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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에 대해 더 궁금한 3가지

컬링에 대해 더 궁금한 3가지
‘영미팀’이 그대로 국가대표팀 선발된 이유
경북 의성이 컬링 성지가 된 이유
굳이 남녀로 구분해서 경기 치르는 이유

[한겨레] 박세회 박다해 기자 | 등록 : 2018-02-22 10:24 | 수정 : 2018-02-22 11:51


▲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 대 스웨덴 예선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의 김선영(왼쪽부터), 김은정, 김영미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8승 1패의 예선 1위 성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23일(금) 오후 8시 5분,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일본팀(예선 4위)과 4강전을 치른다.

스킵 김은정 선수의 인기는 외신까지 주목하고 있고, 팬들은 벌써 손수 컬링 대표팀을 위한 로봇 청소기 광고 콘티를 완성해 돌려보고 있다.

트위터에선 김은정 선수의 안경 브랜드를 알려달라며 이용자들이 성화를 부리고 있고, 이들의 고향인 경북 의성에선 주민들의 일과가 컬링 경기 위주로 돌아간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여자 컬링팀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지면 궁금한 게 많아지는 법. 컬링 룰쯤 달달 외우지만, 아직도 궁금한 게 많은 독자를 위해 <한겨레>가 세 가지 이슈에 대한 답을 준비해봤다.


‘팀 킴’이 그대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이유

스포츠에는 팀 종목이 많다. 이 종목들은 ‘팀’이지만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선수를 뽑는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논란을 빚었던 ‘팀 추월’이 그렇다. 1000m나 1500m 등 다른 개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 즉 개인 능력이 되는 선수 중에 추려 팀을 구성했다. 아이스하키팀 역시 마찬가지이고, 축구 국가대표팀이나 야구 국가대표팀도 그렇다. 실력이 입증된 국내외 선수들을 발굴하고 트라이아웃(선발 테스트) 등을 거쳐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그러나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은 다르다. 평소 팀을 구성하고 있는 한 팀 단위로 국가대표팀을 선발한다. 이 때문에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김초희를 제외하면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알아온 경북 의성여고 출신의 4명이 한 팀이다. 김초희 역시 출신만 다를 뿐 평소 의성여고 출신 4명과 한 팀을 구성해 국내 경기에 출전한다.

최고의 국가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빙질을 유별나게 잘 읽는 다른 선수로 서드(포지션)를 갈아보려는 시도는 없었을까? 드로우 하나는 그 누구 못지않게 잘 던지는 선수를 세컨(포지션)으로 영입하려는 시도는 없었을까? 어떻게 컬링 국가대표팀은 자매와 친구가 한 팀으로 국가대표까지 되었을까?

의외로 답은 단순했다. 정재석 대한컬링경기연맹 경기력향상소위원회 위원장은 <한겨레>에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면, 이번 경기에서 큰 영향을 끼쳤던 게 아이스였다”며 “그런데 스킵이 혼자 아이스를 읽어내는 게 아니다. 스킵이 전반적인 판단을 하긴 하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팀원들이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변화를 빨리 읽어내고 이에 맞게끔 작전을 짠다. 이런 걸 종합해서 작전을 구사하는 능력, 그것이 팀워크”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오래 합을 맞춘 팀의 구성을 바꾸는 것은 팔을 바꿔 다는 것만큼이나 소용없는 짓이다.

이승준 송현고등학교 컬링 코치 역시 “팀워크가 중요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각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따로 뽑아서 해도 잘 안 되더라. 대표팀 선발도 팀 대 팀 대항으로 하는데 이건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안에서 학생과 주민 200여명이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미국전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한국 컬링의 아버지’의 고향 의성이 성지가 된 이유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을 지칭하는 ‘매드 포 컬링’(외식 체인점 ‘매드 포 갈릭’의 변형), ‘갈릭티코’(최고의 축구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별명인 ‘갈락티코’의 변형), ‘갈릭 걸스’ 등의 별명은 전부 경북 의성이 마늘로 유명해서 나온 별명이다. 그런데 국내 최초로 컬링 경기장이 세워진 강릉이 아니라 왜 의성이 컬링의 성지가 된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의성에 국내 최초의 국제규격 컬링장인 ‘의성 컬링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의성 컬링센터’가 세워진 직후, 의성여고 1학년 친구 사이인 김영미와 김은정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이들이 컬링을 시작한 6개월 뒤 ‘영미 동생’ 김경애가 언니 물건을 전해주러 왔다가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했고, 얼마 후 ‘영미 동생 친구’ 김선영이 친구를 따라 자원하면서 팀이 꾸려졌다는 ‘팀 창립 설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그럼 대체 의성 컬링센터는 누가 세웠을까? ‘한국 컬링의 개척자’인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장(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그가 컬링에 빠져 경북컬링협회를 출범시킨 해는 1994년이다. 하지만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 하나뿐인 대구 실내빙상장에서 컬링을 하려면 늦은 밤에만 대관이 가능했다. 컬링 전용 경기장의 필요성을 느낀 김경두 원장은 결국 고향인 의성에 소유하고 있던 자신의 땅을 기증하고 경상북도와 의성군, 지역 사업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06년 5월 국내 최초 컬링 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 컬링을 소개한 뒤) 의성으로 가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컬링 전용 경기장을 만들고 싶은데 거기 말고 부지를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며 “돈도, 땅도, 기술도 없이 (컬링을) ‘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었다. 고향인 의성에 소유하고 있던 땅을 기증할 테니 경상북도 등에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컬링 사랑’은 결국 ‘팀 킴’(Team Kim)에 가 닿았다. 그는 “내가 좋으니까 가족에게도 시키고, 주위 친구들 데려오라고 하고, 주변 이웃들에게 알리면서 컬링을 이어왔다”고 했다. 김 원장이 선수 육성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의성여고에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개설한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방과 후 활동의 그물에 ‘김영미’가 날아들었고 그를 중심으로 ‘팀 킴’이 꾸려졌다. 참고로 현재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김민정 감독은 김 원장의 딸이다. 장반석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팀 감독은 그의 사위이자 김 감독의 남편이다.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김민찬 선수는 김 원장의 아들이다.

▲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 컬링 믹스더블 장혜지, 이기정이 연습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컬링도 굳이 남녀 구분해서 경기해야 할까

지난 20일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과 미국의 경기 9엔드. 김은정이 3단 콤비네이션으로 미국의 스톤 두 개를 한 번에 빼내자 서울방송(SBS) 해설위원은 “남자 선수들도 저런 멋진 샷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없는데, 파워풀한 경기를 치르는 남자팀에서 자주 나오는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의문이 든다. 지력과 섬세함이 주를 이룰 것 같은 컬링 경기에서 남녀를 굳이 나눠 경기할 필요가 있을까? 혹은 남자팀과 여자팀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팀 킴’이라면 다 이기지 않을까?

과거에도 이런 의문을 가진 기자들이 있었다. <슬레이트>는 2014년 “컬링도 남녀를 나눠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레이디스 티’가 있는 여타 종목과 달리 컬링은 남녀가 같은 돌로 같은 시트를 거쳐 같은 하우스에 던져 넣는다”고 지적했다. ‘레이디스 티’는 골프에서 여성이 짧은 파 거리에 맞춰 치도록 꽂아놓은 티를 일컫는다. 즉, 여성의 신체적 힘에 걸맞은 규격으로 경기장이나 장비를 조절한다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지난 2월 6일 “최고 수준의 남자팀과 여자팀이 컬링 종목에서 맞붙는다면, 이는 공정한 싸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나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왜 남자들이 컬링에서 유리한지 그 이유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라면서도 “캐나다의 협회 위원들이 최고의 남자팀과 여자팀이 경기를 갖도록 하는 실험을 했는데 남자팀 쪽으로 결과가 기울어졌다”고 밝혔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지만, ‘힘’ 역시 큰 요소로 꼽힌다. 정재석 위원장은 <한겨레>에 성별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건 아니고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게가 필요한 샷이 있는데 여성 선수들은 태생적으로 (남성에 견줘) 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성 선수의 경우 아기자기하게 경기를 펼치다가도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강한 무게로 하우스(컬링에서 돌을 집어넣어야 하는 원형의 타깃)를 정리해 버린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물론 샷이나 스위핑을 할 때 힘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힘을 과하게 쓰면 컨트롤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보다 중요한 요소가 ‘스위핑’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 위원은 “몸무게가 무겁고 힘이 센 남자들의 스위핑 의존율이 더 높다”며 “딜리버리(돌을 손에서 놓는 것)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스위핑의 과정에서 실수를 커버할 수 있고 컬(회전력)을 먹게 할 수도 있다. 쉽게 얘기하면 정교하게 던지지 못해도 이를 바로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힘이 받쳐줘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남성 쪽의 기술 운용의 폭이 넓다”고 덧붙였다.


출처  변함없는 ‘컬스데이’ 멤버…‘영미팀’이 그대로 국대에 선발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