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씨 다스 승계도 MB가 주도했다”
전 다스 직원, “2012년 특검 압수수색 정보 사전에 알고 있었다” 증언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 | 입력 : 2018.03.03 14:13:00
“그 사람들도 다 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나왔을 때 ‘안 뽑으면 다 잘릴 줄 알아’라고 말했다. ‘누구 뽑았어?’라고 물으니 ‘당연 박근혜 후보죠’라고 답했다.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젠가는 반대편이 될 텐데, 대비는 해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보통 회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자리 잡았던 다스 해외영업팀에 근무했던 인사 ㄱ씨의 말이다.
영포빌딩? 지난해 10월 <주간경향>은 이 빌딩 ‘503호’로 옮긴 청계재단 소식을 보도했다.
몇 년 전 취재에서 청계재단은 이 빌딩 101호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할 당시 101호는 빈 상태로 임차인을 구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등기부상에는 역시 MB차명 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부동산 임대회사 홍은프레닝이 여전히 이 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자리를 비웠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후 기자와 통화에서 “홍은프레닝은 월 임대료 1백만원을 꼬박 납부하고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내놨다. 통화 전날 홍은프레닝의 사무실 무상사용 의혹보도에 대한 반론이었다. 기자가 영포빌딩 1층의 현판 등을 근거로 “101호는 물론, 다른 곳에도 홍은프레닝 사무실은 없다”고 반박하자 이씨는 “언론에 답할 의무는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영포빌딩에 다스 사무실이 있는데 왜 보도하는 매체가 없는지 모르겠다.”
‘503호 청계재단 보도’ 후 기자가 받은 제보다. 제보자 ㄴ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기자는 청계재단을 방문한 당일, 이 건물 2층에 다스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 입구의 ‘인포메이션’ 현판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일이다.
다스 서울지사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198(양재동 14-11)’에 자리잡은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1월 11일 서울 동부지검이 압수수색 나간 주소도 다스 서울지사였다. 이 정체불명의 ‘영포빌딩 다스 사무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보자는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다스 회사는 해외영업팀”이라고 확인해줬다.
‘제보’를 근거로 기자는 여러 방면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다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영포빌딩의 이 사무실은 이명박(MB)의 아들 시형씨를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위인설관(爲人設官)이었다는 것이다. MB의 자금관리인이자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던 이병모씨(현재 구속)는 MB가 자신의 자녀들을 개인회사 ‘대명기업’ 직원으로 둬 물의를 일으켰던 일, 그리고 시형씨가 ‘다스’에 들어간 경위에 대해 지난 2011년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나 같아도 애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으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게다가 (MB는) 자녀들에게 용돈 같은 것도 잘 안 주는 성격이다. 애들은 커나가지, 그러니까 좀 신경 써서 해준다는 것이 그렇게 된 것이다. 많이 준 것은 아니고 시형 씨가 받은 것이 월 125만 원인가 150만 원인가였다. 그러다 한국타이어에 취업했다. 한 번 만나보니까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조그만 기업이면 그냥 앉아 있으면 되는데, 출근해서 하는 일 없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그래서 그만둔 것 같다. 다스에 간 것도 (MB가) ‘나이 먹어 노느니 영업활동이라도 하면서 네 뜻을 펼쳐봐라, 네가 거기서 임원이 되든 뭐가 되든 일단 일하는 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해서 간 것이다.”
시형 씨가 2010년 8월 다스에 한국타이어 경력직으로 입사하자마자 ‘다스 서울사무소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발령낸 것도 그렇지만 경주 본사에 있던 해외영업팀을 서울로 옮긴 것 역시 특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당시에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초고속 승진. 입사 7개월 뒤인 2011년 3월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본사 기획팀장을 맡았다. 시형 씨는 입사 4년 만인 2015년에는 다스 전무가 되었고, 지난해 2월엔 본사 회계·재무책임자(CFO)가 되었다.
“나도 궁금하다. 가끔 경주 본사에서 수배하는 확인전화가 온다. ‘혹시 서울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나요’라고 물어서 ‘이쪽으로 출근하지 않으셨다’고 하면 며칠간 야단법석이 난다. 서울에 있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 혹시 오면 알려달라, 며칠 그러다 연락이 되었는지 잠잠해지고.”
기자가 접촉한 ㄱ씨의 말이다. 이 인사가 시형씨에게 받은 ‘인상’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일단 나오면 창문 블라인드를 다 친다. 담배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직원들과 안에서 핀다. 원래는 이 부사장(이동형씨) 방인데 이 부사장은 다 열어 놓는데 시형씨만 들어가면 꽁꽁 닫아놓는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시형씨의 버릇은 강박적이었다고 이 인사는 회고했다.
“개인적 선택이겠지만, 서명을 할 때 사인도 계속 바뀐다. 어쩔 때는 S만 썼다가 이름을 쓰는 것도 여러 번 바꾸고, 개인적으로 쓰는 컴퓨터에도 저장되는 것은 하나도 안 남겼다.” ‘내곡동 사저 특검 당시 검찰 압수수색 경험도 한몫 한 것이 아닌가’라고 이 인사는 추론한다.
“특검(2012년) 쪽에서 다스 서울사무소로 MB 관련 조사하러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컴퓨터도 다 없앴고, 회장님(이상은) 비서도 잠적해 연락이 안됐다. (시형씨도) 압수수색 나오는 거 다 알고 있었다. 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3~4시간 동안 머무르다 갔는데 당시 사무실에 직원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압수수색하러 나온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실없은 농담이나 하고, 어디 가면 좋으냐 이런 것만 물었다. ‘원래 이렇게 짜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 치웠으니 들고 갈 컴퓨터 같은 것도 없었고, 이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했다. ‘기자들이 밖에 대기하고 있는데 뭐라도 찾은 것처럼 들고 가야지 빈 상자만 들고 가면 창피한 것 아니냐’라며 박스에 달력을 하나 넣고 차안에 앉을 때 무거운 것처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MB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인사는 당시 “‘회장님 사모님도 아프셔서 못 나온다’고 검찰 쪽에 말했지만 전날 5층에 이상은 회장과 사모님을 비롯한 ‘이씨 일가’들이 모여 대책회의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2012년 특검 수사가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증언이다.
다스에서 시형씨의 고속승진과 관련, 다스 본사의 ㄷ상무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형씨가 워낙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에 승진한 것이지 대통령 아들이라고 특별히 더 배려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스는 젊은 회사라서 능력만 좋으면 얼마든지 고속승진은 가능하다.”
이 말은 사실일까. 실제 기자가 ㄷ상무를 처음 접촉한 2010년쯤 그의 직책은 차장이었다. ㄷ상무도 몇 년 사이에 상무 직함을 달았다.
서울사무소 및 해외영업팀 근무자 ㄱ씨는 찍어 말했다.
“그 ㄷ상무, ㄹ이사, ㅁ부장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스맨들’이다. (시형씨가) 처음 팀장으로 왔을 때 같이 있으면서 비위를 잘 맞추던 사람들이 다 빨리 승진했다. 일을 잘 하는지는 지시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나. 이상한 내용으로 지시해도 저 사람이 대통령 아들이니 싸울 사람도 없었다. (시형씨가) 경영팀장이니 사람들 앞에서 연설도 해야 하고…, 연설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원고 써주면 읽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 부회장님(이동형씨)이 오셔서 말을 하면 직원들이 앞에서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직원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킥킥대며 ‘줄을 잘 서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직원들 대부분이 ‘실소유주 라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ㄱ씨는 왜 다스가 ‘보통회사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도 아버지와 MB의 오랜 인연으로 그 회사로 들어갔지만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저 사람은 누구누구의 먼 친척이라는 식의 배경이 소문처럼 돌았다. 그래도 나는 처음 들어갔을 때는 (MB가 실소유주라는 것을) 몰랐다. 경주에 기차 타고 내려가서 회사에 들어가려면 택시비가 한 8만원 정도 나온다. ‘다스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택시기사가 ‘아, 그 이명박 회사?’라고 말한다. 왜 이명박 회사냐고 되물으면, 택시기사가 ‘그건 가짜 이름으로 해놓은 거지. 대통령이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알고보니 회사 내에서는 거의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명색의 회사 회장(이상은)이 있고, 그 아들(이동형)이 부사장으로 있는데 다들 이시형 밑으로 줄을 서려고 했다.”
이어 그는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상한 건, 이 회사가 어떻게 연 매출 4조 원까지 내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대단한 제품도 아니고 비용도 싸지 않았다. 요구사항을 들어봐도 레더냐 패브릭이냐만 바뀌지 다른 것은 바뀐 것이 없는데 계속 쓰는 게 신기했다. 차량용 의자를 만드는 다른 회사도 잔뜩 있는데, 왜 우리 것만 쓰나, 결국 이명박이 그쪽 출신이고 높은 분들과 아는 사이이니 그러지 않나.”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의식해 현대·기아차가 다스의 시트를 사줬다는 주장이다.
다시 처음의 시형씨가 출근했던 영포빌딩 다스 사무실로 돌아가자.
이 인사는 이 사무실의 임대료는 물론 전기세·물세까지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때도 그게 이상하긴 했다. 양재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도 임대료 같은 걸 내지 않았는데, 그건 그 건물이 회장님(이상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는데, 영포빌딩은 회장님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인척관계라고 하더라도 돈관계는 명확해야 하는데.”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은 짭짤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만두고 다른 데 취직한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그때 받았던 돈은 조금 아쉽다.”
검찰은 2월 25일 이시형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한 것과 동시에 MB 사위 이상주 씨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다. 사위 이 씨 조사는 이팔성 전 우리은행장 관련 건으로 알려졌다.
2월 28일에는 이상은 다스 회장을 역시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은 “일부 지분은 MB가 소유하고 있으나 다스는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귀가하면서 기자들에게 “그런 취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보도를 부인한 것과 관련해 3월 2일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과거 특검 조사 때 말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시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을까.
검찰 수사는 지난 1월 영포빌딩 압수과정에서 발견된 승계작업 문서, 일명 ‘프로젝트Z’ 문서의 작성과 실행과정에 MB와 시형씨가 얼마나 관여했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이동형 부자 참고인 조사 때 검찰은 이 문서에 대해 물었고, 두 사람은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는 2010년 2월 김재정씨가 사망한 뒤, 이상은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시형씨에게 상속할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대신 에스엠과 다온(옛 혜암) 지분 확보를 통한 우회상속 계획이 마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승계 자체가 죄가 된다고 보고 있지는 않으며, 실소유주 관련 부분에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스 승계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의 주체를 MB로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영포빌딩 사무실 임대료 관련 확인 요청에 다스 측은 “그 관계를 확인해줄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고 밝혀 왔다.
출처 [단독] “이시형씨 다스 승계도 MB가 주도했다”
전 다스 직원, “2012년 특검 압수수색 정보 사전에 알고 있었다” 증언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 | 입력 : 2018.03.03 14:13:00
▲ 이명박이 청계재단에 ‘기증’한 영포빌딩 2층에 자리잡은 다스 사무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이 사무실의 입주사실이 언급되지 않고 있었다. 2017년 10월 20일 촬영. / 정용인 기자
“그 사람들도 다 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나왔을 때 ‘안 뽑으면 다 잘릴 줄 알아’라고 말했다. ‘누구 뽑았어?’라고 물으니 ‘당연 박근혜 후보죠’라고 답했다.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젠가는 반대편이 될 텐데, 대비는 해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보통 회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자리 잡았던 다스 해외영업팀에 근무했던 인사 ㄱ씨의 말이다.
영포빌딩? 지난해 10월 <주간경향>은 이 빌딩 ‘503호’로 옮긴 청계재단 소식을 보도했다.
몇 년 전 취재에서 청계재단은 이 빌딩 101호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할 당시 101호는 빈 상태로 임차인을 구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등기부상에는 역시 MB차명 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부동산 임대회사 홍은프레닝이 여전히 이 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자리를 비웠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후 기자와 통화에서 “홍은프레닝은 월 임대료 1백만원을 꼬박 납부하고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내놨다. 통화 전날 홍은프레닝의 사무실 무상사용 의혹보도에 대한 반론이었다. 기자가 영포빌딩 1층의 현판 등을 근거로 “101호는 물론, 다른 곳에도 홍은프레닝 사무실은 없다”고 반박하자 이씨는 “언론에 답할 의무는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안내판에도 없는 2층 다스 사무실
“영포빌딩에 다스 사무실이 있는데 왜 보도하는 매체가 없는지 모르겠다.”
‘503호 청계재단 보도’ 후 기자가 받은 제보다. 제보자 ㄴ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기자는 청계재단을 방문한 당일, 이 건물 2층에 다스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 입구의 ‘인포메이션’ 현판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일이다.
다스 서울지사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198(양재동 14-11)’에 자리잡은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1월 11일 서울 동부지검이 압수수색 나간 주소도 다스 서울지사였다. 이 정체불명의 ‘영포빌딩 다스 사무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보자는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다스 회사는 해외영업팀”이라고 확인해줬다.
‘제보’를 근거로 기자는 여러 방면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다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영포빌딩의 이 사무실은 이명박(MB)의 아들 시형씨를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위인설관(爲人設官)이었다는 것이다. MB의 자금관리인이자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던 이병모씨(현재 구속)는 MB가 자신의 자녀들을 개인회사 ‘대명기업’ 직원으로 둬 물의를 일으켰던 일, 그리고 시형씨가 ‘다스’에 들어간 경위에 대해 지난 2011년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나 같아도 애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으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게다가 (MB는) 자녀들에게 용돈 같은 것도 잘 안 주는 성격이다. 애들은 커나가지, 그러니까 좀 신경 써서 해준다는 것이 그렇게 된 것이다. 많이 준 것은 아니고 시형 씨가 받은 것이 월 125만 원인가 150만 원인가였다. 그러다 한국타이어에 취업했다. 한 번 만나보니까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조그만 기업이면 그냥 앉아 있으면 되는데, 출근해서 하는 일 없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그래서 그만둔 것 같다. 다스에 간 것도 (MB가) ‘나이 먹어 노느니 영업활동이라도 하면서 네 뜻을 펼쳐봐라, 네가 거기서 임원이 되든 뭐가 되든 일단 일하는 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해서 간 것이다.”
시형 씨가 2010년 8월 다스에 한국타이어 경력직으로 입사하자마자 ‘다스 서울사무소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발령낸 것도 그렇지만 경주 본사에 있던 해외영업팀을 서울로 옮긴 것 역시 특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당시에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초고속 승진. 입사 7개월 뒤인 2011년 3월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본사 기획팀장을 맡았다. 시형 씨는 입사 4년 만인 2015년에는 다스 전무가 되었고, 지난해 2월엔 본사 회계·재무책임자(CFO)가 되었다.
▲ 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77)의 아들 이시형(40) 다스 전무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소환돼 16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26일 새벽 귀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무를 상대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경영비리 정황과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
“나도 궁금하다. 가끔 경주 본사에서 수배하는 확인전화가 온다. ‘혹시 서울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나요’라고 물어서 ‘이쪽으로 출근하지 않으셨다’고 하면 며칠간 야단법석이 난다. 서울에 있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 혹시 오면 알려달라, 며칠 그러다 연락이 되었는지 잠잠해지고.”
기자가 접촉한 ㄱ씨의 말이다. 이 인사가 시형씨에게 받은 ‘인상’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일단 나오면 창문 블라인드를 다 친다. 담배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직원들과 안에서 핀다. 원래는 이 부사장(이동형씨) 방인데 이 부사장은 다 열어 놓는데 시형씨만 들어가면 꽁꽁 닫아놓는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시형씨의 버릇은 강박적이었다고 이 인사는 회고했다.
“개인적 선택이겠지만, 서명을 할 때 사인도 계속 바뀐다. 어쩔 때는 S만 썼다가 이름을 쓰는 것도 여러 번 바꾸고, 개인적으로 쓰는 컴퓨터에도 저장되는 것은 하나도 안 남겼다.” ‘내곡동 사저 특검 당시 검찰 압수수색 경험도 한몫 한 것이 아닌가’라고 이 인사는 추론한다.
“특검(2012년) 쪽에서 다스 서울사무소로 MB 관련 조사하러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컴퓨터도 다 없앴고, 회장님(이상은) 비서도 잠적해 연락이 안됐다. (시형씨도) 압수수색 나오는 거 다 알고 있었다. 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3~4시간 동안 머무르다 갔는데 당시 사무실에 직원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압수수색하러 나온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실없은 농담이나 하고, 어디 가면 좋으냐 이런 것만 물었다. ‘원래 이렇게 짜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 치웠으니 들고 갈 컴퓨터 같은 것도 없었고, 이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했다. ‘기자들이 밖에 대기하고 있는데 뭐라도 찾은 것처럼 들고 가야지 빈 상자만 들고 가면 창피한 것 아니냐’라며 박스에 달력을 하나 넣고 차안에 앉을 때 무거운 것처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MB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인사는 당시 “‘회장님 사모님도 아프셔서 못 나온다’고 검찰 쪽에 말했지만 전날 5층에 이상은 회장과 사모님을 비롯한 ‘이씨 일가’들이 모여 대책회의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2012년 특검 수사가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증언이다.
다스에서 시형씨의 고속승진과 관련, 다스 본사의 ㄷ상무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형씨가 워낙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에 승진한 것이지 대통령 아들이라고 특별히 더 배려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스는 젊은 회사라서 능력만 좋으면 얼마든지 고속승진은 가능하다.”
이 말은 사실일까. 실제 기자가 ㄷ상무를 처음 접촉한 2010년쯤 그의 직책은 차장이었다. ㄷ상무도 몇 년 사이에 상무 직함을 달았다.
“경주 본사서 시형씨 행방 찾는 전화 오기도”
서울사무소 및 해외영업팀 근무자 ㄱ씨는 찍어 말했다.
“그 ㄷ상무, ㄹ이사, ㅁ부장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스맨들’이다. (시형씨가) 처음 팀장으로 왔을 때 같이 있으면서 비위를 잘 맞추던 사람들이 다 빨리 승진했다. 일을 잘 하는지는 지시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나. 이상한 내용으로 지시해도 저 사람이 대통령 아들이니 싸울 사람도 없었다. (시형씨가) 경영팀장이니 사람들 앞에서 연설도 해야 하고…, 연설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원고 써주면 읽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 부회장님(이동형씨)이 오셔서 말을 하면 직원들이 앞에서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직원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킥킥대며 ‘줄을 잘 서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직원들 대부분이 ‘실소유주 라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ㄱ씨는 왜 다스가 ‘보통회사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도 아버지와 MB의 오랜 인연으로 그 회사로 들어갔지만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저 사람은 누구누구의 먼 친척이라는 식의 배경이 소문처럼 돌았다. 그래도 나는 처음 들어갔을 때는 (MB가 실소유주라는 것을) 몰랐다. 경주에 기차 타고 내려가서 회사에 들어가려면 택시비가 한 8만원 정도 나온다. ‘다스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택시기사가 ‘아, 그 이명박 회사?’라고 말한다. 왜 이명박 회사냐고 되물으면, 택시기사가 ‘그건 가짜 이름으로 해놓은 거지. 대통령이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알고보니 회사 내에서는 거의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명색의 회사 회장(이상은)이 있고, 그 아들(이동형)이 부사장으로 있는데 다들 이시형 밑으로 줄을 서려고 했다.”
이어 그는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상한 건, 이 회사가 어떻게 연 매출 4조 원까지 내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대단한 제품도 아니고 비용도 싸지 않았다. 요구사항을 들어봐도 레더냐 패브릭이냐만 바뀌지 다른 것은 바뀐 것이 없는데 계속 쓰는 게 신기했다. 차량용 의자를 만드는 다른 회사도 잔뜩 있는데, 왜 우리 것만 쓰나, 결국 이명박이 그쪽 출신이고 높은 분들과 아는 사이이니 그러지 않나.”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의식해 현대·기아차가 다스의 시트를 사줬다는 주장이다.
다시 처음의 시형씨가 출근했던 영포빌딩 다스 사무실로 돌아가자.
이 인사는 이 사무실의 임대료는 물론 전기세·물세까지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때도 그게 이상하긴 했다. 양재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도 임대료 같은 걸 내지 않았는데, 그건 그 건물이 회장님(이상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는데, 영포빌딩은 회장님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인척관계라고 하더라도 돈관계는 명확해야 하는데.”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은 짭짤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만두고 다른 데 취직한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그때 받았던 돈은 조금 아쉽다.”
다스 직원들 ‘실소유주 MB’ 다 알았다
검찰은 2월 25일 이시형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한 것과 동시에 MB 사위 이상주 씨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다. 사위 이 씨 조사는 이팔성 전 우리은행장 관련 건으로 알려졌다.
▲ 이명박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3월 1일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2월 28일에는 이상은 다스 회장을 역시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은 “일부 지분은 MB가 소유하고 있으나 다스는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귀가하면서 기자들에게 “그런 취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보도를 부인한 것과 관련해 3월 2일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과거 특검 조사 때 말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시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을까.
검찰 수사는 지난 1월 영포빌딩 압수과정에서 발견된 승계작업 문서, 일명 ‘프로젝트Z’ 문서의 작성과 실행과정에 MB와 시형씨가 얼마나 관여했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이동형 부자 참고인 조사 때 검찰은 이 문서에 대해 물었고, 두 사람은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는 2010년 2월 김재정씨가 사망한 뒤, 이상은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시형씨에게 상속할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대신 에스엠과 다온(옛 혜암) 지분 확보를 통한 우회상속 계획이 마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승계 자체가 죄가 된다고 보고 있지는 않으며, 실소유주 관련 부분에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스 승계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의 주체를 MB로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영포빌딩 사무실 임대료 관련 확인 요청에 다스 측은 “그 관계를 확인해줄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고 밝혀 왔다.
출처 [단독] “이시형씨 다스 승계도 MB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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