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조직적 여론조작 확인
이완용·박정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경향신문] 남지원 기자 | 입력 : 2017.10.11 11:44:00 | 수정 : 2017.10.11 17:09:17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의견수렴 당시 무더기로 제출된 동일한 양식의 국정화 찬성 의견서 중 일부가 이같은 가짜 인적사항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이른바 ‘차떼기 여론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1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사를 의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상조사팀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여론이 조작된 정황을 상당수 포착하고 지난 10일 위원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박근혜가 집권했던 2015년 11월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한 뒤 의견을 수렴한 결과 찬성 의견이 15만건, 반대 의견이 32만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2일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찬성 의견서가 무더기로 인쇄돼 박스째로 교육부에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의견수렴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국정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에 크게 밀리자 조직적으로 보수단체를 동원해 찬성 의견서를 대량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당시 경향신문 단독보도] 국정화 행정예고 여론 수렴 마지막 밤 무슨 일이
진상조사팀은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중이었던 찬반의견서 103박스를 다시 꺼내 살폈고, 이 중 53박스가 일괄 출력물 형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26박스 2만8000장만 조사한 결과,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됐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개인정보란에 황당한 가짜 개인정보를 기재한 찬성 의견서도 많았다. 이름은 ‘이완용’, 주소는 ‘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전화번호는 경술국치일인 ‘010-1910-0829’로 되어 있는 찬성 의견서는 “(현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온통 부정부패와 친일, 독재로 점철된 과정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국정화 찬성 이유로 제시했다. 정부와 보수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내용이다. ‘박근혜’, ‘박정희’란 이름으로 접수된 찬성 의견서는 양식과 찬성 이유가 완전히 같았다. 개인정보란에 ‘개소리’, ‘뻘짓’, ‘지럴’, ‘미친짓’ 등의 비속어가 기재된 찬성 의견서도 나왔다.
형식 요건이라도 충족한 찬성의견 제출자는 2만8000장 중 4374명에 불과했다. 조사팀은 이 가운데 무작위로 667명을 추출해 유선으로 진위여부를 파악했고, 응답자 252명 중 129명(51%)만이 찬성 의견서를 낸 사실을 시인했다.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도 64건(25%)이나 돼 명의가 도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눈에도 가짜 의견서임을 알아볼 수 있는 이 의견서를 받아서 계수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당시 교육부 고위관계자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사팀은 차떼기 제출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로부터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김모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의견서 박스는 의견수렴 마감일인 2015년 11월 2일 오후 11시쯤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 차떼기로 도착했다. 당시 교육부 상당수 직원들이 집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퇴근했던 공무원들까지 출근해 200여명이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결과 보고를 검토한 결과 역사교과서 추진을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상조사위는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출처 이완용·박정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조직적 여론조작 확인
이완용·박정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경향신문] 남지원 기자 | 입력 : 2017.10.11 11:44:00 | 수정 : 2017.10.11 17:09:17
▲ 2015년 11월 2일 교육부에 ‘차떼기’로 제출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 중 일부.
이완용 / 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 010-1910-0829(경술국치일)
박정희 /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 010-1979-1026(박정희 사망일)
박근혜 /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 010-0000-1102(의견 수렴 마지막일)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의견수렴 당시 무더기로 제출된 동일한 양식의 국정화 찬성 의견서 중 일부가 이같은 가짜 인적사항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이른바 ‘차떼기 여론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1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사를 의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상조사팀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여론이 조작된 정황을 상당수 포착하고 지난 10일 위원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박근혜가 집권했던 2015년 11월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한 뒤 의견을 수렴한 결과 찬성 의견이 15만건, 반대 의견이 32만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2일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찬성 의견서가 무더기로 인쇄돼 박스째로 교육부에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의견수렴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국정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에 크게 밀리자 조직적으로 보수단체를 동원해 찬성 의견서를 대량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당시 경향신문 단독보도] 국정화 행정예고 여론 수렴 마지막 밤 무슨 일이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 보좌관들이 2015년 11월 11일 교육부의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 수렴 자료’를 열람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찬성 의견·서명지들. 같은 주소와 한 필체로 여러 명의 서명자를 기재한 것이 드러난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실 제공
진상조사팀은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중이었던 찬반의견서 103박스를 다시 꺼내 살폈고, 이 중 53박스가 일괄 출력물 형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26박스 2만8000장만 조사한 결과,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됐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개인정보란에 황당한 가짜 개인정보를 기재한 찬성 의견서도 많았다. 이름은 ‘이완용’, 주소는 ‘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전화번호는 경술국치일인 ‘010-1910-0829’로 되어 있는 찬성 의견서는 “(현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온통 부정부패와 친일, 독재로 점철된 과정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국정화 찬성 이유로 제시했다. 정부와 보수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내용이다. ‘박근혜’, ‘박정희’란 이름으로 접수된 찬성 의견서는 양식과 찬성 이유가 완전히 같았다. 개인정보란에 ‘개소리’, ‘뻘짓’, ‘지럴’, ‘미친짓’ 등의 비속어가 기재된 찬성 의견서도 나왔다.
▲ 개인정보란에 이름 대신 비속어가 기재된 국정화 찬성 의견서.
▲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고, 동일한 형식과 내용으로 작성돼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의견서.
형식 요건이라도 충족한 찬성의견 제출자는 2만8000장 중 4374명에 불과했다. 조사팀은 이 가운데 무작위로 667명을 추출해 유선으로 진위여부를 파악했고, 응답자 252명 중 129명(51%)만이 찬성 의견서를 낸 사실을 시인했다.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도 64건(25%)이나 돼 명의가 도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눈에도 가짜 의견서임을 알아볼 수 있는 이 의견서를 받아서 계수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당시 교육부 고위관계자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사팀은 차떼기 제출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로부터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김모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의견서 박스는 의견수렴 마감일인 2015년 11월 2일 오후 11시쯤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 차떼기로 도착했다. 당시 교육부 상당수 직원들이 집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퇴근했던 공무원들까지 출근해 200여명이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결과 보고를 검토한 결과 역사교과서 추진을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상조사위는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출처 이완용·박정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조직적 여론조작 확인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보니 소름 돋는, 이명박의 그 '말' (0) | 2017.10.12 |
---|---|
시청점유율 ‘뻥튀기 공식’으로 종편만 재미본다 (0) | 2017.10.11 |
“박근혜 정부, 정대협 활동가들 사생활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0) | 2017.10.11 |
국정원이 보수단체 만들어 관제데모 (0) | 2017.10.11 |
“김장겸 MBC사장, 회삿돈 수천만원으로 특급호텔 회원권 구입” (0) | 2017.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