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살포 전단 살펴보니…거짓말, 협박, 회유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 입력 : 2017.08.29 15:21:00
1980년 5·18민주항쟁 당시 계엄군은 광주에 수차례 전단을 뿌렸다. 이희성 계엄사령관 명의의 ‘경고문’을 비롯해 ‘재경호남동우회’라는 이름으로 고향 사람을 사칭, 광주 시민들을 압박한 것도 있다.
군은 광주 시민들의 시위를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의한 ‘난동’이나 ‘폭동’으로 규정했다. 군이 시민들에게 발포할 수 있는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섬뜩한 협박도 있다.
계엄군은 군의 과격한 진압으로 인해 사태가 악화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고정간첩과 깡패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유언비어의 유포는 공수부대원들에게 시위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인식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엄군은 5·18민주항쟁이 ‘고정간첩의 조정’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군은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명의의 ‘경고문’을 뿌렸다.
계엄군은 “이제까지는 애국심에 호소하여 자진 해산과 질서회복을 기대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총기와 탄약과 폭발물을 탈취한 폭도들의 행패는 계속 가열하고 있으며 부득이 소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위 원인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폭도들의 난동을 진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이 개입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이어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며 “즉시 집과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계엄군의 과격 진압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민들의 시위를 ‘고정간첩이 조정해 발생한 사태’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유언비가 확산하면서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등은 시민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더 과격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국방부 과거사위의 결론이었다.
전남도청 앞에서 공수부대의 집단발포가 있던 날 계엄군은 또다시 ‘경고문’을 냈다. 이 경고문에는 “군이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5월 21일 계엄사령관 명의로 배포된 경고문에는 “광주지역 난동은 치안유지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으며, 계엄군은 폭력으로 국내 치안을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득이 자위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을 경고한다”고 적었다. 이날 오후 1시쯤 공수부대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했다.
애국심을 들먹이기도 했다. 군은 “법을 어기고 난동을 부리는 폭도는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 주민은 애국심을 가진 선량한 국민”이라며 “난폭한 폭도들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리로 나오지 말고 집안에 꼭 계실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하지만 5·18민주항쟁기간 시위대가 시민들을 공격한 일은 없었다. 시민들을 공격하고 학살하는 것은 모두 계엄군들이었다.
5월 23일에는 ‘재경호남동우회’ 명의의 전단이 나왔다.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이 전단은 고향 사람임을 강조하며 “우리의 생활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부터 중지하라”며 “서울에 살고 있는 여러분의 동향인이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고 했다.
전단은 “여러분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속에 총포로 무장한 군중들을 보며 공포에 떨어야 합니까?”라며 “국내의 조그마한 소란사태에도 본능적으로 북괴집단의 반응을 살피려는 전체 국민들의 우려의 표정이 보이지 않느냐”고 나무랐다.
시민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유언비어에 속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계엄군과 같은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시위는 일부 학생들의 애국심에서 출발했건만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악성 선동 발언 유포 때문에 급기야는 애향심 높은 여러분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해석했다.
한 5·18연구자는 “전단 내용은 계엄군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호남출신 주민 단체가 작성해 배포했다기보다는 계엄군 공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5·18 계엄군 살포 전단 살펴보니…거짓말, 협박, 회유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 입력 : 2017.08.29 15:21:00
1980년 5·18민주항쟁 당시 계엄군은 광주에 수차례 전단을 뿌렸다. 이희성 계엄사령관 명의의 ‘경고문’을 비롯해 ‘재경호남동우회’라는 이름으로 고향 사람을 사칭, 광주 시민들을 압박한 것도 있다.
군은 광주 시민들의 시위를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의한 ‘난동’이나 ‘폭동’으로 규정했다. 군이 시민들에게 발포할 수 있는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섬뜩한 협박도 있다.
계엄군은 군의 과격한 진압으로 인해 사태가 악화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고정간첩과 깡패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유언비어의 유포는 공수부대원들에게 시위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인식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정간첩, 깡패들이 조종”
▲ 5.18 당시 계엄군이 살포한 ‘경고문’.│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계엄군은 5·18민주항쟁이 ‘고정간첩의 조정’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군은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명의의 ‘경고문’을 뿌렸다.
계엄군은 “이제까지는 애국심에 호소하여 자진 해산과 질서회복을 기대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총기와 탄약과 폭발물을 탈취한 폭도들의 행패는 계속 가열하고 있으며 부득이 소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위 원인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폭도들의 난동을 진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이 개입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이어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며 “즉시 집과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계엄군의 과격 진압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민들의 시위를 ‘고정간첩이 조정해 발생한 사태’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유언비가 확산하면서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등은 시민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더 과격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국방부 과거사위의 결론이었다.
“자위권 보유하고 있다”
▲ 5.18 당시인 5월 21일 계엄군이 ‘자위권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또다른 경고문.│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전남도청 앞에서 공수부대의 집단발포가 있던 날 계엄군은 또다시 ‘경고문’을 냈다. 이 경고문에는 “군이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5월 21일 계엄사령관 명의로 배포된 경고문에는 “광주지역 난동은 치안유지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으며, 계엄군은 폭력으로 국내 치안을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득이 자위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을 경고한다”고 적었다. 이날 오후 1시쯤 공수부대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했다.
애국심을 들먹이기도 했다. 군은 “법을 어기고 난동을 부리는 폭도는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 주민은 애국심을 가진 선량한 국민”이라며 “난폭한 폭도들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리로 나오지 말고 집안에 꼭 계실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하지만 5·18민주항쟁기간 시위대가 시민들을 공격한 일은 없었다. 시민들을 공격하고 학살하는 것은 모두 계엄군들이었다.
고향 사람 행사하며 거짓 호소
▲ 5.18 당시인 5월 23일 ‘재경호남동우회’ 명의로 뿌려진 전단지.│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5월 23일에는 ‘재경호남동우회’ 명의의 전단이 나왔다.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이 전단은 고향 사람임을 강조하며 “우리의 생활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부터 중지하라”며 “서울에 살고 있는 여러분의 동향인이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고 했다.
전단은 “여러분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속에 총포로 무장한 군중들을 보며 공포에 떨어야 합니까?”라며 “국내의 조그마한 소란사태에도 본능적으로 북괴집단의 반응을 살피려는 전체 국민들의 우려의 표정이 보이지 않느냐”고 나무랐다.
시민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유언비어에 속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계엄군과 같은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시위는 일부 학생들의 애국심에서 출발했건만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악성 선동 발언 유포 때문에 급기야는 애향심 높은 여러분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해석했다.
한 5·18연구자는 “전단 내용은 계엄군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호남출신 주민 단체가 작성해 배포했다기보다는 계엄군 공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5·18 계엄군 살포 전단 살펴보니…거짓말, 협박, 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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