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어떻게 e삼성을 말아먹었나?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8-22 09:06:46 | 수정 : 2017-08-22 10:52:55
2000년 5월, 인터넷 벤처 지주회사인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이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했다. 두 회사의 자본금은 400억 원. 돈을 댄 사람은 공식적으로 삼성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던 서른 두 살의 하버드대학교 유학생 이재용이었다. 이재용은 두 회사가 만들어질 때 출자자로 나서 e삼성 지분 60%, e삼성인터내셔널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나이 젊은 것이 문제될 수 없다. 젊을수록 오히려 모험을 상징하는 벤처업계에 뛰어드는 것을 칭찬해 줄 만하다. 그런데 이재용이 정말로 젊은 패기와 모험정신만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e삼성’으로 상징되는 삼성의 인터넷 비즈니스 진출은 한 마디로 이재용을 띄우기 위한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벤처 한답시고 출범시킨 이 두 회사에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쏟아 부었다.
2000년 5월 지주회사인 e삼성이 세워졌는데 6월까지 6개 회사가 새로 설립됐다. 7월에는 그보다 많은 무려 8개 회사가 출범했다. 아무리 그때가 ‘개나 소나’ 창업하는 시대였지만, 두 달 만에 14개 회사가 출범하는 황당한 발상은 그때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재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는데 삼성을 제외한 30대 재벌이 설립한 벤처기업은 13개에 불과했다. 반면 이재용의 e삼성은 홀로 14개의 회사를 뚝딱 만들어냈다.
삼성은 마치 e삼성에 목숨을 건 그룹처럼 움직였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구조조정본부가 모든 사업을 총괄했다. 계열사의 핵심 인재들이 대거 e삼성으로 차출됐다. 각종 인터넷 장비와 컴퓨터 등은 삼성SDS가 ‘은밀히’ 갖다 바쳤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재용이 이끄는 e삼성이 그룹의 핵심 인재들을 모조리 싹쓸이해 가는 행태에 작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이 인터넷 사업에 대해 이처럼 무리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평가는 이렇다. 1999년 삼성자동차의 대실패로 이건희 회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인 크게 나빠졌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감시 수준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고작 32세의 유학생을 후계자로 지목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이재용에게도 자신이 삼성을 물려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즉 e삼성은 이재용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연극무대였던 셈이다. 삼성은 이 무대에서 주인공 이재용의 화려한 엔딩을 위해 총력을 쏟아 부었다. 이게 바로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 해석이었다.
물론 이 해석이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로 볼 수도 없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재용의 화려한 데뷔’를 지원한 것도 맞지만, 이재용에게 막대한 재산을 편법으로 몰아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즉 e삼성 역시 이재용의 재산 축적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재용은 e삼성을 출범시키기 이전부터 편법으로 이미 수 천 억 원의 재산을 챙긴 상태였다. 하지만 수 천 억 원으로는 삼성을 물려받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이재용이 눈을 돌린 것이 엄청난 벤처 열풍이었다. 수 억 원 투자하면 그게 수 조 원으로 불어나는 코스닥 시장의 마술에 이재용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이재용은 2000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미래를 위해 e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비즈니스의 지분 대부분을 왜 이재용이 독식했나? e삼성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재용은 e삼성이 성공을 거둘수록 자신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e삼성은 삼성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e삼성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사업 중 이건희의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참패한 분야가 바로 e삼성이었다. 당시를 회고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한 대목을 살펴보자.
이건희도 마찬가지지만 이재용도 인생이나 비즈니스를 너무 쉽게 봤다. 삼성은 원래 전통적으로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방식의 경영을 고수한 그룹이다. 모험과 도전? 삼성은 이런 단어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삼성이 제일 잘 하던 짓은, 남들이 시장을 개척해놓으면, 뒤늦게 그 분야에 뛰어들어 돈의 힘으로 선두주자를 밟아버리는 것이었다.
이건희가 1987년 회장에 오르자마자 내린 첫 지시가 “자동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라”였던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인생과 사업을 쉽게 보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이건희는 “내가 결심하면 되는 거지”라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아들 이재용도 마찬가지였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 경험이라고는 온실 속에서 보호받은 것밖에 없던 이가 계열사 핵심인재를 총동원해 e삼성에 뛰어들었다. 이재용 또한 성공을 확신했을 것이다. 이병철 시대부터 삼성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계열사들이 총동원돼 사업을 밀어줬고, 곧잘 성공을 거두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분야는 삼성이 그동안 해왔던 대로 ‘계열사 밀어주기’로 클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인터넷 사업은 그야말로 수천만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업이다. 당시 e삼성은 금융포털 분야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금융은 삼성 임직원들이 계좌 몇 개 개설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이재용은 당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큰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자본력이 튼튼한 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e삼성도 이런 분야에 장기 투자를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은 당연히 거짓이었다. 벤처로 쉽게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이재용은 장기투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바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저렇게 온갖 폼을 잡고 사업에 진출했으면 최소한 3, 4년은 버티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이 참을성 없는 청년은 사업에 진출한 지 10개월도 안 된 2001년 2월 e삼성 지분을 홀라당 팔고 손을 떼버렸다.
문제는 이재용이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면서, 자신의 지분을 모조리 계열사에 팔아치웠다는 점이었다. 보통 벤처 기업을 시작해 사업에 실패하면 그 손실은 창업자와 최대주주가 지는 게 당연하다. 회사가 망했다면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도 휴지조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재용은 자기가 투자한 e삼성 등 대부분 지분, 그 휴지조각에 가까운 주식들을 전부 제 값 받고 계열사에 팔아치웠다. 이재용은 지주회사 격이었던 e삼성 보유주식 240만 주를 제일기획에 팔았다. 이재용이 e삼성에 투자한 돈은 120억 원이었는데, 판매한 가격은 208억 원이었다. 홀라당 말아먹은 사업체를 갑절 가격으로 팔아치우는 대담한 사기극을 자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껍데기만 남은 e삼성인터내셔널 주식 480만주(60%)는 삼성SDS와 삼성SDI 등에 넘겼고 금융포털이었던 가치네트 주식은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보안회사였던 시큐아이닷컴 주식은 에스원에 떠넘겼다. 딱 10개월 만에 사업을 말아먹고도 이재용은 재산상 손실을 입기는커녕 여기서도 돈을 챙겼다.
그렇다면 e삼성의 실패로 누가 손해를 봤을까? 사업을 말아먹었으니 누군가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손실은 모두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았다.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곳은 제일기획이었다.
제일기획은 이재용이 보유한 e삼성 지분을 208억 원에 사들였는데, 3년 뒤인 2004년 e삼성의 가치는 55억 원으로 폭락했다. 지금 e삼성의 가치는 당연히 0원이다. 이재용이 입어야 할 208억 원의 손실을 제일기획이 대신 떠안은 것이다. 이재용은 그렇게 제일기획에 해코지를 해놓고, 지난해 제일기획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이 회사를 저버리려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전형적인 태도였다.
이런 자가 경영을 계속하는 게 한국경제와 삼성에 도움이 될까? 아무리 모든 상식을 동원해 생각해봐도 그 대답은 단호한 “노(no)”다. “한 번 실패를 너무 책하지 말고 다시 기회를 주자”는 안이한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마땅하지만, 실패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며 자기 배나 불린 자에게까지 재기의 기회를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이재용에게 다 묻지 못한 죄가 아직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된다.
출처 이재용은 어떻게 e삼성을 말아먹었나?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8-22 09:06:46 | 수정 : 2017-08-22 10:52:55
2000년 5월, 인터넷 벤처 지주회사인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이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했다. 두 회사의 자본금은 400억 원. 돈을 댄 사람은 공식적으로 삼성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던 서른 두 살의 하버드대학교 유학생 이재용이었다. 이재용은 두 회사가 만들어질 때 출자자로 나서 e삼성 지분 60%, e삼성인터내셔널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나이 젊은 것이 문제될 수 없다. 젊을수록 오히려 모험을 상징하는 벤처업계에 뛰어드는 것을 칭찬해 줄 만하다. 그런데 이재용이 정말로 젊은 패기와 모험정신만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e삼성’으로 상징되는 삼성의 인터넷 비즈니스 진출은 한 마디로 이재용을 띄우기 위한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벤처 한답시고 출범시킨 이 두 회사에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쏟아 부었다.
2000년 5월 지주회사인 e삼성이 세워졌는데 6월까지 6개 회사가 새로 설립됐다. 7월에는 그보다 많은 무려 8개 회사가 출범했다. 아무리 그때가 ‘개나 소나’ 창업하는 시대였지만, 두 달 만에 14개 회사가 출범하는 황당한 발상은 그때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재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는데 삼성을 제외한 30대 재벌이 설립한 벤처기업은 13개에 불과했다. 반면 이재용의 e삼성은 홀로 14개의 회사를 뚝딱 만들어냈다.
삼성은 마치 e삼성에 목숨을 건 그룹처럼 움직였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구조조정본부가 모든 사업을 총괄했다. 계열사의 핵심 인재들이 대거 e삼성으로 차출됐다. 각종 인터넷 장비와 컴퓨터 등은 삼성SDS가 ‘은밀히’ 갖다 바쳤다.
삼성과 이재용은 왜 e삼성에 목숨을 걸었을까?
당시 세간에서는 이재용이 이끄는 e삼성이 그룹의 핵심 인재들을 모조리 싹쓸이해 가는 행태에 작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이 인터넷 사업에 대해 이처럼 무리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평가는 이렇다. 1999년 삼성자동차의 대실패로 이건희 회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인 크게 나빠졌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감시 수준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고작 32세의 유학생을 후계자로 지목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이재용에게도 자신이 삼성을 물려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즉 e삼성은 이재용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연극무대였던 셈이다. 삼성은 이 무대에서 주인공 이재용의 화려한 엔딩을 위해 총력을 쏟아 부었다. 이게 바로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 해석이었다.
▲ 박근혜, 이재용 ⓒ제공:뉴시스
물론 이 해석이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로 볼 수도 없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재용의 화려한 데뷔’를 지원한 것도 맞지만, 이재용에게 막대한 재산을 편법으로 몰아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즉 e삼성 역시 이재용의 재산 축적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재용은 e삼성을 출범시키기 이전부터 편법으로 이미 수 천 억 원의 재산을 챙긴 상태였다. 하지만 수 천 억 원으로는 삼성을 물려받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이재용이 눈을 돌린 것이 엄청난 벤처 열풍이었다. 수 억 원 투자하면 그게 수 조 원으로 불어나는 코스닥 시장의 마술에 이재용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이재용은 2000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미래를 위해 e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비즈니스의 지분 대부분을 왜 이재용이 독식했나? e삼성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재용은 e삼성이 성공을 거둘수록 자신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e삼성은 삼성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e삼성
하지만 e삼성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사업 중 이건희의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참패한 분야가 바로 e삼성이었다. 당시를 회고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한 대목을 살펴보자.
“이재용은 하루라도 빨리 경영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 이런 조바심에 편승해서 나온 결과물이 ‘e삼성’이다. 이 사업은 순식간에 망했다. 이 과정을 초기부터 정리단계까지 주도한 게 김인주(나중에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이 되는 인물로 비자금 사건에도 깊이 개입했다)였다. 다른 임원들은 관여할 여지조차 없었다. ‘e삼성’의 실패가 갖는 의미는 컸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원했지만 자동차 사업에서 실패했다. 이어서 그룹차원의 지원을 한 사례가 ‘e삼성’인데 그것도 실패했다. ‘자동차도 망하고 벤처도 망하는 구나’라는 말이 나왔다.”
이건희도 마찬가지지만 이재용도 인생이나 비즈니스를 너무 쉽게 봤다. 삼성은 원래 전통적으로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방식의 경영을 고수한 그룹이다. 모험과 도전? 삼성은 이런 단어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삼성이 제일 잘 하던 짓은, 남들이 시장을 개척해놓으면, 뒤늦게 그 분야에 뛰어들어 돈의 힘으로 선두주자를 밟아버리는 것이었다.
이건희가 1987년 회장에 오르자마자 내린 첫 지시가 “자동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라”였던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인생과 사업을 쉽게 보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이건희는 “내가 결심하면 되는 거지”라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아들 이재용도 마찬가지였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 경험이라고는 온실 속에서 보호받은 것밖에 없던 이가 계열사 핵심인재를 총동원해 e삼성에 뛰어들었다. 이재용 또한 성공을 확신했을 것이다. 이병철 시대부터 삼성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계열사들이 총동원돼 사업을 밀어줬고, 곧잘 성공을 거두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분야는 삼성이 그동안 해왔던 대로 ‘계열사 밀어주기’로 클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인터넷 사업은 그야말로 수천만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업이다. 당시 e삼성은 금융포털 분야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금융은 삼성 임직원들이 계좌 몇 개 개설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얼마나 돈이 아까웠으면 그 정도 손실도 책임 못 지나?
이재용은 당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큰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자본력이 튼튼한 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e삼성도 이런 분야에 장기 투자를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은 당연히 거짓이었다. 벤처로 쉽게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이재용은 장기투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바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저렇게 온갖 폼을 잡고 사업에 진출했으면 최소한 3, 4년은 버티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이 참을성 없는 청년은 사업에 진출한 지 10개월도 안 된 2001년 2월 e삼성 지분을 홀라당 팔고 손을 떼버렸다.
문제는 이재용이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면서, 자신의 지분을 모조리 계열사에 팔아치웠다는 점이었다. 보통 벤처 기업을 시작해 사업에 실패하면 그 손실은 창업자와 최대주주가 지는 게 당연하다. 회사가 망했다면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도 휴지조각이 돼야 한다.
▲ 올해 초 노동당 당원들이 이재용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지웅 기자
그런데 이재용은 자기가 투자한 e삼성 등 대부분 지분, 그 휴지조각에 가까운 주식들을 전부 제 값 받고 계열사에 팔아치웠다. 이재용은 지주회사 격이었던 e삼성 보유주식 240만 주를 제일기획에 팔았다. 이재용이 e삼성에 투자한 돈은 120억 원이었는데, 판매한 가격은 208억 원이었다. 홀라당 말아먹은 사업체를 갑절 가격으로 팔아치우는 대담한 사기극을 자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껍데기만 남은 e삼성인터내셔널 주식 480만주(60%)는 삼성SDS와 삼성SDI 등에 넘겼고 금융포털이었던 가치네트 주식은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보안회사였던 시큐아이닷컴 주식은 에스원에 떠넘겼다. 딱 10개월 만에 사업을 말아먹고도 이재용은 재산상 손실을 입기는커녕 여기서도 돈을 챙겼다.
그렇다면 e삼성의 실패로 누가 손해를 봤을까? 사업을 말아먹었으니 누군가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손실은 모두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았다.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곳은 제일기획이었다.
제일기획은 이재용이 보유한 e삼성 지분을 208억 원에 사들였는데, 3년 뒤인 2004년 e삼성의 가치는 55억 원으로 폭락했다. 지금 e삼성의 가치는 당연히 0원이다. 이재용이 입어야 할 208억 원의 손실을 제일기획이 대신 떠안은 것이다. 이재용은 그렇게 제일기획에 해코지를 해놓고, 지난해 제일기획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이 회사를 저버리려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전형적인 태도였다.
이상의 사건을 정리해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① 이재용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지원한 인터넷 사업 분야도 말아먹은 무능한 경영자였다.
② 이재용은 장기투자 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단 10개월 만에 사업에서 손을 뗄 정도로 인내심이 바닥인 경영자였다.
③ 이재용은 자기 책임 하에 진행된 사업을 홀라당 말아먹고도 손실을 전부 계열사에 떠넘긴 비겁자였다.
이런 자가 경영을 계속하는 게 한국경제와 삼성에 도움이 될까? 아무리 모든 상식을 동원해 생각해봐도 그 대답은 단호한 “노(no)”다. “한 번 실패를 너무 책하지 말고 다시 기회를 주자”는 안이한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마땅하지만, 실패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며 자기 배나 불린 자에게까지 재기의 기회를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이재용에게 다 묻지 못한 죄가 아직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된다.
출처 이재용은 어떻게 e삼성을 말아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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