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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은 예산 먹는 한식 전도사

영부인은 예산 먹는 한식 전도사
[표지 이야기] ‘영부인 프로젝트’로 변질된 한식 세계화, 뉴욕 한식당 예산 50억원 따놓고 쓰지도 못하고 국내용 홍보만 열올려
[한겨레21 제893호] 이지은 기자 | 2012.01.09


▲ 정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이 내실을 갖추지 못한 채 ‘영부인 프로젝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009년 10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하며 한식 요리를 직접 만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 전도사’로 나선 때는 2009년이다. 그해 5월 한식세계화추진단 발족식에 명예회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청와대에서 미국 과 인터뷰하며 직접 한식 요리를 선보였다. 청와대는 “국내외 방송을 통틀어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를 한 것”이라며 의미를 한껏 부여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08년 10월,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한 뒤 추진하던 사업들은 김윤옥씨의 등장 이후 ‘영부인 프로젝트’로 변해갔다. 책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김윤옥의 한식 세계화’ 이미지를 심었다.


브룩 실즈, 알고보니 홍보용 연출

영부인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정부는 민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최고급 한식당을 여는 사업을 추진했다. 2010년 12월, 한나라당은 예산안 날치기 때 뉴욕 한식당 예산 50억원을 슬쩍 끼워넣었다. 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와 예산결산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물론, 몇몇 여당 의원까지 반대해 사실상 백지화했던 예산이다. 이 때문에 “영부인 예산 날치기”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러나 50억원이나 되는 이 예산은 한 푼도 쓰이지 못하고 ‘불용’ 처리됐다. 컨소시엄에 1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민간업자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외면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등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일부터 벌여놓고 예산을 따놓는 행태가 가져온 결과다. 왜 이런 무리한 일을 벌였을까.

농식품부의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은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농식품부는 2011년 6월 ‘브룩 실즈, 알고 보니 한식 팬?’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미국 유명 주간지인 <라이프&스타일>이 브룩 실즈가 뉴욕 32번가 한아름마트에서 고추장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장면을 보도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농식품부가 벌이는 한식 해외홍보 사업의 하나로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2011년 8월 정범구 민주당 의원실에 낸 ‘한식세계화 종합 홍보 보고서’에서 이 행사에 3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7억원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국내 24개 매체에 46개 기사가 노출됐다는 게 홍보 효과의 산출 근거다.

또한 농식품부는 2011년 3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초청해 연 한식 홍보대사 위촉식의 경우 국내 언론에 170건이 보도됐고, 이는 1억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34억7천만원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범구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식을 외국에 얼마나 알렸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며 “한식 세계화 사업이 아니라, 한식 세계화 사업을 국내에 홍보하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커피·패스트푸드 업체에 2년간 예산 지원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은 2009년 100억원, 2010년 241억원, 2011년 312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고, 50억원짜리 뉴욕 한식당 사업 실패로 인해 2012년 예산은 236억원이 편성돼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12년 예산안 분석 자료에서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 지원 예산 9억원은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동안 지원받은 기업 대부분이 커피와 패스트푸트를 파는 업체,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한식 세계화 사업에서 지원할 성격이 아니고, 대기업에까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출처 : 영부인은 예산 먹는 한식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