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된 비자금마저 현금으로 찾아간 ‘철면피 이건희’의 행각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10-16 18:50:50 | 수정 : 2017-10-16 19:21:43
차라리 준다고 하지를 말지, 준다고 했다고 빼앗아 가면 사람 기분이 더 나쁜 법이다. 그런데 심지어 주겠다고 약속한 돈이 편법(이라고 쓰고 불법이라고 읽어야 마땅한)으로 형성한 돈이고, 죄를 용서받기 위해 기부한다고 약속했던 돈이라면 더더욱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새로 밝혀진 사실은 이렇다. 2008년 이른바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조준웅 특별검사 팀은 무려 4조 5000억 원대의 엄청난 거금이 957개의 계좌에 분산돼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박 의원 등이 확인한 결과 이건희 회장 측은 이 돈을 모조리 인출해갔고, 현재 1000개에 가까운 계좌는 깡통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자기 돈 자기가 찾아 쓰면 누가 뭐라고 하나? 문제는 그 돈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자금이었고 최소한 금융실명제법과 상속증여세법 위반이 확인된 자금이었다는 데 있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졸로 보고 그 돈을 태연히 인출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돈은 한 차례도 아니고 두 차례나 온 국민에게 알려진 ‘유명한 돈’이었다. 그렇게 몰래 인출해 가면 감춰질 돈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인출 사실이 폭로될 돈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돈이 유명한 이유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특검은 당시 ‘횡령’을 주장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묵살하고 ‘상속된 재산’이라는 허무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돈의 원주인이 이병철이라고 특검이 인정하자 이건희의 형제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무려 4조 5000억 원의 원주인이 아버지였다면, 3남이었던 이건희가 무슨 명분으로 그 돈을 다 챙겼느냐는 게 고(故) 이맹희 제일비료 회장(이병철의 장남) 등의 생각이었다. 이맹희는 즉각 소송을 냈고 이 싸움은 2013년 소송전으로 번졌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이건희는 또 다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 대상이 된 재산이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뭔 법이 이렇게 고무줄인가? “횡령으로 잡아넣으라”고 하면 특검이 나서 “상속재산이니 횡령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고, “상속재산이니 형제가 나누자”고 하면 법원이 “상속재산이 아니어서 나눌 필요가 없다”고 판결을 낸다.
이렇게 법의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니 국민들이 이 돈의 존재를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시 한국 주류 사회는 이 돈을 어떻게든 이건희의 재산으로 인정하기 위해 환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특검과 사법부의 고무줄 잣대를 다 인정해도 그 돈은 결코 온전한 이건희의 돈이 아니다. 우선 이건희는 대놓고 탈세를 했다.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삼성은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상속세 문제도 있고, 제도적 법적 장치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 절차를 밟으려니 너무 어려워 진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냥 대놓고 “상속세 내기 싫어서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자백이다. 즉 그 4조 5000억 원 중 절반은 무조건 한국사회가 상속세금으로 받아내야 하는 돈이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차명계좌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실명제법 위반에는 과징금 50%가 따른다. 박용진 의원이 16일 국정감사에서 “과징금 2조 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온갖 면죄부를 다 적용해도 과징금 2조 원 떼고 상속세 2조 원도 떼야 한다. 그런데 이건희는 그 돈을 모조리 인출해 챙겨버렸다.
더 황당한 대목이 있다. 2008년 비자금 사건 당시 삼성이 이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 발표 이후인 2008년 4월 22일 삼성그룹이 내놓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및 경영쇄신안을 살펴보자.
이거 누가 이렇게 발표하라고 강요한 게 아니다. 삼성과 이건희 스스로 사과문이랍시고 발표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입으로 분명히 말했다.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으며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약속대로 세금은 제대로 냈나? 당연히 안 냈다. 명색이 글로벌 기업 총수가 대놓고 사기극을 펼쳤다.
그렇다면 그 돈을 ‘유익한 일’에 썼나? 시민사회는 그 ‘유익한 일’을 당연히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개혁연대 등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 지속적으로 물었다. 편법으로 조성하고 상속세마저 탈루한 그 돈, 사회에 어떻게 환원했냐고 말이다. 그때마다 삼성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비자금 중 일부가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뜻밖의 두 가지 사건을 통해 밝혀지고 말았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 사건이 터졌을 때, 성매매가 이뤄진 곳으로 의심받았던 장소가 논현동에 있는 한 빌라였다. 이곳 전세자금은 13억 원이었고 전 삼성SDS 김인 사장 명의로 계약이 됐다.
김인 전 사장이 전세로 계약한 집에서 이건희가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 돈이 회사 돈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자칫하면 삼성과 이건희는 ‘성매매를 위한 횡령’이라는 엽기적 기록을 남길 뻔 했다.
그래서 다급해진 삼성이 사실을 실토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가 “전세계약금 13억 원은 2008년 삼성 특검 때 밝혀진 차명계좌에서 지출됐다”고 밝힌 것이다.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돈의 사용처가 고작 성매매용 빌라 전세금이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혹시 “사회 환원이라고 말한 적 없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다”고 반론할까봐 한마디 덧붙인다. 삼성은 진짜 총수 성매매를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익한 일’의 실체가 최근 또 다른 사건에서 드러났다. 최근 경찰은 이건희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사 자금이 투입된 혐의를 잡고 한남동 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있다.
경찰이 자금 추적을 시작하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에 “공사 대금으로 준 수표는 이전에 특검으로 밝혀진 계좌”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그 돈의 두 번째 출처는 이건희 일가 자택 인테리어 공사였다는 이야기다. 아이고, 퍽이나 유익도 했겠다.
비자금으로 관리한 돈이 두 차례나 전 국민에게 들통이 났는데, 이건희 일가는 태연히 그 돈을 빼간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한 ‘유익한 사실’은 한국 재벌의 우두머리인 이건희 일가가 한국 사회를 그야말로 졸로 생각한다는 점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사회가 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이 아직 진행 중이다.
출처 적발된 비자금마저 현금으로 찾아간 철면피 이건희의 행각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10-16 18:50:50 | 수정 : 2017-10-16 19:21:43
차라리 준다고 하지를 말지, 준다고 했다고 빼앗아 가면 사람 기분이 더 나쁜 법이다. 그런데 심지어 주겠다고 약속한 돈이 편법(이라고 쓰고 불법이라고 읽어야 마땅한)으로 형성한 돈이고, 죄를 용서받기 위해 기부한다고 약속했던 돈이라면 더더욱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새로 밝혀진 사실은 이렇다. 2008년 이른바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조준웅 특별검사 팀은 무려 4조 5000억 원대의 엄청난 거금이 957개의 계좌에 분산돼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박 의원 등이 확인한 결과 이건희 회장 측은 이 돈을 모조리 인출해갔고, 현재 1000개에 가까운 계좌는 깡통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자기 돈 자기가 찾아 쓰면 누가 뭐라고 하나? 문제는 그 돈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자금이었고 최소한 금융실명제법과 상속증여세법 위반이 확인된 자금이었다는 데 있다.
그 돈은 결코 이건희 돈이 아니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졸로 보고 그 돈을 태연히 인출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돈은 한 차례도 아니고 두 차례나 온 국민에게 알려진 ‘유명한 돈’이었다. 그렇게 몰래 인출해 가면 감춰질 돈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인출 사실이 폭로될 돈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돈이 유명한 이유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특검은 당시 ‘횡령’을 주장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묵살하고 ‘상속된 재산’이라는 허무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돈의 원주인이 이병철이라고 특검이 인정하자 이건희의 형제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무려 4조 5000억 원의 원주인이 아버지였다면, 3남이었던 이건희가 무슨 명분으로 그 돈을 다 챙겼느냐는 게 고(故) 이맹희 제일비료 회장(이병철의 장남) 등의 생각이었다. 이맹희는 즉각 소송을 냈고 이 싸움은 2013년 소송전으로 번졌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3년 형제 간 갈등 때 이맹희 씨에 대해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그 사람이 우리집에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고 말하는 모습. ⓒMBN캡쳐
그런데 이 소송에서 이건희는 또 다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 대상이 된 재산이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뭔 법이 이렇게 고무줄인가? “횡령으로 잡아넣으라”고 하면 특검이 나서 “상속재산이니 횡령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고, “상속재산이니 형제가 나누자”고 하면 법원이 “상속재산이 아니어서 나눌 필요가 없다”고 판결을 낸다.
이렇게 법의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니 국민들이 이 돈의 존재를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시 한국 주류 사회는 이 돈을 어떻게든 이건희의 재산으로 인정하기 위해 환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특검과 사법부의 고무줄 잣대를 다 인정해도 그 돈은 결코 온전한 이건희의 돈이 아니다. 우선 이건희는 대놓고 탈세를 했다.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삼성은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상속세 문제도 있고, 제도적 법적 장치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 절차를 밟으려니 너무 어려워 진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냥 대놓고 “상속세 내기 싫어서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자백이다. 즉 그 4조 5000억 원 중 절반은 무조건 한국사회가 상속세금으로 받아내야 하는 돈이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차명계좌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실명제법 위반에는 과징금 50%가 따른다. 박용진 의원이 16일 국정감사에서 “과징금 2조 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온갖 면죄부를 다 적용해도 과징금 2조 원 떼고 상속세 2조 원도 떼야 한다. 그런데 이건희는 그 돈을 모조리 인출해 챙겨버렸다.
성매매 장소 제공이 ‘유익한 일’이라고?
더 황당한 대목이 있다. 2008년 비자금 사건 당시 삼성이 이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 발표 이후인 2008년 4월 22일 삼성그룹이 내놓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및 경영쇄신안을 살펴보자.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하였습니다.”
이거 누가 이렇게 발표하라고 강요한 게 아니다. 삼성과 이건희 스스로 사과문이랍시고 발표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입으로 분명히 말했다.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으며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약속대로 세금은 제대로 냈나? 당연히 안 냈다. 명색이 글로벌 기업 총수가 대놓고 사기극을 펼쳤다.
그렇다면 그 돈을 ‘유익한 일’에 썼나? 시민사회는 그 ‘유익한 일’을 당연히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개혁연대 등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 지속적으로 물었다. 편법으로 조성하고 상속세마저 탈루한 그 돈, 사회에 어떻게 환원했냐고 말이다. 그때마다 삼성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비자금 중 일부가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뜻밖의 두 가지 사건을 통해 밝혀지고 말았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 사건이 터졌을 때, 성매매가 이뤄진 곳으로 의심받았던 장소가 논현동에 있는 한 빌라였다. 이곳 전세자금은 13억 원이었고 전 삼성SDS 김인 사장 명의로 계약이 됐다.
김인 전 사장이 전세로 계약한 집에서 이건희가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 돈이 회사 돈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자칫하면 삼성과 이건희는 ‘성매매를 위한 횡령’이라는 엽기적 기록을 남길 뻔 했다.
그래서 다급해진 삼성이 사실을 실토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가 “전세계약금 13억 원은 2008년 삼성 특검 때 밝혀진 차명계좌에서 지출됐다”고 밝힌 것이다.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돈의 사용처가 고작 성매매용 빌라 전세금이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혹시 “사회 환원이라고 말한 적 없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다”고 반론할까봐 한마디 덧붙인다. 삼성은 진짜 총수 성매매를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익한 일’의 실체가 최근 또 다른 사건에서 드러났다. 최근 경찰은 이건희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사 자금이 투입된 혐의를 잡고 한남동 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있다.
경찰이 자금 추적을 시작하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에 “공사 대금으로 준 수표는 이전에 특검으로 밝혀진 계좌”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그 돈의 두 번째 출처는 이건희 일가 자택 인테리어 공사였다는 이야기다. 아이고, 퍽이나 유익도 했겠다.
비자금으로 관리한 돈이 두 차례나 전 국민에게 들통이 났는데, 이건희 일가는 태연히 그 돈을 빼간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한 ‘유익한 사실’은 한국 재벌의 우두머리인 이건희 일가가 한국 사회를 그야말로 졸로 생각한다는 점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사회가 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이 아직 진행 중이다.
출처 적발된 비자금마저 현금으로 찾아간 철면피 이건희의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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