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준표 “통신조회 당해, 정치 사찰” 사실일까?
‘통신자료’는 감청과 달라... 6건 중 4건은 문재인 정부 이전 조회
[오마이뉴스] 글: 김태헌, 편집: 김시연 | 17.10.09 16:17 | 최종 업데이트 17.10.09 16:17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홍 대표는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 달 전쯤 통신사에 조회를 해보니 검·경·군에서 내 수행비서의 통신을 조회했다"며 "이것은 정치사찰이자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통신조회가 진행된 시기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지, 또 이들 기관에서 조회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홍준표 대표가 '정치사찰' 의혹으로 주장한 '통신조회'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감청(실시간으로 통신 영상 등의 내용을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행위)이나 통신내역(상대방, 통화시간 등을 확인) 조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 대표는 사전에도 없는 '통신조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들과 이 자리에 함께한 류여해 최고위원의 덧붙임 설명으로 홍 대표가 말하는 '통신조회'가 '통신자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한 달 전쯤 통신사에 조회해보니..."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홍 대표가 말하는 '통신조회'가 법원 영장을 통해 이뤄지는 '감청'이 아님을 확인시켜 줍니다. 감청이란 통화, 문자 등을 실시간으로 수사기관이 확인하거나 저장된 매체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을 말하는데, 이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일이며 수사 이후 당사자에게도 의무 통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조회"를 했다고 하니 감청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확인하는 '통신 사실 확인'일까. 이 역시 아닙니다. 사실 확인의 경우도 해당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이통사)를 통해 '스스로 조회'를 할 수 있는 정보는 '통신자료'뿐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소·불기소·불입건 처분 등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 30일 안에 감청(통신제한 조치), 통신사업자 압수수색 사실, 통신 사실 확인을 당사자에게 의무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통신자료'는 의무 통지 대상이 아닙니다.
홍 대표가 '당했다'는 '통신조회'가 '통신자료'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발언은 또 있습니다. 이날 함께 참석한 류여해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발언을 이어받아 "개인 통신자료 열람을 수사 당국에서 필요해 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름, 주민번호, 가입일시 등이 모두 담겨있다. 수사당국에서는 수사상 불가피한 조치라 말하지만, 적폐 청산을 내세워 개인정보를 캐내는 것 아니냐"며 홍 대표의 발언에 동조했습니다.
이제 더욱 홍 대표의 '통신조회'가 무엇인지 확실해졌습니다. '이름, 주민번호, 가입일시'만 포함된 정보는 '통신자료' 뿐입니다.
'통신 사실 확인'이라 하더라도 통화나 통신의 내용이 아닌 통신의 단순 내역이 알려질 뿐입니다.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이통사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홍 대표는 지금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통신 사실 확인이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통신조회가 이뤄진 날짜도 2016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입니다. 모두 6차례이며 문재인 정부 이후 조회는 2번에 불과합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구체적 시기는 지난해 12월 13일, 올해 2월 24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또 올해 3월 23일, 4월 12일, 8월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8월 21일 육군본부에서 조회했습니다. 각각 다른 기관의 조회입니다.
통신자료는 2016년 하반기에만 88만 3177건이 조회됐고, 통신 사실 확인도 같은 기간 82만 7164건이 조회됐습니다. 해당 기지국에서 누가 통화를 했는지를 확인하는 '기지국 수사'는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6월, 지폐위조범 1명을 잡기 위해 25만 명의 통신자료를 열람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의원 당시의 비서진, 세월호 유가족, 더불어민주당의 여당 시절 소속 국회의원, 기자 등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이유없는 통신자료 요청이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비서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보다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처럼 비서진이 아무 이유 없이 조회를 당했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를 자유한국당은 그 동안 무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통신자료 열람을 두고 '정치사찰'을 주장하는 것은 수준낮은 '정치공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2016년 3월, 인권침해 논란으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막으려 했던 '테러방지법'도 밀어붙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닌 듯합니다.
2001년 이후 15년간 통과되지 못했던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가정보원은 그들이 정한 '테러 위험인물'에 대해서 ▲개인정보(사상·신념·건강 등 민감정보 포함)·위치정보·통신이용 정보 수집 ▲출입국·금융거래 기록 추적 조회 ▲금융 거래 정지까지 가능하게 됐습니다.
만약 정치공세가 아니라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통신조회 금지와 관련된 입법에 앞장서야 겠습니다.
*통신자료조회는 각 이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최근 1년간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출처 [팩트체크] 홍준표 "통신조회 당해, 정치 사찰" 사실일까?
‘통신자료’는 감청과 달라... 6건 중 4건은 문재인 정부 이전 조회
[오마이뉴스] 글: 김태헌, 편집: 김시연 | 17.10.09 16:17 | 최종 업데이트 17.10.09 16:17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회의실에서 홍준표 당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홍 대표는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 달 전쯤 통신사에 조회를 해보니 검·경·군에서 내 수행비서의 통신을 조회했다"며 "이것은 정치사찰이자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통신조회가 진행된 시기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지, 또 이들 기관에서 조회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홍준표 대표가 '정치사찰' 의혹으로 주장한 '통신조회'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감청(실시간으로 통신 영상 등의 내용을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행위)이나 통신내역(상대방, 통화시간 등을 확인) 조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 대표는 사전에도 없는 '통신조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들과 이 자리에 함께한 류여해 최고위원의 덧붙임 설명으로 홍 대표가 말하는 '통신조회'가 '통신자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한 달 전쯤 통신사에 조회해보니..."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홍 대표가 말하는 '통신조회'가 법원 영장을 통해 이뤄지는 '감청'이 아님을 확인시켜 줍니다. 감청이란 통화, 문자 등을 실시간으로 수사기관이 확인하거나 저장된 매체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을 말하는데, 이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일이며 수사 이후 당사자에게도 의무 통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조회"를 했다고 하니 감청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확인하는 '통신 사실 확인'일까. 이 역시 아닙니다. 사실 확인의 경우도 해당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이통사)를 통해 '스스로 조회'를 할 수 있는 정보는 '통신자료'뿐입니다.
▲ 2016년 하반기 통신 자료 조회 현황.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김태헌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소·불기소·불입건 처분 등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 30일 안에 감청(통신제한 조치), 통신사업자 압수수색 사실, 통신 사실 확인을 당사자에게 의무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통신자료'는 의무 통지 대상이 아닙니다.
홍 대표가 '당했다'는 '통신조회'가 '통신자료'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발언은 또 있습니다. 이날 함께 참석한 류여해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발언을 이어받아 "개인 통신자료 열람을 수사 당국에서 필요해 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름, 주민번호, 가입일시 등이 모두 담겨있다. 수사당국에서는 수사상 불가피한 조치라 말하지만, 적폐 청산을 내세워 개인정보를 캐내는 것 아니냐"며 홍 대표의 발언에 동조했습니다.
이제 더욱 홍 대표의 '통신조회'가 무엇인지 확실해졌습니다. '이름, 주민번호, 가입일시'만 포함된 정보는 '통신자료' 뿐입니다.
'통신 사실 확인'이라 하더라도 통화나 통신의 내용이 아닌 통신의 단순 내역이 알려질 뿐입니다.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이통사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홍 대표는 지금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통신 사실 확인이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통신조회가 이뤄진 날짜도 2016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입니다. 모두 6차례이며 문재인 정부 이후 조회는 2번에 불과합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구체적 시기는 지난해 12월 13일, 올해 2월 24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또 올해 3월 23일, 4월 12일, 8월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8월 21일 육군본부에서 조회했습니다. 각각 다른 기관의 조회입니다.
▲ 2016년 하반기 통신 자료 조회 수단별 현황. 미래창과학부 제공 ⓒ 김태헌
통신자료는 2016년 하반기에만 88만 3177건이 조회됐고, 통신 사실 확인도 같은 기간 82만 7164건이 조회됐습니다. 해당 기지국에서 누가 통화를 했는지를 확인하는 '기지국 수사'는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6월, 지폐위조범 1명을 잡기 위해 25만 명의 통신자료를 열람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의원 당시의 비서진, 세월호 유가족, 더불어민주당의 여당 시절 소속 국회의원, 기자 등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이유없는 통신자료 요청이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비서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보다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처럼 비서진이 아무 이유 없이 조회를 당했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를 자유한국당은 그 동안 무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통신자료 열람을 두고 '정치사찰'을 주장하는 것은 수준낮은 '정치공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2016년 3월, 인권침해 논란으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막으려 했던 '테러방지법'도 밀어붙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닌 듯합니다.
2001년 이후 15년간 통과되지 못했던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가정보원은 그들이 정한 '테러 위험인물'에 대해서 ▲개인정보(사상·신념·건강 등 민감정보 포함)·위치정보·통신이용 정보 수집 ▲출입국·금융거래 기록 추적 조회 ▲금융 거래 정지까지 가능하게 됐습니다.
만약 정치공세가 아니라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통신조회 금지와 관련된 입법에 앞장서야 겠습니다.
*통신자료조회는 각 이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최근 1년간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출처 [팩트체크] 홍준표 "통신조회 당해, 정치 사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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