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올림픽’ 재뿌리던 자한당, 숨을 쥐구멍이라도 있나
‘평화올림픽을 막아라!’ 총력 기울였지만…‘헛발질’ 난무에 민심은 ‘외면’
[민중의소리] 신종훈 기자 | 발행 : 2018-02-15 14:33:07 | 수정 : 2018-02-15 15:58:07
"오늘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입니다. 개막식에 참가는 하지만 참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흡사 장송곡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자한당 홍준표 대표는 이 말을 남기고 비장하게 객석에 앉았다. 하지만 평창의 밤하늘을 밝힌 빛에 온 국민의 가슴이 벅차던 그 순간, 가슴에 태극기 배지까지 달고 온 그는 얼마나 '민망한 심정'이었을까.
홍 대표는 북측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뒤부터 '평양올림픽' 낙인을 찍고 한 달이 넘도록 '색깔공세' 굿판을 벌여왔다. 자한당은 단일기(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 결정이 내려지자 보수 언론과 발맞춰 "올림픽에 태극기가 실종됐다"는 흑색선전에도 열을 올렸다. 2011년 자신이 한나라당(현 자한당) 대표이던 시절 이명박 정부가 유치한 올림픽이 '북한 체제선전장'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자한당은 '우리라도 태극기를 지키자'며 태극기 달기 운동까지 대대적으로 벌였다. 대통령 주재 리셉션까지 '패싱'하고 객석에 앉은 홍 대표 가슴의 태극기 배지는 그렇게 달린 것이었다. 하지만 개막식에는 태극기가 넘실댔다. 이후 자한당에서 "태극기"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현송월보다 정치적 위상을 가지지 못하는 김영남의 방한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은 또다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지난 4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북측의 발표 직후 자한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한 구두논평이다. '국가수반'으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해온 김영남 위원장의 첫 방남 소식은 세계적인 뉴스거리였지만, 자한당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니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면박을 준 셈이다.
하지만 이틀 뒤 북측은 자한당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내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른바 '백두 혈통'으로 불리는 김 제1부부장의 방남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고,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북측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성의였다. 자한당이 다시 "평양올림픽의 화룡점정"이라며 어깃장을 놨지만, 이미 올림픽은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평화이벤트'가 돼있었다.
자한당이 올림픽 재뿌리기에 가장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소재는 또 있었다. 바로 북측의 2.8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이었다. 자한당은 '올림픽 겨냥 무력과시' 북풍몰이를 요란하게 준비했지만 이 역시 금세 김이 빠져버렸다. 남측을 비롯한 국제 여론의 악화를 의식한 듯 북측이 군 동원 규모를 대거 축소하고 생중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측이 '7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위상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도 자한당에게는 먹잇감이 됐다. 자한당은 일찍부터 "스포츠 정신 훼손"을 거론하며 젊은 층의 부정적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그러나 강팀 앞에서도 한마음으로 투혼을 펼치는 단일팀에 대한 응원 열기는 높아져만 갔다. 급기야 노벨상 후보로 단일팀이 거론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장인 미국의 안젤라 루기에로는 "남북 단일팀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가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IOC 차원에서 공식화된 논의는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이 갖고 있는 '평화제전'으로서의 성격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속되는 '헛발질'에 초조해하던 자한당에게 어느 날 조금 색다른 것이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남북 단일팀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의 소품으로 쓰인 가면이다. 젊은 남성의 얼굴이 그려진 이 가면을 한 언론이 '김일성 가면'이라고 오보를 낸 뒤 공식 사과를 했다. 일종의 '오보 해프닝'이었다. 북측 당국도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지만 자한당은 못 들은 척, "어차피 저들에게 최고 미남은 김일성"이라며 "응원단을 당장 돌려보내라"고 윽박질렀다. "그 미남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이 순간 만큼은 한마음이었다.
무리수는 계속 이어졌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자 자한당은 "이적행위" 막말까지 내뱉었다.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핵무기 완성에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제재·압박만 되풀이하다가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자한당이 집권한 9년의 시기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4일 발표한 전국 성인 1천2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찬성' 의견이 77.4%, '반대' 의견이 20.5%로 나타난 것에서도 자한당의 논리에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입구이고 핵문제 해결은 결과로서 출구"라는 여권의 반박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리수와 '헛발질'의 화룡점정은 다시 홍 대표였다. 언론에서 남과 북을 다룰 때 '남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홍 대표는 "왜 '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지 않고 '남한'이라는 출처불명의 명칭을 사용하느냐"며 관련 문제를 남·북한 정부의 정통성 문제로까지 비화시켰다. 남과 북을 상대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사용해온 표현까지 트집잡고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억지였다. '남한' 표현에는 이미 '북을 실체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회의원 의전'은 꽤나 중요시하는 자한당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 주재의 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국회의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권성동·김학용 의원은 "올림픽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대통령 주재 만찬 자리에서 VVIP 대접을 받았다", "대통령 지지자는 '국내 최고인사'이고, 지지 안 하는 국회의원들은 '일반 고위인사'도 못 되는 거냐" 등의 뻔뻔한 불만을 토로했다.
자한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평창올림픽을 색깔론으로 덧칠하고 재뿌리기에 열중하는 데에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의 의도가 다분하다. 올림픽과 시기가 겹치는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평양올림픽' 프레임으로 이슈를 선점한 뒤 반북정서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은 자한당의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전국 성인 2천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주째 63.5%로 나타났다. 1월 첫째 주 71.6%에서 단일팀 등 올림픽 논란으로 60.8%(1월 넷째 주)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평화올림픽'에 대한 긍정 여론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한당은 전주 대비 0.4%p 내린 18.7%를 기록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8.2%(0.1p↑)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설 연휴 전날인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과 같은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평창올림픽을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의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북핵 폐기에 있는데, 핵과 인권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많은 국민들은 이 정권 핵심에 있는 좌파세력과 주사파들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습니다."
출처 ‘평양올림픽’ 재뿌리던 자유한국당, 숨을 쥐구멍이라도 있나
‘평화올림픽을 막아라!’ 총력 기울였지만…‘헛발질’ 난무에 민심은 ‘외면’
[민중의소리] 신종훈 기자 | 발행 : 2018-02-15 14:33:07 | 수정 : 2018-02-15 15:58:07
▲ 자한당 홍준표 대표 ⓒ정의철 기자
"오늘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입니다. 개막식에 참가는 하지만 참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흡사 장송곡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자한당 홍준표 대표는 이 말을 남기고 비장하게 객석에 앉았다. 하지만 평창의 밤하늘을 밝힌 빛에 온 국민의 가슴이 벅차던 그 순간, 가슴에 태극기 배지까지 달고 온 그는 얼마나 '민망한 심정'이었을까.
홍 대표는 북측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뒤부터 '평양올림픽' 낙인을 찍고 한 달이 넘도록 '색깔공세' 굿판을 벌여왔다. 자한당은 단일기(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 결정이 내려지자 보수 언론과 발맞춰 "올림픽에 태극기가 실종됐다"는 흑색선전에도 열을 올렸다. 2011년 자신이 한나라당(현 자한당) 대표이던 시절 이명박 정부가 유치한 올림픽이 '북한 체제선전장'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자한당은 '우리라도 태극기를 지키자'며 태극기 달기 운동까지 대대적으로 벌였다. 대통령 주재 리셉션까지 '패싱'하고 객석에 앉은 홍 대표 가슴의 태극기 배지는 그렇게 달린 것이었다. 하지만 개막식에는 태극기가 넘실댔다. 이후 자한당에서 "태극기"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김영남은 얼굴마담’ 깎아내리니 ‘백두혈통’ 김여정 방남
“개막식 전 열병식이 웬 말이냐” 거품 물려고 했는데…
주요 공격타깃 ‘단일팀’은 정작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개막식 전 열병식이 웬 말이냐” 거품 물려고 했는데…
주요 공격타깃 ‘단일팀’은 정작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마친 후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현송월보다 정치적 위상을 가지지 못하는 김영남의 방한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은 또다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지난 4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북측의 발표 직후 자한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한 구두논평이다. '국가수반'으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해온 김영남 위원장의 첫 방남 소식은 세계적인 뉴스거리였지만, 자한당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니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면박을 준 셈이다.
하지만 이틀 뒤 북측은 자한당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내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른바 '백두 혈통'으로 불리는 김 제1부부장의 방남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고,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북측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성의였다. 자한당이 다시 "평양올림픽의 화룡점정"이라며 어깃장을 놨지만, 이미 올림픽은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평화이벤트'가 돼있었다.
자한당이 올림픽 재뿌리기에 가장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소재는 또 있었다. 바로 북측의 2.8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이었다. 자한당은 '올림픽 겨냥 무력과시' 북풍몰이를 요란하게 준비했지만 이 역시 금세 김이 빠져버렸다. 남측을 비롯한 국제 여론의 악화를 의식한 듯 북측이 군 동원 규모를 대거 축소하고 생중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측이 '7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위상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도 자한당에게는 먹잇감이 됐다. 자한당은 일찍부터 "스포츠 정신 훼손"을 거론하며 젊은 층의 부정적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그러나 강팀 앞에서도 한마음으로 투혼을 펼치는 단일팀에 대한 응원 열기는 높아져만 갔다. 급기야 노벨상 후보로 단일팀이 거론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장인 미국의 안젤라 루기에로는 "남북 단일팀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가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IOC 차원에서 공식화된 논의는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이 갖고 있는 '평화제전'으로서의 성격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 응원단 가면 오보’ 해프닝…귀 막고 “응원단 돌려보내!” 생떼
“정상회담? 이적행위다!” 강변했지만...국민 77% 정상회담 ‘찬성’
“‘남한’? 국호도 못 쓰는 나라가 됐다” 억지에 “국회의원 왜 무시함?” 의전 투정까지
“정상회담? 이적행위다!” 강변했지만...국민 77% 정상회담 ‘찬성’
“‘남한’? 국호도 못 쓰는 나라가 됐다” 억지에 “국회의원 왜 무시함?” 의전 투정까지
▲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에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쓰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계속되는 '헛발질'에 초조해하던 자한당에게 어느 날 조금 색다른 것이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남북 단일팀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의 소품으로 쓰인 가면이다. 젊은 남성의 얼굴이 그려진 이 가면을 한 언론이 '김일성 가면'이라고 오보를 낸 뒤 공식 사과를 했다. 일종의 '오보 해프닝'이었다. 북측 당국도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지만 자한당은 못 들은 척, "어차피 저들에게 최고 미남은 김일성"이라며 "응원단을 당장 돌려보내라"고 윽박질렀다. "그 미남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이 순간 만큼은 한마음이었다.
무리수는 계속 이어졌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자 자한당은 "이적행위" 막말까지 내뱉었다.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핵무기 완성에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제재·압박만 되풀이하다가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자한당이 집권한 9년의 시기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4일 발표한 전국 성인 1천2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찬성' 의견이 77.4%, '반대' 의견이 20.5%로 나타난 것에서도 자한당의 논리에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입구이고 핵문제 해결은 결과로서 출구"라는 여권의 반박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청와대
이러한 무리수와 '헛발질'의 화룡점정은 다시 홍 대표였다. 언론에서 남과 북을 다룰 때 '남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홍 대표는 "왜 '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지 않고 '남한'이라는 출처불명의 명칭을 사용하느냐"며 관련 문제를 남·북한 정부의 정통성 문제로까지 비화시켰다. 남과 북을 상대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사용해온 표현까지 트집잡고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억지였다. '남한' 표현에는 이미 '북을 실체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회의원 의전'은 꽤나 중요시하는 자한당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 주재의 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국회의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권성동·김학용 의원은 "올림픽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대통령 주재 만찬 자리에서 VVIP 대접을 받았다", "대통령 지지자는 '국내 최고인사'이고, 지지 안 하는 국회의원들은 '일반 고위인사'도 못 되는 거냐" 등의 뻔뻔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선거 앞둔 설 밥상에 ‘평양올림픽’ 올리려던 자한당
오히려 지지율 ‘하락’, 그래도 ‘좌파’ 타령하는 홍준표
오히려 지지율 ‘하락’, 그래도 ‘좌파’ 타령하는 홍준표
▲ 자한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설 귀성인사를 하며 열차에 탄 시민들을 배웅하고 있다. ⓒ김슬찬 인턴기자
자한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평창올림픽을 색깔론으로 덧칠하고 재뿌리기에 열중하는 데에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의 의도가 다분하다. 올림픽과 시기가 겹치는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평양올림픽' 프레임으로 이슈를 선점한 뒤 반북정서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은 자한당의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전국 성인 2천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주째 63.5%로 나타났다. 1월 첫째 주 71.6%에서 단일팀 등 올림픽 논란으로 60.8%(1월 넷째 주)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평화올림픽'에 대한 긍정 여론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한당은 전주 대비 0.4%p 내린 18.7%를 기록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8.2%(0.1p↑)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설 연휴 전날인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과 같은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평창올림픽을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의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북핵 폐기에 있는데, 핵과 인권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많은 국민들은 이 정권 핵심에 있는 좌파세력과 주사파들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습니다."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와 오륜기가 게양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뒤에 북측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지켜보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출처 ‘평양올림픽’ 재뿌리던 자유한국당, 숨을 쥐구멍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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