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변호사가 삼성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가 알려주는 것
[민중의소리] 권영은(반올림 활동가) | 발행 : 2017-08-20 21:16:09 | 수정 : 2017-08-20 21:22:14
2016년 1월 중순, 삼성에 우호적으로 기사를 써온 한 언론사 기자는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박 변호사는 삼성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합리적인 논리와 태도를 바탕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며 “협상 파트너였지만 존경할만한 분”이라는 언급을 전했다.
이렇게 반올림과 삼성의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박상훈 변호사는 2014년 항소심 재판 당시 사전 합의한 수준을 벗어나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 달라는 일방적인 변론으로 물의를 빚었다. 피해자들의 뜻을 저버린 것은 물론, 삼성백혈병 산재 소송 공동 대리인 중의 한 명이 박상훈 변호사였기에 공동대리인들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소송을 멈췄다면,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은 나올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친삼성 언론에서 박상훈(55·사법연수원 16기·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8년여 만의 (백혈병 분쟁) 극적인 합의의 숨은 주역”,“2011년 삼성백혈병 관련 두 건의 산재 소송을 승소로 이끈 주인공”으로 추켜세워진다.
“삼성백혈병 해결 중심엔 박상훈 변호사 있었다”라며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면서 학회와 강연, 연구 등 이곳저곳에 호명되는 박상훈 변호사. ‘주인공’인지 아닌지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삼성백혈병이 ‘해결’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2015년 삼성이 반올림과의 대화를 멈추고 일방적이고 자체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리며 삼성직업병 문제를 사실상 돈으로 무마하는 것에 항의하며 반올림이 농성을 시작한지 벌써 680일이 넘었다.
교섭 중 삼성은 수백명의 피해자를 대표하는 반올림 교섭단에게 우선보상을 제안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의 가족이 반올림에서 나가 별도의 기구인 가족대책위(가대위)를 설립하였다. 가대위는 곧바로 박상훈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명했다. 교섭에서 불거진 첨예한 쟁점들, ‘조정위원회 도입’, ‘조정권고안 반대’, ‘조정절차 보류’, ‘삼성의 자체 보상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 가대위는 삼성과 뜻을 같이 했다.
2017년 8월 9일자 ‘한겨레’는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가 가대위의 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사에게 고가의 공연티켓을 지속적으로 선물하는 등 접대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뉴스에 반올림 교섭단에 남아있는 2명의 피해자 가족은 분노를 터트렸다. 수백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보상받기를 원하며 삼성의 우선보상 제안을 거절하고, 삼성직업병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라고 노숙농성을 이어온 680일 동안 삼성의 묵묵부답의 배경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박상훈 변호사의 문자 내용으로 꺼림칙한 바가 있다. 예방대책 중 하나인 옴부즈만 위원회 운영에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것.
2016년 7월, 박상훈 변호사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사장님이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삼성백혈병 옴부즈만 위원회’는 예방대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면서 적절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며, 저도 상임고문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을 조사하고 예방대책 보고서를 내야할 옴부즈만 위원회에서 상임고문 역할을 맡아 삼성에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는 보고 문자를 보냈다니. 그가 삼성에 전하는 ‘정상적인 경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옴부즈만 위원회가 설립되고 1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과연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삼성직업병 은폐와 왜곡에 기꺼이 나서주는 가대위의 대리인과 언론이 있어 삼성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무책임해도 된다는 자신감까지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불의에 대한 타협을 ‘합리’로 둔갑시키고, 정의로움을 ‘지나친 억지’라고 힐난한 이들이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참담함은 삼성직업병 피해자만이 아니라 삼성직업병 해결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심정이다.
8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전, 반올림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이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이재용의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호소가 탐욕과 부도덕함에 의해 더 이상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기고] 박상훈 변호사가 삼성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가 알려주는 것
[민중의소리] 권영은(반올림 활동가) | 발행 : 2017-08-20 21:16:09 | 수정 : 2017-08-20 21:22:14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최순실 뇌물공여 혐의 1심 선고(25일)를 앞두고 릴레이 기고를 게재합니다. 기고는 삼성 직업병 해결을 위해 싸우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기획으로 몇 군데 매체에 공동 게재합니다. 독자들의 관심 부탁합니다
합리적인 해결
2016년 1월 중순, 삼성에 우호적으로 기사를 써온 한 언론사 기자는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박 변호사는 삼성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합리적인 논리와 태도를 바탕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며 “협상 파트너였지만 존경할만한 분”이라는 언급을 전했다.
삼성과 박상훈 변호사가 말한 삼성직업병 문제의 ‘합리적 해결’은 낯설지 않다. 2012년 가을쯤 박상훈 변호사가 삼성 내부의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며 판결을 받는 것이 아닌, 재판상 화해조정이라는 것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영화 ‘탐욕의 제국’에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그 당시 피해자들은 (현재 가족대책위 소속 포함) 다섯 원고들이 “소송과 무관하게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답을 전했다.
이렇게 반올림과 삼성의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박상훈 변호사는 2014년 항소심 재판 당시 사전 합의한 수준을 벗어나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 달라는 일방적인 변론으로 물의를 빚었다. 피해자들의 뜻을 저버린 것은 물론, 삼성백혈병 산재 소송 공동 대리인 중의 한 명이 박상훈 변호사였기에 공동대리인들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소송을 멈췄다면,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은 나올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친삼성 언론에서 박상훈(55·사법연수원 16기·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8년여 만의 (백혈병 분쟁) 극적인 합의의 숨은 주역”,“2011년 삼성백혈병 관련 두 건의 산재 소송을 승소로 이끈 주인공”으로 추켜세워진다.
박상훈 변호사, 삼성직업병 ‘해결’의 주인공?
“삼성백혈병 해결 중심엔 박상훈 변호사 있었다”라며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면서 학회와 강연, 연구 등 이곳저곳에 호명되는 박상훈 변호사. ‘주인공’인지 아닌지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삼성백혈병이 ‘해결’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2015년 삼성이 반올림과의 대화를 멈추고 일방적이고 자체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리며 삼성직업병 문제를 사실상 돈으로 무마하는 것에 항의하며 반올림이 농성을 시작한지 벌써 680일이 넘었다.
▲ 삼성직업병 피해자와 유가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중에 보수단체 소속 회원으로 추정되는 시민의 항의를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08.07. ⓒ뉴시스
교섭 중 삼성은 수백명의 피해자를 대표하는 반올림 교섭단에게 우선보상을 제안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의 가족이 반올림에서 나가 별도의 기구인 가족대책위(가대위)를 설립하였다. 가대위는 곧바로 박상훈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명했다. 교섭에서 불거진 첨예한 쟁점들, ‘조정위원회 도입’, ‘조정권고안 반대’, ‘조정절차 보류’, ‘삼성의 자체 보상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 가대위는 삼성과 뜻을 같이 했다.
2017년 8월 9일자 ‘한겨레’는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가 가대위의 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사에게 고가의 공연티켓을 지속적으로 선물하는 등 접대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뉴스에 반올림 교섭단에 남아있는 2명의 피해자 가족은 분노를 터트렸다. 수백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보상받기를 원하며 삼성의 우선보상 제안을 거절하고, 삼성직업병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라고 노숙농성을 이어온 680일 동안 삼성의 묵묵부답의 배경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 ‘약속한 예방대책의 제대로 된 이행’ ‘반올림과의 대화 재개’등의 정당한 요구가 무책임하고 탐욕적인 삼성과 부도덕한 변호사와의 관계에 의해 짓밟힌 것은 아닌가도 싶다.
옴부즈만 위원회의 독립성 재고해야
한편, 박상훈 변호사의 문자 내용으로 꺼림칙한 바가 있다. 예방대책 중 하나인 옴부즈만 위원회 운영에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것.
2016년 7월, 박상훈 변호사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사장님이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삼성백혈병 옴부즈만 위원회’는 예방대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면서 적절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며, 저도 상임고문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을 조사하고 예방대책 보고서를 내야할 옴부즈만 위원회에서 상임고문 역할을 맡아 삼성에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는 보고 문자를 보냈다니. 그가 삼성에 전하는 ‘정상적인 경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옴부즈만 위원회가 설립되고 1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과연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 장충기(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협의 관련 18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막는 자 누구인가
삼성직업병 은폐와 왜곡에 기꺼이 나서주는 가대위의 대리인과 언론이 있어 삼성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무책임해도 된다는 자신감까지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불의에 대한 타협을 ‘합리’로 둔갑시키고, 정의로움을 ‘지나친 억지’라고 힐난한 이들이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참담함은 삼성직업병 피해자만이 아니라 삼성직업병 해결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심정이다.
8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전, 반올림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이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이재용의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에 수백억 뇌물을 주고 재벌세습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이윤추구 속에 병든 노동자들의 목숨값은 한없이 하찮게 대한 삼성. 헌법에 위배되는 노조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 끔찍한 무노조 역사를 써온 삼성. 이번에야말로 삼성재벌과 이재용의 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합니다”
“삼성에 피눈물 흘린 노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이재용을 엄벌에 처해야할 뿐만 아니라, 삼성이 쌓아올린 적폐를 청산해야 한국사회가 다시 설수 있다고”
이 호소가 탐욕과 부도덕함에 의해 더 이상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기고] 박상훈 변호사가 삼성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가 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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