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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변압기 ‘대기업 독과점’… 전력손실 국민부담 연 600억

한전 변압기 ‘대기업 독과점’… 전력손실 국민부담 연 600억
한전 154㎸ 변압기 ‘전력손실 보고서’ 단독 입수
국산 저가구입 고려해도 외국산의 1.62배
효성·현대중·일진전기 등 대기업 성능 개선 외면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8-02-05 05:01 | 수정 : 2018-02-05 09:16


▲ 한국전력이 국내 업체로부터 구입한 초고압 변압기의 전력손실이 국외 제품에 비해 60% 이상 커서, 그로 인한 국민 부담이 연간 6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고층상가와 아파트 주변에 154㎸의 고압이 흐르는 한국전력 변전소와 대형 송전탑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효성·현대중공업 등 국내업체로부터 구입한 초고압변압기의 전력손실이 외국제품에 견줘 60% 이상 커서, 그로 인한 국민 부담이 연간 6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전력용 변압기 손실 현황’ 자료를 보면, 한전이 효성·현대중공업·일진전기·엘에스(LS)산전 등 국내업체로부터 구입한 154㎸급 변압기의 시간당 전력손실은 평균 461㎾에 이른다. 이는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스웨덴 에이비비(ABB) 등 3개 선진국 회사 변압기의 평균 전력손실인 284㎾의 1.62배로, 국산 변압기의 성능(효율)이 외국제품에 견줘 62% 뒤떨어짐을 보여준다.

한전은 또 “전국 713개 변전소에서 사용하는 국산 154㎸ 변압기 2,365대의 시간당 총 전력손실은 25만2151㎾”라고 밝혔다. 한전의 전력 구매단가(83.02원/㎾)를 적용하면, 국내외 변압기의 성능 차이로 인한 추가 전력손실 비용은 연간 704억 원에 달한다.

한전이 지난해 구매한 국산 154㎸ 변압기의 평균 가격이 8억4473만 원으로, 외국제품 90만 달러(9억5400만 원·원가 기준)에 비해 싼 점을 고려해도, 한전의 순수 추가 부담은 연간 604억 원에 이른다.

한전의 부담은 궁극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한전은 2010년 이후 전기요금을 7차례 조정했는데, 2017년을 제외한 6차례는 전기요금을 3.5~5.4%씩 인상했다.

이훈 의원은 “한전은 소수 대기업이 독과점 체제 속에서 변압기 성능 개선을 외면한 채 막대한 이득을 얻는 것을 방관해왔다”며 시급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출처  [단독] 한전 변압기 ‘대기업 독과점’… 전력손실 국민부담 연 600억





국내산업 보호 핑계로…3개 대기업 ‘무능 독과점’ 20년 방치
"기술개발 능력 없었던 게 아냐 신제품 필요성 못 느꼈던 것"
업체 간 품질·가격 경쟁 실종
"20년간이나…사실상 특혜"...내부서도 "유착 모르는 사람 없어"
한전 "투명하게 입찰" 부인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8-02-05 05:01 | 수정 : 2018-02-05 08:57



“한국전력도 한국수력원자력과 마찬가지로 납품 대기업과 유착이 심하다.”

<한겨레>에 효성의 변압기 입찰 담합과 발주처 유착 비리를 내부고발한 김민규 전 효성 차장은 이렇게 털어놨다. 한전이 선진국 회사 제품에 견줘 전력손실이 60% 이상 많은 국산 154㎸ 초고압 변압기를 구매하며 연간 600억 원 이상의 국민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20년 이상 방치한 것을 놓고 유착 의혹이 제기된다. 한전 내부의 한 직원도 “한전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납품업체들과 유착돼 떡고물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한전 안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폭로했다.

한전은 “변압기 입찰은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착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한전의 변압기 의혹은 단순한 입찰비리 수준을 뛰어넘어 3~4개 소수 대기업이 20년 이상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독과점체제를 유지해온 더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전이 국산 변압기의 전력손실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구매선을 국외로 다양화해서 업체 간 품질과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첩경이다. 하지만 한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이상 줄곧 국내 산업 보호를 내세워 시장을 닫아놓은 채 외국 변압기에 견줘 성능이 떨어지는 국내 대기업 제품만 구매해왔다. 한전은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한전 같은 발전부문 공기업이 구매하는 변압기는 비양허품목이어서 입찰 자격을 국내업체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전이 국내 입찰을 고수한 수혜는 초고압 변압기 시장을 독과점해온 효성·현대중공업·일진전기 등 3개 대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후발 업체인 엘에스(LS)산전은 2010년 이후 뒤늦게 뛰어들었다. 산업 발전 초기 단계에는 국내 업체의 보호를 위해 대외 개방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 소수 대기업을 위해 연간 수백억 원씩 국민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계속 방치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전은 변압기가 비양허품목이지만 당국의 의지가 있었다면 국제 경쟁입찰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어려웠다고 해명한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10% 가까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전력손실이 적은 변압기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후발 주자인 엘에스산전이 2015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개발한 이후다. 엘에스산전의 154㎸ 변압기는 전력손실이 364.2㎾로, 효성의 477㎾, 현대중공업의 492㎾, 일진전기의 512.7㎾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 한전 내부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엘에스산전이 없었다면 변압기 전력손실 문제가 아무 대책 없이 그냥 흘러갔을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의 기술개발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독과점체제에 안주하고, 한전과 유착되어 신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변압기 제조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웨덴계 변압기 제조업체의 임원은 “한전이 변압기 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하고, 전력손실이 적은 우수 제품에 대한 구매단가를 올려준다면 외국 업체들도 국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은 물론 한국 내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다각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당시 국내 변압기 생산업체들의 국외 부품 의존도가 높아 만약 한전이 입찰 시장을 개방한다면 국외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업체에 대한 부품공급을 중단하고, 중국의 저가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험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훈 의원은 “효성 직원의 내부고발로 독과점 대기업들이 변압기 납품에서 최대 40~50%의 과도한 이익을 남겨왔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한전은 국외 시장까지 조사해서 대기업의 폭리를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국내산업 보호 핑계로…3개 대기업 ‘무능 독과점’ 20년 방치





한전 ‘변압기 개선’ 계획도 또 특혜 우려
한전 "2021년까지 성능 개선...구매가 42% 올려줘야"
대기업들 독과점 유지하면서 3조 육박 납품물량 추가확보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8-02-05 05:01 | 수정 : 2018-02-05 07:48


한국전력도 국산 154㎸급 변압기의 과다 전력손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달 21일 경영회의에 보고한 ‘저손실 전력용 변압기 개발 및 적용 계획’을 보면, 2016년 5월 유럽 선진업체 이상의 기술집약형 월드 베스트 변압기 개발계획을 세웠다. 이어 지난해 3월부터 생산업체와 손잡고 저손실 변압기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한전은 “1단계로 올해 4월까지 시간당 전력손실을 현행 461㎾에서 362㎾로 22% 개선한 변압기를 개발하고, 2단계로 2021년부터 전력손실이 264㎾로 선진국 변압기의 284㎾보다 낮은 변압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최종 목표가 이뤄지면 현재보다 전력손실이 42.7% 개선된 제품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전은 “효성·현대중공업·일진전기가 1차로 개발한 저손실 변압기가 성능 검사를 마치는 대로 4월부터 저손실 변압기 납품업체를 선정해서 내년 상반기에는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현재 보유 중인 2365대의 변압기 모두 저손실 제품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새로 개발된 변압기의 구매 가격이다. 한전은 “저손실 변압기는 성능 개선을 위해 재료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구매가를 올려줘야 한다”며 “1단계 제품은 현재보다 20% 높은 10억 원 정도, 2단계 제품은 42% 높은 12억 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현대중·일진 등은 현재의 독과점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3조 원에 육박하는 납품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셈이다.

<한겨레>에 효성과 발주처 간 유착 비리를 내부고발한 김민규 전 효성 차장은 “한전이 소수 대기업에 또다시 막대한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단독] 한전 ‘변압기 개선’ 계획도 또 특혜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