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동아일보는 1987년 고문치사 특종을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없다

동아일보는 1987년 고문치사 특종을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없다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8-01-06 07:51:09 | 수정 : 2018-01-06 07:56:05



영화 <1987>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한 당시 일을 자랑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신문 2면에 대문짝만하게 ‘물고문 진실 파헤친 동아의 기자정신, 역사를 바꾸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채널A에서도 윤상삼 기자와 함께 편집국에서 일했던 기자들이 나와 동아정신을 운운한다고 한다.

기자는 1997년 11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10년 동안 그 회사의 기자로 일했다. 그리고 동아일보 물을 어느 정도 먹은 사람으로서 단언한다. 당신들은 돌아가신 윤상삼 선배를, 기자 정신을, 동아정신을 들먹일 자격이 없다.

기자는 초년병 시절 몇몇 동아투위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백발의 노년이 된 선배들이 자랑스럽게 1975년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던 시기를 회고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백지광고와 독자들의 후원광고로 이어졌던 기자들의 유신에 대한 항거는 바로 회사가 고용한 용역 깡패들에 의해 처참히 짓밟혔다. 그때 용역 깡패를 고용해, 편집국을 지켰던 130여 명의 선배 기자들을 무참히 짓밟고 쫓아낸 자들이 누구였더라?

1987년 윤상삼 기자의 특종은 편집국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는 경영진이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동아일보 특유의 기자정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 기자정신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동아투위 선배들의 투쟁 덕분이었다.

기자는 1997년 11월 입사해 역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당시 수습기자로 여의도를 찾은 기자에게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들이 “동아일보가 없었으면 정권교체 못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아일보도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는지 일민미술관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김병관 당시 동아일보 회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그런데 대선이 있던 해 연초 동아일보가 이회창 후보 쪽에 지극히 편향된 정치부장을 선임했던 일은 기억하고 있나? 그에 대해 정치부 기자들이 “이런 편향된 정치부장 아래에서는 공정하게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투쟁을 벌인 일도 잘 생각해보면 기억이 날 것이다.

몇몇 기자들이 출근을 거부했고, 공정한 인물로 정치부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동아투위 사태 이후 기자들의 투쟁을 극도로 싫어했던 동아일보는 어쩔 수 없이 정치부장을 교체했다.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에 동아일보가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동아일보가 아니라 편향된 정치부장을 거부하고 공정한 대선을 열망했던 기자들의 투쟁이 한 일이다.

기자는 2005년을 기억한다. 이미 공정성을 잃은 신문, 엉망이 된 편집국의 사기, 보이지 않는 기자의 미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자 평기자들이 광화문 21층 동아일보 강당에 모여 총회를 개최하고 편집국장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그 투쟁을 말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도 그때 일을 기억하나? 우리가 총회를 열기로 했을 때 당신들이 얼마나 비열한 방식으로 그 총회를 무산시키려 했는지 부디 잊어먹지 않았기를 바란다. 총회만 열지 않으면…”을 전제로 당신들이 어떤 비겁한 거래를 제안했는지 기자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신들도 설마 그때 일이 기억 안 난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자들은 고비 때마다 모여 총회를 열고 동아투위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자 정신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때마다 동아일보는 어김없이 기자들의 정신을 짓밟았다. 지친 선배들이 하나 둘 씩 동아일보를 떠났다. 그리고 이제 동아일보에는 동아정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렇게 기자들의 목소리를 짓밟았던 동아일보가 기자 정신을 바탕으로 일궈낸 윤상삼 선배의 특종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단다. 단언하는데 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 당신들은 그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기 전에, 스스로가 그 역사를 짓밟기 위해 기자들에게 얼마나 비열한 패악질을 저질렀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출처  [기자수첩] 동아일보는 1987년 고문치사 특종을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