’으로 큰 비난을 샀습니다. ‘앞으로 300년 동안 고등어, 명태, 대구 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게 맞나요?
“맞습니다.”
- ‘300년’이라는 건,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서 비유적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비유가 아닙니다. 방사능 오염이 300년 간다는 건 원자력계에서 다 인정하는 사실이에요. 방사능 물질인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인데, 반감기가 10번은 지나야 위험을 무시할 정도로 적어진다고 하죠. 그러니까 300년입니다. 북태평양 수산물이 오염되었다는 건 정부 조사에서 다 나온 바 있고요. 그래서 방사능 오염이 300년은 가니, 먹지 말라고 한 거죠.”
- 탈핵 반대를 주장하는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오염 기준치에 걸리는 고등어를 1년 내내 먹어도 시티(CT) 한번 받는 방사능량의 10분의 1”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런 계산방법엔 동의할 수 없어요. 시티 촬영할 땐 방사능이 내 몸 밖에 있습니다. 쪼이는 동안만 피폭이 되죠. 이걸 외부피폭이라고 합니다. 근데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24시간, 1년 내내 먹으면 1년 내내 쪼이는 거예요. 이런 내부피폭을 외부피폭으로 환산하는 건 말이 안 돼요.”
- 강연은 글을 쓰는 것과 달라서 현장에서 말로 하는 거니까, 일부 표현상의 문제에 있어서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단호하게) 없어요. 전 강의를 할 때 피피티(PPT)를 보여주며 하는데 슬라이드 한 장 한 장마다 자료 출처와 근거자료를 모두 써놨어요. 착오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공포를 조장하는 반과학적 강의”, “미생물학 교수의 황당 주장”
그를 ‘탈원전 괴담 유포자’라며 주류언론·경제지, 정조준 나서
문 대통령, 2012년 대선 탈원전 공약...처음 만난 건 공약하고 난 뒤의 일
“공론화위원회가 막 시작됐잖아요 친원전 세력들이 전략 짠 거 아닌가”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김익중 교수의 제2의 광우병 괴담 수준의 말에 현혹되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는데요.
“전 미생물학자로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괴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원자력에 대해 제가 하는 얘기도 괴담이 아니고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하신 얘기가 괴담이죠. (웃음)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이미 탈원전 공약을 하셨어요. 그때까지 난 그분과 만난 적이 없어요.”
- 일면식도 없었다고요?
“없었어요. 그때 탈원전 공약을 일본 가서 선언하셨는데, 나중에 들으니 주변에서 말릴까봐 일본에서 말리는 사람 없을 때 발표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 정치적 득실 때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 피해서요?
“그렇죠. 탈원전 주장하면 표가 안 된다고 만류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 공약 발표하고 난 뒤에 제가 만난 거거든요. 제 영향으로 그분이 탈원전을 생각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되는 게, 그간 탈핵 관련 저술 활동이나 강연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왜 이번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은 강연을 두고, 일제히 서로 다른 매체와 정당과 보수 논객들이 똑같은 논리로 총공격을 해온 걸까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똑같은 강의를 6년째 하고 있는데 왜 새삼 공격 타깃이 된 건지…. 지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막 시작이 됐잖아요. 그래서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친원전 세력들이 전략을 짠 거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러 개 언론기관이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지…. 저 갑자기 유명인사가 됐어요. (웃음)”
- 왜 하필 그 타깃이 선생님일까요?
“그러게요. 문재인 캠프에서 탈원전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이 줄잡아서 20~30명은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되신 분도 관여하셨고요. 그런데 왜 나를 갖고 그래? (웃음) 내가 뭐라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겠죠. 그런데 그 스토리텔링을 왜 나로부터 시작할까? 전문가도 아닌 의대 교수가 뭐라 한다는 게 약점이라고 생각한 걸까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려면 여기가 제일 약점이다, 여기서 시작해서 키워가자… 이런 전략? 아, 잘 모르겠어요.”
후쿠시마의 충격
김익중은 서울대 의대에서 미생물학·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주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지만, 동국대 의대 경주캠퍼스에 임용이 된 1991년 이후 경주 시민으로 줄곧 살아왔다. 등산과 음악을 좋아하고 유유자적하는 삶에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연구자였다. 특별히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표하거나 정치적 발언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던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2009년 경주환경운동연합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였다.
- 환경운동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그냥 회비 꼬박꼬박 내는 평범한 환경운동연합 회원이었어요. 자연을 좋아하고 환경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한 10년, 회비만 열심히 냈죠. 그러다가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문제가 생겼어요. 한수원하고 방폐공단에서 후원금을 받았대요. 그게 문제가 돼서 집행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는데, 첫날 모임에 가서 보고 경주에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퍽 좋았어요. 기분 탓에 말을 많이 했던가 봐요. (웃음) 나더러 비대위원장을 맡으라 하데요. 그렇게 시작했다가 상임위원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경주 방폐장 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100번은 했을 거예요. 그러던 중에 후쿠시마 사고가 난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아, 저런 일이 생기는구나. 그게 2011년인데, 그 후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죠.”
- 어떻게요?
“애들 잘 키우고 잘 사는 것만 생각했는데 50살 넘어서 내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고 할까. 그 전까진 교수생활 하면서 시간 여유 날 때 조금씩 봉사활동 하는 식이었다면, 후쿠시마 이후에는 거의 전적으로 이 일이 내 인생의 메인 메뉴가 된 것 같아요.”
- 후쿠시마 사고에서 제일 충격적인 점이 뭐였는데요?
“거짓말.”
- 거짓말이요?
“거짓말, 은폐… 그게 제일 큰 충격이었어요. 사고 이후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꼼꼼히 찾아 읽고, 방사능 오염이 되면 인체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큰일이 나게 생겼는데 일본 정부가 하는 짓을 보니, 국민 피폭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혀 안 하고 오히려 사람들을 위험지역으로 들여보내고 있더라고요. 소련 체르노빌 사고 때는 30㎞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주시켰는데, 일본은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거죠. 밖에 있으면 정부가 생활비를 대줘야 해요. 그 돈 대기 싫다는 거죠. 심한 곳은 20㎞ 안쪽까지 사람들을 집어넣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혼자 여러 번 분노하고 여러 번 깜짝 놀랐어요.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부도덕할 수가 있나? 오염수를 바다에 확 버리고, 후쿠시마 근처에 해수욕장 개장했어요. 그거 홍보한다고 아가씨들 빨간 옷 입혀서 사진 찍어 홍보하고.”
후쿠시마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세계 450기의 원전 가운데 지금까지 사고가 난 원전은 미국의 스리마일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를 합해 총 6기. ‘원전 사고율은 100만분의 1’이라는 가설은 황당한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더구나 한국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국가로, 2024년까지 총 42개로 원전을 늘려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매진하는 핵사고 고 위험국이다. 지하수가 흐르는 불안정한 암반 위에 설치한 경주 방폐장, 안전기준 규정을 위반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전력이 남아도는데도 강행되는 원전과 화력발전소 증설정책…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엄청난 일들이 소수에 의해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사능 안전 기준치는 없다
-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한동안 국내에서도 소금이나 건어물 사재기 열풍이 있었어요. 방사능 오염이 걱정된다고요. 그러다가 한해 두해 지나면서 곧 무감각해졌죠. 경주 지진 이후에 다시 불안감이 커지긴 했지만,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걱정 말라고 하니 긴가민가하면서도 그 말을 그냥 믿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방사능이라는 게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
“핵반응이라고 하는 게 우라늄 원자를 중성자로 깨는 거거든요. 깨지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두 조각이 나기도 하고 열 조각이 나기도 하고 제멋대로 깨지거든요. 우리 고등학교 때 배운 화학체계 주기율표 있잖아요. 거기 있는 물질이 150개 정도라면 거기서만 한 1,000가지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겁니다.”
- 그럼,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건 쉽지 않겠네요?
“불가능하죠. 그걸 측정하는 게 불가능해요.”
- 세슘이나 요오드만 방사능 물질인 줄 알았어요.
“그게 원자력계가 지금 내세우는 프레임이에요. 난 그런 논리가 아주 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슘하고 요오드는 측정이 가장 용이해요. 세 시간 만에 잴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방사능 물질은 한가지 재는 데 한 달씩 걸려요. 100가지 재려면 100달이 걸리니 일상적으로 재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세슘만 재는 거거든요. 세슘은 1,000가지 방사능 물질 중에 딱 한 가지일 뿐이에요."
- 그럼 세슘은 일종의 지표물질 같은 건가요? 세슘이 나올 때는 다른 1,000가지 물질도 오염됐을 것이다?
“그렇죠. 같이 있다고 봐야죠.”
- 검출량이 안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닙니까?
“방사선 안전 기준치라는 건 현실에 없습니다. 의학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예요. 안전 기준치를 굳이 들라면 0이 돼야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라는 기구에서 내놓은 보고서에도, ‘기준치 이하에서도 위험이 있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고 명문화되어 있어요. 한국 원자력계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그 기관의 보고서도 왜곡한단 말예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니? 안전 기준치라는 건, 정부의 임무 한도를 표시하는 숫자지, 의학적 기준치가 아녜요.”
- 정부의 행정적 기준이다?
“그렇죠. ‘그 이상은 유통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 아래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기준, 정부의 임무 한도 혹은 책임한도를 설정하는 숫자예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그래서 나라마다 10배 이상씩 차이가 나죠. 우리나라도 370㏃(베크렐)이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사건이 나고 나서 국무총리가 100으로 낮췄어요. 국무총리 한마디에 4분의 1 가까이 줄었어요. 과학적 근거가 없단 얘기죠. ‘기준치 이하니까 안전하다’는 얘긴 틀렸고, ‘기준치 이하니까 법적 책임이 없다’ 이런 얘기예요.”
이권으로 묶인 원전 커넥션
1989년 영광 원전 경비원의 부인이 무뇌아를 두 번이나 임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전 주변에 기형 송아지와 기형 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부는 원전 주변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섰고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었다. 총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보고서의 결론은 ‘원전 주변에서 암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이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셨죠?
“그 조사 대상이 된 사람이 수천 명인데 당사자들에게 안 알리고 2011년 12월에 어디 호텔에서 보고회를 한다는 거예요. 그 소식을 우연히 알게 돼서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연락해서 발표회장에 찾아가 항의를 한 끝에, 어렵사리 원자료를 입수해서 ‘반핵의사회’의 역학 전문가들에게 재조사를 의뢰했죠.”
- 어떤 결론이 나왔나요?
“원래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원전 주변에 갑상샘암(갑상선암) 환자가, 특히 여성에서 다른 지역보다 2.5배 발생했다’고 나왔거든요. 근데 ‘이게 원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는 결론이었어요. 이에 비해서 검증단은 ‘2.5배 증가와 원전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서를 낸 거예요.”
- 같은 데이터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군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원전 주변에 살면서 갑상샘암에 걸린 주민 한 사람이 소송을 내서 일부 승소를 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원전 주변 갑상샘암 환자들이 싹 모였어요. 지금 600명 정도 되는 암 환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1심 결과에 불복해서 항소한 상태입니다.”
- 7월 5일 417명의 이공계 교수들이 탈원전 반대성명을 냈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은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비전문가 맞아요. 저 원자력 전문가 아닙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역할은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것이지 최종적인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녜요. 원자력의 혜택도 국민이 보는 거고, 사고가 나면 그 위험도 고스란히 국민한테 돌아가요. 최종 이해당사자가 국민입니다. 그러니까 국민이 의사결정 해야죠. 우리가 병원에 가면 위험한 수술 받을지 말지 의사가 결정하나요? 전문가인 의사는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하는 거예요. 이게 의료윤리의 제1원칙입니다. 마찬가지로 원자력 전문가들은 국민한테 설명해야 해요. 근데 여태까지 국민한테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죠. 정보공개도 안 하고, 모든 걸 비밀리에 하고, 그리고 결정을 자기들끼리 했어요.”
- 그동안 정보공개를 안 하거나 비밀리에 했다는 건 저희가 잘 모르는 사실이에요. 소위 전문가들이 그런 결정을 할 때는 무슨 근거가 있겠거니 믿어왔죠.
“다른 나라는 원자력 안전성 보고서를 인터넷에 다 공개해요. 한국에 앉아서도 미국 원전의 안전성 보고서를 다 읽을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안전성 보고서는 공개가 안 됩니다. 어떤 부품이 어디에 몇 개 들어가 있는지 몰라요.”
회비만 내던 환경운동연합 회원 “후쿠시마 이후 내 인생의 메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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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밀집도 1위의 핵사고 고위험국, 소수가 엄청난 일을 속전속결 처리
“시민대표참여단 결과에 승복해야죠 난 탈원전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
-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안 나옵니까?
“안 나와요. 법에 이상한 걸 하나 만들어놨어요. ‘지적 소유권이 있는 부분은 보호할 수 있다’고. 2년 전쯤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이걸 공개하기로 했어요. 근데 아직도 안 하고 있어요. 왜 안 하냐고 했더니 지적 소유권과 관련된 부분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대요.”
- 그걸 2년째 지우고 있다고요? (웃음) 그럼 언제 공개한대요?
“얼마 전 한수원 사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빨리 공개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빨리’가 언제인고? 10년 내로? 아니면 100년 내로? (웃음) 이러면 안 됩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 의견을 듣는다니까 ‘전문가도 아닌 일반 사람들이 뭘 아냐’고 하는데, 전문가는 정보 공개해서 설명할 의무가 있고, 의사결정 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고요.”
- 최근 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 ‘탈핵이냐? 찬핵이냐?’ 하는 논쟁은 과학적 논쟁입니까? 정치적 논쟁입니까?
“과학적 논쟁이 되려면 적어도 팩트 왜곡은 없어야 하거든요. 근데 원자력계에서 하는 얘기 중에는 팩트 왜곡이 너무 많아요. 이건 과학적 논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과학적 논쟁은 이권이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을 때 가능해요.”
-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수, 특히 과학을 한다는 이공계 교수들은 정치적으로 순수하고 과학자로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얘기를 할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도 물론 계시죠. 그런데 지금 미래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 예산을 보면 원자력 연구 예산이 1년에 5,600억 원이에요. 재생에너지 연구비는 230억 원이니까, 한 25배쯤 되죠. 정부 정책이 탈원전으로 바뀌면 원자력 연구비는 줄고 재생에너지 연구비가 늘지 않겠어요? 요즘엔 연구비를 얼마나 따느냐가 교수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원자력계 교수들이 두 번에 걸쳐서 탈핵 반대 성명을 낸 것도 전 그런 이해관계와 관련 있다고 봅니다.”
탈핵 60년? 그 안에 끝날지도…
- 원전산업이 수출 효자상품이란 인식이 있습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경수로 4기를 수주받기도 했고요. “40년간 육성한 원전기술을 폐기하잔 말이냐”는 반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이익이 될지 적자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전 세계 보험회사가 원자력발전소 보험을 다 끊었어요. 어떤 회사도 원전은 보험을 안 들어줘요. 사고가 나면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지, 아랍에미리트가 책임지는지 아무도 몰라요. 계약서를 공개 안 했으니까.”
- 그럼 모든 원전은 무보험이에요?
“무보험이죠. 사고가 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해요. 한수원에서 5천억 원까진 내는데, 후쿠시마 경우엔 사고 후에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200조 원이래요. 5천억 원 제외한 나머지는 정부가 내는 거죠.”
-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지난 30년간 유럽에선 원전이 50개 줄고 미국에선 10개가 줄었어요. 앞으로 20년 후에는 적어도 150개 이상의 원전이 줄어들 거예요. 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산업입니다. 전 세계 전기 생산량에서 원자력이 10%, 재생에너지가 25%인데 이게 해마다 1%씩 늘어서 15년 후에는 재생에너지가 약 40% 이상이 된다고 해요. 근데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30%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1% 예요. 재생에너지 세계 꼴찌, 세계 추세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요.”
- 앞으로 핵발전 단가는 높아지고 태양광 비용은 낮아질 거라고 주장하셨어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데이터를 보면 2010년을 기점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핵발전보다 낮아져요. 미국 데이터라서 우리랑 같을 순 없지만 거의 같은 패턴으로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최근 30년 사이 태양광 패널값이 100배 이상 낮아지고 효율도 매년 1%씩 향상되고 있거든요. 수십 년 안에 재생에너지가 거의 100%에 육박하게 될 거예요. 문재인 정부가 점진적으로 탈핵하는 데 6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사실상 그때쯤이면 원전을 돌리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그 전에 전 세계 원전이 다 없어질지도 몰라요. (웃음)”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참여단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추진 쪽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실 겁니까?
“승복해야죠. 난 할 거예요. 전 탈원전보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탈원전이 되려면 민주주의는 꼭 필요한 인프라입니다. 지금 원전 짓고 있는 나라들 보세요. 모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 안 되는 나라들입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아, 그리고 ‘과거의’ 한국!”
김익중은 핵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에 비유했다. 처치 못 할 오물을 요강에 잔뜩 쌓아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재앙 덩어리. 이제 오래 묵혔던 숙제에 손댈 때가 되었다. 진짜 집주인들이 나설 차례이다.
출처 이건 전문가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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